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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35> 영동 올뱅이국밥

금강서 캐내고, 한알 한알 까내고…이 ‘푸른 보약’ 정성이 푸짐하다

  • 최원준 시인
  •  |   입력 : 2021-06-15 19:02:5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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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도 다슬기를 올뱅이라 불러
- 올뱅이국밥 거리 생길 정도로
- 영동군 황간면서 사랑받는 음식

- 금강 상류서 큼직한 놈으로 잡아
- 속살 하나하나 일일이 빼내고
- 된장 풀어 얼갈이·파 넣고 끓여
- 진하고 시원하고 칼칼하기까지
- 탱탱한 속살은 쌉쌀하면서 고소

- 간·위장에 좋아 해장국으로 딱
- 더워질 시기 보양식으로도 그만

‘올뱅이’는 ‘올갱이’와 함께 ‘다슬기’를 이르는 충청도말이다. 다슬기는 전국의 여느 하천에서 흔하게 서식하며 그 개체가 풍부하고 빨리 자라기에, 전 지역에서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식재료다. 어느 지역을 가도 하천에서 다슬기를 잡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개체이기도 하다.
1시간 내내 까면 겨우 국 두어 대접 분량 나오는 ‘올뱅이’로 끓인 국. 올뱅이는 다슬기의 영동 사투리다.
우리나라에는 여덟 종의 다슬기가 있다고 전해진다. 그 종류는 다슬기 참다슬기 염주알다슬기 띠구슬다슬기 주머니알다슬기 곳체다슬기 주름다슬기 좀주름다슬기 등이다. 주로 하천 중·상류지역의 깨끗하고 물살이 센 곳의 바위 틈새에 무리지어 서식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반위, 위통 및 소화불량을 치료한다’고 전하고 있으며 유희의 ‘물명고’에는 ‘와라’라고 기록하면서 ‘호수나 하천에서 나타나며 논우렁이보다 크기가 작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국 하천서 나는 다슬기 이름도 다양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다슬기.
다슬기는 전 지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기에 지역마다 부르는 말이 각각 다르다. 옛말은 ‘배틀조개’로, 경남에서는 ‘고둥’, 경북에서는 ‘고디’, ‘골부리’,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대수리’, 강원도에서는 ‘꼴팽이’, ‘골뱅이’, 충청도에서는 영서지역은 ‘올갱이’, 영동지역은 ‘올뱅이’라 부른다.

다슬기로 국 해장국 국밥 찜 전 무침 수제비 칼국수 등 다양한 음식으로 해먹는데, 충청도 지역의 올갱이 해장국과 올뱅이국, 올갱이무침, 전남의 대사리국, 대사리 수제비, 전북의 대수리 칼국수, 강원도의 골뱅이국, 경남의 다슬기찜국, 경북에서 골부리국 등이 독특한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금강 상류에 대량 서식하기에 괴산과 옥천에서는 ‘올갱이축제’라는 다슬기를 매개로 한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기도 하거니와 괴산군(올갱이 해장국 거리)과 영동군 황간면(올뱅이국밥 거리)일대에서는 다슬기국밥 거리가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지역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영동군의 유명한 올뱅이국밥

삶아서 까면 푸르스름한 살이 나온다.
올뱅이국밥을 잘하는 영동군의 한 식당을 찾았다. 영동전통시장 근처 ‘뒷골집’이다. 황간 출신의 주인장 유명자(73)씨가 32살에 개업해 40여 년간을 운영하고 있는 식당으로, 오로지 올뱅이로만 음식을 만들어 낸다. 올뱅이국밥, 올뱅이무침, 올뱅이전골 등등이다.

“영동읍에서는 처음으로 올뱅이국밥집을 시작했어요.” 원래 황간면 사람으로 어릴 적 황간 초강천변에서 올뱅이를 잡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유씨의 말이다. 별다른 놀이가 없는 시골에서 올뱅이잡이는 아이들에게 좋은 놀 거리이자 군것질 거리였을 것이다.

“집안 어른이 빈혈 있으면 아이들에게 금상교 다리 아래에서 올뱅이를 잡아오라고 시켜요. 그러면 지천으로 널려있는 올뱅이를 잡아드렸는데, 이 올뱅이가 알고 보니 간에도 좋고 위장에도 좋지만 빈혈에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올뱅이 음식’은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노동집약적 음식’ 중 하나이다. 단단한 올뱅이 껍데기에서 하나씩 하나씩 속살을 일일이 까내야 음식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유씨 또한 올뱅이 속살을 까는 데에는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

“1시간이면 국 대접으로 두어 대접 정도 까지요. 올뱅이 10㎏ 정도 까면 큰 놈은 속살이 4㎏, 적은 놈은 3㎏정도 나옵니다. 우리는 주로 금강 상류에서 가져온 큰 올뱅이를 쓰기에 그나마 일손이 덜해요. 큰 놈을 쓰면 국물도 진하고 맛도 좋고요.” 유씨의 설명이다.

■푸스르름 맑은데 진한 올뱅이국

‘올뱅이국밥’과 ‘깐올갱이’를 주문한다. ‘깐올갱이’는 국밥에 올갱이를 더 넣어 먹고 싶을 때 함께 시키면 된다. 곧이어 음식이 상에 오르는데, 올뱅이 색깔이 마치 비취나 청옥처럼 파르랗다.

‘올뱅이국’ 한 술 떠먹는다. 푸르스름한 색이 감도는 맑은 국물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심의 바다물빛 같다. 휘휘~ 휘저어보니 국 안에는 파, 정구지, 얼갈이 등속이 들어갔다. 땡초는 따로 내준다.

그런데 떠먹어 보니 국물이 진하다. 약간 끈적인다 할 정도로 혀끝에 점도가 묻는다. 주인장 말로는 ‘올뱅이를 삶은 물에다 된장을 풀어서 3번 정도 끓여내면 국물이 진하고 구수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칼칼하다. 손님에 따라 해장용은 땡초를 듬뿍 넣고 끓여낸단다.

뜨끈한 국물 연거푸 서너 술을 뜬다. 시원하고 진하고 칼칼하다. 떠먹을수록 속이 편안해진다. 해장국의 삼위일체, 갖출 건 다 갖췄다. 게다가 구수한 된장 베이스이니 일러 무엇 하랴. 해장하러 왔다가 술국으로 소주 두어 병은 족히 까겠다.

그도 그럴 것이 올뱅이는 영양성분상 간 기능 회복과 장 건강에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기에 해장국으로는 그저 그만일 게다.

올뱅이살을 먹는다. 꼬들꼬들하면서 탱탱한 탄력이 느껴진다. 그리고 약간의 기분 좋은 흙내가 코끝을 스민다. 계속 씹으니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가끔씩 모래가 씹히듯 바삭거린다. 이는 난태생(卵胎生)인 올뱅이가 껍데기가 갓 생성된 새끼를 배고 있어, 이들이 씹히는 식감이다. 제철인 6월에는 산란기를 지나며 식감이 좋아진다.

올뱅이국에 밥을 만다. 국물이 밥알에 스며들면서 제대로인 국밥 형태를 갖춘다. 한 술 퍼먹으니 올뱅이살은 탱글탱글, 국물은 칼칼쌉사레, 밥은 구수한 맛을 한껏 끌어올려 준다. 입 안 가득 금강 상류의 물길처럼 돌아들고 꺾이고 휘어지며 웅숭한 맛을 낸다. 허벅허벅 먹다보니 어느새 그릇이 비어있다.

금강의 푸른 물빛을 닮아 차고 맑은 성정을 가진 올뱅이. 청정한 충청지역의 햇살 속에서 꼬물꼬물 자라난 이들로 만들어 낸 올뱅이국은 그만큼 사람의 몸을 정화시켜내는 음식이기도 하겠다. 제철 6월의 음식으로 여름을 이겨내기에도 안성맞춤인 한 그릇, 올뱅이국밥이다.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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