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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진의 무비세프 <23> 제임스 딘(James Byron Dean)

영원한 젊음의 우상, 반항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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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딘(1931~1955).
젊음의 뒤안길의 한동안, 제임스 딘에 얼마나 심취했던가. 일찍이 어떤 대상을 두고 그토록 심취해 본 적이 있었을까. 영화 ‘이유 없는 반항’. 이 한 편으로 충분했다. 이 한 편으로 나의 정신세계는 완전히 압도당해 버렸다.

굳이 ‘코찐지레기’ 여자애들처럼 책받침이나 브로마이드도 필요 없었다. 아그들아, 나가 바로 제임스 딘이여. 내가 제임스 딘이라 안카나, 알것나. 사춘기 시절(나의 사춘기는 매우 길었다) 그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돌아다녔다. 그 영화에서 그가 입고 있던 것과 비스무리한 청바지는 비교적 쉽게 구해 입을 수 있었지만, 그 ‘빨간 잠바’는 도통 구하기 힘들었다. 아예 없었다. 그렇게 청바지 앞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다니며 누가 말을 걸면 약간 거들먹거리며 세상이 귀찮다는 표정을 하고 나 자신도 그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없는, 택도 없는, 철학적 멘트(?)를 아무렇게나 날려 보냈다. 정말 제임스 딘의 혼령이 씌었던지(빙의) 나의 아버지께서 나에게 야단이라도 칠라 하면, 나는 어느새 제임스 딘 표정을 하고 ‘이유 없는 반항’을 했다.



제임스 딘을 어떻게 알았는지 뚜렷한 기억이 없어 좀 답답하기도 하다. 사춘기 때 빠지지 않고 보던 KBS 명화극장 아니면 부산 어느 개봉관이었을까. 현대극장이 떠오른다. 현재 중구 동광동 백년어 서원 맞은편 SC제일은행이 현대극장 자리다. 주로 할리우드 영화를 상영했다. ‘츄바스코’ ‘어둠속 에 벨이 울릴 때’ ‘닥터 지바고’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등 지금은 고전 반열에 든 명화만 개봉했다. 건축 면에도 신경을 많이 쓴 듯 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영화관이었다.

아니면 광복동 어느 극장에서 ‘이유 없는 반항’을 봤을까.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1971년 명동 중앙극장에서 그리고 부산은 남포동 부영극장에서 개봉했다고 한다.

   
제임스 딘(1931~1955). 미국의 영화배우.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은 1955년 개봉한 미국의 드라마 영화다.

늘 혼자인 짐 스타크(제임스 딘 분)는 새로운 동네에 이사 온 첫날부터 말썽을 일으킨다. 그런 그를 경쟁 상대로 여기는 버즈 일당과 ‘골목대장 쟁탈전’ 같은 사소한 시비 끝에 위험 부담이 큰 겨루기가 이뤄진다. ‘치킨 런’ 게임이다. 일종의 담력 테스트다. 벼랑 끝까지 차를 몰고 가 절벽 가장 가까이 멈추는 사람이 이긴다. 짐 스타크에게 버즈 일당은 도전해오고 버즈(코레이 앨렌)와 짐은 경기를 치른다. 그런데 버즈의 소매가 차 문에 걸려 문을 열지 못하는 바람에 버즈가 벼랑에 추락해 죽자 짐은 죄책감에 방황한다. 짐에게 복수하려는 버즈 일당의 추격을 피해 짐은 폐허가 된 저택으로 도망가지만, 싸우는 도중 일당 하나가 우발적으로 총을 발사하고 사건이 종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 영화는 학교나 정상적인 가정에서 보자면 매우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사고나 치고 평판이 안 좋은 애들이랑 어울려 다니며 툭하면 쌈박질이나 하고 그게 심해질 경우 학교에서 부모님을 호출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부모님이 야단치면 과격한 언행으로 대들기도 한다. 질풍노도 시기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었으리라.

   
전설이 된 미국의 영화배우 제임스 딘(1931~1955)의 모습이다. 그를 기억하는 세대 또는 팬이라면 이 사진 한 장에서 시대를 초월해버리는, ‘영원’에 가까운 마력과 매력을 느낄 것이다.
이 영화 한 편으로 제임스 딘은 전설이 됐지만, 나탈리 우드(주디 역)나 살 미네오(존 플라토 역) 같은 배우도 명연기를 선보인다. 나탈리 우드! 청춘의 우상으로 손색이 없었다. ‘주디’라는 역의 성격이 그리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젊음의 아름다움과 청춘의 열망을 잘 보여줬다. 참고로 워런 비티와 출연한 ‘초원의 빛’에서 연기자로서 나탈리 우드의 진면목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나탈리 우드만의 눈동자, 즉 여덟 마리 고양이 눈동자를 합한 듯한(단지 눈이 크다는 비유다) 큰 눈동자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다.

후일담으로 ‘이유 없는 반항’에 출연한 배우들이 참 불행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있다. 제임스 딘은 ‘자이안트’ 개봉 전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살 미네오는 불우한 사생활 속에 여러 논란을 일으켰는데 1976년 난데없이 피자배달원에게 칼에 찔려 37세에 사망했다. 범인 윌리엄스는 57년 형을 선고받았다는데, 여러 차례 강도질하며 사람을 칼로 찔러 다치게 한 전과가 있었다. 나탈리 우드 역시 이후 불우한 사생활을 겪다 1981년 43세 때 익사한 채로 발견됐다. 지금도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타살인지 말이 많다.

   
청바지를 입고 붉은 점퍼를 걸친 제임스 딘.
제임스 딘의 두 번째 영화는 ‘에덴의 동쪽’이다.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영화 원작이 ‘분노의 포도’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존 스타인벡의 작품인 줄 몰랐다. 영화 제목이 왜 ‘에덴의 동쪽’인가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부산 하단에 자리한 에덴공원이 떠오를 뿐이었다. 어렴풋이나마 ‘에덴’이 성경에 나온다 것을 미약하게 알았을 뿐, 관심은 온통 제임스 딘뿐이었다.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은 엘리아 카잔 감독, 제임스 딘 주연의 색채 시네마스코프 영화다. 1955년에 제작됐다.

캘리포니아의 농장주 아담(레이먼드 맛세이 분)의 2남 칼(제임스 딘 분)은 자유분방하다. 아버지가 형만 신뢰하고 애정을 쏟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형의 약혼자 에브라(줄리 해리스)와 친밀해진다. 농장을 위기에서 건져보려고 칼이 직접 벌어온 5000달러 때문에 오히려 아버지한테서 꾸중을 듣는다. 화가 난 칼은 거리의 술집(매춘지역) 여주인이 자기네들 형제의 생모임을 형에게 폭로한다. 충격받은 형은 술을 마시고 군대에 간다. 이 일로 아버지는 졸도해 반신불수가 되고, 겨우 칼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에덴외 동쪽’ 한 장면.
‘에덴의 동쪽’에서 ‘동쪽’은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고 신의 분노를 사 추방됐다는 동쪽 땅을 가리키는 말로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유래했다. 그 이후 인간이 사는 곳은 ‘에덴의 동쪽’이다. 아담에게 카인과 아벨 두 아들이 있었다. 신이 아벨을 편애한다고 느낀 카인이 질투심에 아벨을 죽였다고 하여 인간은 모두 ‘카인의 후예’로 불린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제는 사랑받고 싶은 인간의 영원불멸한 욕망에 관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형과 동생의 역할이 바뀌었다.

동생 칼이 집 나간 어머니의 부도덕한 모습(매음 지대 포주)을 보여줘 형 애런(리처드 다바로스 분)의 영혼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말하지 않아도 될 진실을 형에게 꼬질러 바쳐 형에게 복수하는 형국이다. 애런은 자포자기, 자원 입대해 기차를 타고 떠난다. 애련이 머리로 기차 창유리를 깨고 목을 밖으로 내민 채 꺽꺽 통곡하는 장면이 뇌리에 남아있다.

영화의 갈등 요소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두 형제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장남 애런은 아버지를 따라 종교적, 권위적 요구와 책임감 등을 충족하는 이상형인 반면, 동생 칼은 반항적이고 도전적인 태도로 아버지의 가치관을 무시하려 든다. 아버지로서는 애런에게 애정을 주게 된다. 특히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아내가 동생인 칼의 모습에서 투영돼 칼이 더 밉살스럽게 보인다. 우리 경우에도 ‘엄마, 아빠는 형에게만 잘해주고 형만 좋아하고 나에게 왜 그럴까? 내가 주워온 자식이란 말인가?’ 이런 불만을 품고 삐딱하게 성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임스 바이런 딘(James Byron Dean, 1931년~1955년). 미국 인디애나주 출생.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느냐에 따라 인성이나 운명은 좌우된다. 가정환경에서 부모와 자식의 유대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아버지는 재향군인관리국 직원으로 고정 수입이 있어 경제적으로 안정됐다. 아버지는 그 경제적 안정에만 안주하는 좀 무미건조한 성격을 지닌 듯하다. 반면 어머니는 영화관이나 문화행사에도 가고 독서를 즐겼다고 한다. 부부 사이에 성격과 취향 차이가 상당히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공황이라는 당시 사회적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버지 윈튼은 가족에 대해 의무적이었을 뿐이므로 아들 지미(제임스의 애칭)는 어머니와 정신적으로 깊이 관련을 맺는다. 열 살 무렵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기억은 평생 제임스 딘에게 깊은 상처로 남는다.

아버지는 지미의 다섯 살 생일에 야구공과 포수 미트와 방망이를 사주고 함께 야구를 하려 했지만 지미는 지독한 근시였기에 실력이 늘지 않았다. 아버지는 실망하고 지미에 대해 더욱 관심을 잃는다. 뒷날 지미는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없었죠. 아버진 내 입장이 되어보려고 노력하지 않았죠. 어린 내가 보는 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나는 늘 어머니와 함께 있었고 매우 가까웠죠.” (외모는 아버지를 닮고 어머니에게서는 예술 기질을 물려받음)

1939년 가을께 어머니 밀드레드는 몸무게가 급속히 줄면서, 이따금 구토하고 복통을 호소한다. 처음 얼마간 견디던 그녀가 다음 해 병원을 찾았을 때는 난소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그녀는 1940년 7월 불과 스물아홉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어린 지미는 어머니를 잃은 충격을 안고, 할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시신을 기차로 옮겼다. 장례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지미는 정거장에 설 때마다 어머니의 시신이 놓인 화차로 달려갔다. 그런 지미에게 또 한 가지 충격이 더해진다.

아버지 윈튼이 어찌 된 판인지 아내 장례식에 아예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지미를 동생 부부에게 맡기고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지미는 고모 부부가 양육한다. 지미는 종종 어머니 묘지에 가 울기도 했다. 누군가 데려오려 해도 말을 안 들어 억지로 떼어놓곤 해야 했다.

그럭저럭 고모 부부 밑에서 고교까지 마친 지미는 1949년 가족을 떠나 할리우드에 도착해 아버지의 집에 머물게 된다. 아버지는 불쑥 찾아온 아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았고, 새어머니는 너무 낯설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부자가 되고 싶다면 변호사가 되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면 농구 감독이 되라고 조언했지만 아들은 이미 배우가 되고 싶을 뿐이었다.

지미가 본격적인 연기자로 출연한 작품은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달랑 세 작품이다. 나머지 작품은 조연이었고 존재감도 별로 없다. 그에게 시각장애가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시력은 물체를 겨우 흐릿하게 식별할 수 있는 정도였고, 영화에서 자주 보여주는 곁눈질은 시각장애 탓에 생긴 버릇이라 한다.

   
영화 ‘자이언트’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왼쪽)와 함께한 제임스 딘.
‘자이언트’(Giant)는 에드나 퍼버의 1952년 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조지 스티븐스가 감독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록 허드슨, 제임스 딘이 출연했다. 한국에는 제임스 딘 주연 영화로 잘 알려졌으나 실제 배역의 중요성이나 무게로 따지면 록 허드슨,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진짜 주인공들이다.

명문가다운 가정을 이끌려는 부부 빅 베네딕트(록 허드슨 분)·레슬리 베네딕트(리즈 테일러)와 이를 위협하는 낭만적 영웅 제트 링크(제임스 딘 분) 간의 갈등과 영욕이 광활한 대지 텍사스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청년 시절부터 인생 황혼기에 이르기까지 두 세대에 걸친 인간관계와 감정의 굴곡이 교향곡이 울려 퍼지듯 웅장하게 전개된다. 1920년대 광대한 땅, 텍사스가 개발되면서 재벌들이 성쇠를 겪게 되는 장면들은 미국 현대사 변천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셰인’(1953년) ‘젊은이의 양지’(1951년)를 통해 미국적인 삶의 특성을 잘 드러낸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3부작 중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전성기 록 허드슨과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빼어난 외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임스 딘의 유작이기도 하다.

반세기 전 단 세 편 영화에 출연한 제임스 딘을 가리켜 세계의 매스컴은 ‘십대들에게는 몸서리 쳐지는 공간의 전율을, 기성세대들에게는 삶의 의미를 자극하는 동기를 선사했다’고 평했다.

제임스 딘은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라는 말을 남겼다.

추신; 동년배 지인들에게 제임스 딘을 기억하냐고 물어보았다. ‘에덴의 동쪽’에서 눈썹을 찡그리며 무언가 쳐다볼 때도 삐딱한 각도로 시선 처리하는 모습과 ‘자이언트’에서 록 허드슨과 주먹다짐하던 장면, 그리고 자기 땅에서 석유가 발견돼 석유재벌이 된 제트링크(제임스 딘 분)가 베네딕트 가의 파티에 초대돼 술에 취해 울분을 토하며 깽판 치던 장면, 여주인공 레슬리(리즈 테일러 분)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비통해하는 모습 등등을 말해주었다.

항상 그늘과 그림자를 지니고 다니는 제임스 딘이었다고 했다. 또 한 분은 영화 ‘자이언트’를 최근 다시 보게 됐는데 옛날과 또 다른 느낌(아련한 그리움과 연민 )이 있었다고 했다. 영화에 등장한 배우들 모두 고인이 되었다. 책도 마찬가지이지만, 언제 그것을 접하는가에 따라 감상은 달라질 수 있다.정익진 시인 ij07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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