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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못 다 밝힌 과거사·노장 댄서의 삶 생생히 그려

와이드앵글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21-10-03 19:35:15
  •  |   본지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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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영화·다큐 다루는 와이드앵글
- 통근 열차 속 인도 여성 목소리부터
- 발레리나가 되고픈 트랜스젠더와
- 홍콩 민주화 운동 뒷이야기 등 소개

   
언네임어블 댄스
와이드앵글 섹션은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부문이다. 와이드앵글은 다시 한국단편 경쟁/아시아 단편 경쟁/다큐멘터리 경쟁/다큐멘터리 쇼케이스로 세분된다. 단편·아시아 경쟁 섹션은 몇 작품을 묶어 하나의 영화처럼 상영된다. 여기서는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과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상영작 6편을 소개한다.

■다큐멘터리 경쟁

★206:사라지지 않는(허철녕/한국·대만)

   
사라지지 않는
2005년 국가기구로 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체된 후 정부가 못다 한 임무를 완수하려는 시민단체와 유족이 모여 2014년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을 꾸린다. 이 다큐는 공동조사단의 유해발굴 현장을 3년간 촬영한, 햇볕과 흙먼지와 땀의 기록이다. 영화는 할머니에게 보내는 감독의 편지로 시작된다. 한국전쟁기에 경찰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계속 기다린 할머니. “망각이란 없다.” 영화는 발굴된 유골 사진과 할머니의 부고 앞에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 속 한 구절을 바친다. 역사의 상흔을 직접 목도하려는 현장 다큐이자 감독의 애도 일지.

★여성전용 객차에서(레바나 리즈 존/독일·인도)

   
여성전용 객차에서
출근 시간, 인도 뭄바이의 통근 열차는 말 그대로 지옥철이다. 구름 떼 같은 승객이 닫히는 문 사이로 뛰어들고, 탑승하지 못한 이들은 문에 매달린다. 다행히 이 열차에는 여성 전용 객차가 있다. 감독은 그곳에서 여성들에게 말을 건넨다. “무엇이 당신을 화나게 합니까?” 주부, 펑크족 소녀, 역도선수, 대학생 등 다양한 여성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내밀한 꿈과 자유에 관한 생각을 펼쳐놓는다. 간결한 흑백 영상에 담긴 인도 여성들의 목소리가 열차의 움직임과 속도가 만들어낸 빛과 그림자, 소음과 흔들림, 바람과 풍경과 어우러져 연출이라도 한 듯 시네마틱한 순간들을 창조해낸다.

★언네임어블 댄스(이누도 잇신/일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로 알려진 이누도 잇신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 영화는 70대의 노장 댄서 다나카 민의 삶과 춤을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다룬 예술가 영화다. 2017년부터 3년간 5개국을 다니며 90번의 춤을 춘 다나카 민의 여정에 동참한 감독은 그의 춤을 ‘장르로 규정 지을 수 없는 춤’이라 명명했다. 골목길, 해변, 극장, 책방, 갤러리 등 어디나 그의 무대가 될 수 있고, 그 특정 공간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춤을 끌어낸다. 다시 반복되지 않고 반복할 수도 없는 단 한 번의 춤. 영화에는 농부이며 영화배우인 다나카 민의 다른 면모도 흥미롭게 담겨있다.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모어(이일하/한국)

   
모어
도시에 밤이 찾아오고, 더없이 화려하고 대담한 ‘모어’의 쇼가 시작된다. 이태원 클럽의 드랙퀸 모어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트랜스젠더다. 객석은 환호하지만 모어는 20년간 해온 이 일이 지긋지긋하다. 그 즈음, 뉴욕에서 열리는 ‘스톤월 항쟁 50주년 기념공연’에 캐스팅돼 마침내 토슈즈를 신고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게 된 그/그녀. 영화에서 모어는 깃털 같은 속눈썹을 뽐내며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공간에서 퍼포먼스를 펼친다. 절룩거리는 자아를 일으켜 세워 매번 세상을 향해 ‘내가 모어다’라고 외치는 이 인물에게 이일하 감독은 스톤월 무대에 비할 수 없이 광대무변한 무대를 제공한다.

★페이스리스(제니퍼 응고/홍콩·중국)

   
페이스 리스
2019년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홍콩인들을 우린 뉴스로 지켜봤다. 드론으로 촬영된 시위 현장, 가늠되지 않는 200만 시위대, 화염병과 경찰봉이 오가고, 도시는 말 그대로 전장이 된다. ‘페이스리스’는 우리가 보지 못한 홍콩 민주화 운동의 세부를 향한다. 홍콩 청년 네 명의 친밀한 초상을 담은 2019 홍콩 민주화 운동의 비하인드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투사가 된 고등학생, 선전물을 거리예술로 변모시키는 LGBT 예술가, 경찰관 아버지와 적이 된 딸, 비폭력 투쟁을 꿈꾸는 기독교 신자. 마스크와 방독면으로 얼굴을 가린 그들이 홍콩인의 분노와 헌신, 꿈과 열망을 대변한다.

★섬이 없는 지도(김성은/한국)

   
섬이 없는 지도
자유롭고도 올곧은 사랑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제주도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서늘한 역사를 간직한 채 개발 사업과 국책 사업으로 황폐해져 가는 제주도의 땅을 지키려는 간절한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이들은 국적도, 성장 배경도, 직업도 다르며 토박이, 이방인, 환경 운동가 등으로 달리 불리지만,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같이한다. 제주 제2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 현장과 환경 운동가들의 퍼포먼스를 세밀히 기록하고, 또 하나의 흥미로운 퍼포먼스를 펼치며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이어간다. 신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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