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 남자건 외계인이건 상관 안 해”
대사만 들어도 청량해지는 여름드라마 BEST4
여름에 생각나는 옛날 드라마가 ‘여름향기’뿐이라니! 제목에 여름이 들어가지 않아도 여름의 향기를 물씬 풍기며 추억을 몰고오는 드라마들이 있다. 여름에 방영됐거나, 배경이 여름인 이들 작품은 많은 사람의 ‘어느 여름’을 대신하는 추억으로 자리잡아 두고두고 리플레이된다. 하나하나 씹고 뜯으며 즐겨야 할 명작들을 우선 ‘맛보기’로 훑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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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프린스 1호점.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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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스 1호점(2007년 7월·MBC)
“널 좋아해.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해. 가보자 갈 때까지”라는 최한결(공유)의 대사를 토씨까지 기억한다면 당신은 명실상부 커프 덕후. 고은찬(윤은혜)에 대한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던 최한성(공유)이 터져나오는 마음을 누르지 못해 뱉어내는 말이다. 작가도 그때 이 문장이 명대사로 길이 남을 거라 예상했을까. 최한성(이선균)이 한유주(채정안)에게 전화로 불러주던 ‘바다여행’을 들으면 순식간에 그 해 여름으로 플래시백된다. 한여름 다섯 꽃미남(1명은 트릭)이 운영하던 카페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청량함은 여름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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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밭 그 사나이.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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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그 사나이(2006년 6월·KBS)
국민드라마 주몽과 동시간대에 붙어 최고 시청률 7.8%에 그친(지상파 밖에 없던 당시엔 시청률 20%는 넘어줘야 성공한 드라마로 쳤으니) 비운의 로코. 그러나 브라운관에서는 낯선 얼굴이었던 포도 농사꾼 장택기(오만석)는 ‘농촌 에릭’이란 애칭을 얻으며 단박에 스타로 떠올랐다. “이지으이~(이지은이)”를 외치며 철 없는 도시 아가씨 이지은(윤은혜)과 투닥대던 그는 사실 ‘헤드윅’으로 명성을 떨치던 뮤지컬계의 톱스타였다. 반딧불이가 수놓은 밤 호수가 씬과 오만석이 엄청난 노래 실력을 뽐내 수많은 여성팬을 홀릭시킨 여름밤 원두막 씬이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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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이름은김삼순.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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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 6월·MBC)
설명이 필요없는 공전의 히트 드라마. 60㎏ 넘는 여주인공이 등장해 절정의 인기를 누린 최초의 로코 드라마 아니었을까. 서른 언저리 여성의 연애·결혼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룰 ‘뻔’했지만, 당시 20대였던 남주 현빈(현진헌 역)의 외모와 스펙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다. 파티쉐 김삼순(김선아)과 고급 레스토랑 주인인 현진헌 커플/오랜 연인이지만 어떤 오해로 결별했다 다시 만난 현진헌·유희진(정려원)의 투트랙도 당시로선 실험적이었다. 써브 여주가 얄밉지 않고 애틋하기까지 하면 어쩌란 건지. “추억은 추억일 뿐이죠. 추억에는 힘이 없어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야무진 명대사를 날리며 가련한 구 여친을 당차게 밀어내던 삼순이는 우리나라 드라마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뒤흔들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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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목소리가 들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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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년 6월·SBS)
이 드라마를 여름 드라마로 꼽는 이유는 단지 여름이 배경이고 남녀주인공이 반팔을 입고 나왔기 때문은 아니다. 속물 변호사 장혜성(이보영)과 마음의 소리를 듣는 능력을 지닌 박수하(이종석)의 스토리보다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건 살인마 민준국(정웅인)의 사악한 표정이다. 상콤한 사랑이야기와 서늘한 공포가 완벽하게 공존해 퀄리티 높은 여름 드라마로 기억된다. 아, 사실 이 드라마는 법정물이다. “아니지 얘야, 순서가 틀렸잖아. 진실이 재판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재판에서 이기는 게 진실이야”같은 속쓰린 명대사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죽일 거다”(ㄷㄷㄷ)라는 민준국의 대사를 더 많이 기억하지 않을까.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