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착공계획 지키기 어려워
- 콘텐츠·관광 경쟁력 약화 우려
- 지역특화 세트장 영진위는 머뭇
10년 넘게 표류하다가 어렵게 재개된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종합촬영소 건립 기본설계가 일시 중단됐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촬영소들이 경쟁적으로 문을 여는 상황에서 설계 중단이 장기화 될 경우 자칫 사업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진위는 기장군 장안읍 기룡리 도예촌 일원에 2만227㎡ 규모로 조성 중인 부산종합촬영소의 기본설계 작업이 중단된 상태라고 3일 밝혔다.
앞서 영진위는 제작자 등 영화인을 상대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고 그 내용을 기본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설계 작업을 2개월간 중단했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영화계는 촬영소 내 후반작업 시설을 줄이고 스태프 숙소 등의 부대시설을 늘리는 쪽으로 설계 계획을 바꿔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지난해 7월 시작한 종합촬영소 기본설계 용역 계약은 지난달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단된 설계가 영진위의 예상대로 이달 중순 재개되더라도 애초 계획보다 2개월가량 공사가 지체돼 올해 10월 계획된 착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관계자는 “수렴된 영화계 의견을 반영해 9월 기본설계를 마치려 한다. 오는 12월 착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시와 지역 영화계는 사업 지연의 장기화를 우려한다. 전국 각지에서 영화 촬영 스튜디오를 세우며 관련 산업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도예촌 촬영소 건립이 늦어지면 영화 로케이션 산업과 관광 산업을 연계하려는 노력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영진위가 매각한 남양주 종합 촬영소는 유명 건설사가 인수해 확장 운영하기로 했다. 파주에는 드라마 영화 예능 콘텐츠 제작과 체험 관광이 복합적으로 가능한 CJ E&M의 아시아 최대 규모 콘텐츠 월드가 2023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논산에는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오픈 촬영 세트장이 남아 있는 등 전국 20여 곳에 스튜디오와 세트장이 조성되거나 운영 중이다. 시 관계자는 “수도권 촬영장은 서울과 가까워 경쟁력이 높다. 타지 시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자리잡기 전에 빨리 촬영장이 완성돼야 하는데, 사업이 더 늦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수중 촬영장과 같은, 부산의 특화된 촬영 스튜디오를 설계에 반영해달라고 영진위에 요구했다. 아울러 최근 국내 대형 드라마 제작사가 부산영상위원회와 기장군에 경성을 배경으로 한 상설 야외 세트장을 지역에 두자고 제안했으나 현실화는 쉽지 않다. 대상 부지의 10%인 기장군 사업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 90%가 종합촬영소 부지에 해당하지만, 영진위가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탓이다. 영진위 측은 “제작사로부터 구체적 계획 없이 의견만 들은 상황에서 우리가 결정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영상위 관계자는 “제작자가 타지 2곳에도 비슷한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종합촬영소만으로 관광산업과 연계하기 쉽지 않다. 영진위의 무관심에 좋은 기회가 날아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