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트롯’에서 영탁을 유명하게 한 ‘막걸리 한 잔’. 이 노래가 뜨자 경북 한 양조업체는 2020년 4월 1일 1년 모델 계약을 맺고 영탁의 이름을 딴 막걸리를 출시했다. 업체는 상표출원 등록신청을 했지만 거절됐고, 올해 6월 재계약은 불발됐다. 언론이 주목한 재계약 불발의 핵심은 개런티가 아닌 상표권 등록 여부다. 자기 이름을 ‘상표’로 쓸 것을 거절할 권리는 이름의 주인인 영탁에게 있다. 부모님이 주신 이름이 상품으로 이용되는 것을 거절하거나 허용할 권리는 본인에게만 있는 것이다.
자기 이름이 브랜드나 콘텐츠가 될 수도 있기에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성명·초상권)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그와 함께 여타 이유로 영탁 측에서 사용승낙서를 거절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누구라도 제3자에게 내 이름을 맘껏 쓰라고 허락해 줄 확률은 희박하다. 양조회사 측은 상표 등록은 못 해도 사용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용에 동의한 계약은 이미 끝난 상황이고 추후라도 영탁 측의 상표출원 등록 허가가 난다면 등록권자의 허락을 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표권 논쟁 사례는 여럿 있다.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EBS 캐릭터 ‘펭수’ 상표권 등록은 당시 펭수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는 이유로 거절됐고, 주병진과 제임스 딘 유족 간 상표권 소송에서 유족이 직접적 친족관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또 하나 짚을 점은 팬들의 불매운동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다. 양조업체는 팬들의 불매운동에 따른 매출 감소를 호소했다. ‘미스터 트롯’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영탁 등의 가수는 기존 트로트 가수 생태계와 전혀 다른 패턴과 성격을 가진다. 코로나 장기화라는 특수상황은 거대한 트로트 팬덤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아이돌과 동일한 비중의 국민 스타가 됐다. 팬덤의 충성도는 아이돌 팬덤을 능가한다. 이들 팬덤은 상품 퀄리티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철저히 팬덤의 대상을 좇는다. 어느 상품이건 트로트 스타의 모델 기간이 끝나면 매출이 하락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양조업체 측은 팬덤의 내면에 담긴 심리를 잘 읽어볼 필요가 있다.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상생 방법을 찾기 바란다. 양측이 쌓아 올렸던 긍정적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