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신화·전설을 집대성한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사진)에게 숱한 후대 동서양 문인·예술가가 빚을 졌다. 문학 미술 음악에 이르기까지 두 고전이 끼친 영향은 광범위하고 깊다. 그중에서도 범위를 좁혀 보면, 고대 그리스 비극이 자리 잡는 주춧돌을 놓았다. 3세기 뒤인 기원전 5세기,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인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가 그 수혜자.
아이스킬로스(기원전 525~456)는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썼다. 아가멤논 가문에서 벌어지는 복수 잔혹극이다.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아가멤논을 거만하고, 아킬레우스를 시기하는 인물로 그렸다. 이 극작가는 안쓰러운 남편으로 격상시켰다. 아가멤논이 귀향한 첫날,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정부 아이기스토스는 공모해 그를 살해한다.
소포클레스(기원전 497~406)는 비극 ‘아이아스’에서 그리스군 용장 대(大)아이아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는 적지에서 아킬레우스 시신을 빼앗아 오는 수훈을 세운 뒤 망자 갑옷을 차지하려고 다툰다. 지략이 뛰어난 오디세우스가 이를 차지한다. 격분한 아이아스는 정신 착란을 일으켜 양 떼를 몰살한 후 부끄러움을 못 이겨 자결한다는 내용.
에우리피데스(기원전 485~406)도 ‘트로이의 여인’ ‘헤카베’ ‘헬레네’ ‘엘렉트라’의 소재 연원을 일리아스·오디세이아에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