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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진의 무비셰프 <15>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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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진의 무비셰프 <15>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

푸른 눈동자의 매력남, 브래들리 쿠퍼

어딘가 모르게 좀 띨빡해 보이는 남자다. 그래서 더 정이 가는 걸까.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부드럽고 따뜻한 푸른 눈빛이 매력적인 사나이. 말론 브란도나 알 파치노처럼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녔다기보다 다정하고 섬세한 모습이다(섹시 스위트 가이, 프리티 보이로 알려짐). 내가 말할 때 잘 들어주고 위로의 말을 건네줄 것 같은, 그런 이미지를 지녔다.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웃고 있는 브래들리 쿠퍼 모습에서 남 이야기도 잘 들어줄 것 같은 친근한 느낌이 묻어나온다.
 그가 나온 영화를 다 보진 못했지만, ‘아메리칸 스나이퍼’(2014년) 말고는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심각한 배역을 맡은 적은 거의 없어 보인다. 넷플릭스에서 그가 주인공 애덤 존스역을 맡은 ‘더 셰프’(2015년)를 보았다. 영화적인 액센트가 크게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최고의 셰프가 되려면 초인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과 한 점 요리는 창조적 예술작품이며 자존심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다. 아름답고 맛있는 요리가 고객 식탁에 오르기까지 주방에서 벌어지는 전쟁 같은 상황이 속도감 있게 펼쳐졌다. 이른바 ‘치킨전쟁’이다. 주방에 감도는 뜨거운 열기와 압박감을 견디며 요리에 집중하는 ‘셰프 어벤져스 군단’ 면모를 과시한다.

 이런 전쟁 같은 상황 자체가 흥미로웠다. 절대 미각 소스 전문가 스위니 역을 한 뉴욕 출신 배우 시에나 밀러(1981년생)에 눈길이 간 영화였다. 브래들리가 저격수로 출연한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그의 아내 역으로도 출연했다.

   
좌충우돌과 인간 욕망 무한정의 법칙을 시원하게 보여준 영화 ‘리미트리스’의 포스터. 브래들리 쿠퍼는 이 영화에서 활력 있고 화려한 연기를 보여준다.
●현란·화려한 연기 보여준 ‘리미트리스’

브래들리 쿠펴는 가늘고 뾰족한 턱선 때문에 수염을 깎았을 때는 평범한 얼굴이다. 그래서 대부분 그가 출연한 영화에서 수염을 어느 정도 기르고 나오는 편이다(단지 내 생각). 외관상 그를 돋보이게 하는 건 푸른 눈동자와 균형 잡힌 몸이다(정장 핏이 매우 좋음). 시원한 웃음도 매력적이다.

브래들리가 처음 내 머릿속에 각인된 영화는 ‘리미트리스’(2011년) 였다. 몹시 흥미로운 영화였다. LIMITLESS는 ‘한계 없는’ ‘무한정한’의 뜻이다. 영화 내용으로 봐서 뇌의 무한한 능력을 말함이다. 앨런 글린(Alan Glynn)의 소설 ‘The Dark Fields’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잠자던 뇌 기능을 깨워 백 프로 가동이 가능하게 만드는 약물의 일종인 NZT-48을 접한 삼류 작가가 만능 천재로 변해가는 내용을 다룬다. 이 약 복용 직후부터 보고 들은 걸 모두 기억하고, 약 먹기 전 경험이든 뭐든 떠올릴 수 있다니!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는 현란하고 화려했다.

●심지어 이 영화 ‘약빨’이 오래간다

이전 작 ‘행오버’(2009년)는 술에 취해 온갖 사고를 치던 ‘진상남’ 교사 브래들리 쿠퍼가 ‘리미트리스’에선 약물에 기댄 ‘슈퍼 만능남’이 돼 돌아왔다. 영화 초반 머리를 뒤로 묶고 초췌하고 하고 찌질한 모습으로 3류 인생을 살던 에디 모라(브래드리 쿠퍼)는 능력 있는 여친한테도 차이고 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전 부인의 동생을 만나 문제의 그 약 NZT-48 한 알을 얻어 밑져봐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복용한다. 집세 내라고 독촉하던 집주인을 만났을 때 점점 약빨을 받으면서 뇌가 급속도로 활성화된다. 집주인이 가진 책을 알아보고 책 내용까지 일사천리로 분석하자 집주인은 놀란다. 결국 집주인이 논문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고 단숨에 논문을 써주고 집세 문제도 해결하는 것이 약빨을 받고 거둔 첫 성과물이다.

인간 욕망은 끝이 없다. 갑자기 일류 작가가 되는가 싶더니 집어치우고 어마무시 큰돈을 버는 데 눈독을 들인다. 완벽한 인생역전! 엄청난 피아노 실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모든 외국어를 그 자리에서 통달하고 주식의 미래를 훤하게 꿰뚫어 막대한 부를 쌓는다. 주인공 에디가 약을 먹고 난 이후의 화면은 밝고 화사한 색감으로 변해간다. 환상적인 이미지들이 곁들여지고 에디의 시점을 각종 시청각 효과를 동원하여 구성한다. 관객에게 가상체험을 하는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이야기는 막판에 파멸의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인공 에디는 어떡하든 약을 구해 영화 엔딩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원작 소설과 다르다. 소설은 약이 아무리 좋더라도 결국엔 파멸로 치닫는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

● 제니퍼 로렌스와 4편, 로버트 드 니로와 4편

브래들리 찰스 쿠퍼(Bradley Charles Cooper, 1975년생)는 미식축구(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열성 팬)와 야구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미국인 인상으로 아버지는 아일랜드계 어머니는 이탈리아계란다. 배우·감독·제작자이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세계 최고 배우 중 한 명이었기에 다양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후보로 단골로 이름을 올렸다. ‘피플’ 선정 ‘2011년 가장 섹시한 남자’, ‘타임’ 선정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근교에서 자랐다. 1997년 조지타운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뉴욕주 뉴 스쿨의 액터스 스튜디오에서 연기학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프랑스어도 공부했다. 인터뷰 중 가끔 프랑스어로 말한다. 개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방송 현장이나 화보 촬영장 등에서 종종 애견들과 함께한다.

‘ 정익진의 무비셰프’ 제 8회에서 다뤘던 제니퍼 로렌스와는 무려 4편의 영화에 함께 출연했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메리칸 허슬’ ‘조이’에 함께 출연했고 수잔 비에르 감독의 ‘세레나’에도 같이 나왔다. 이런 이유로 제니퍼 로렌스와는 난데없는 스캔들에 휩싸이기도 했으며, 제니퍼는 브래들리를 ‘직장 남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브래들리 쿠퍼는 연기의 달인 ‘로버트 드 니로’와도 4편을 같이 찍었다.

그러니까 브래들리 쿠퍼, 이 남자배우는 코믹하고 유쾌한 연애사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나 전쟁물, 액션이 가미된 스포츠 영화에 잘 어울린다. 좀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면모가 가미된 그런 역할에는 왠지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스’(무비셰프 제8회에서 많이 언급했음)에서 미확정 조울증과 분노조절 장애를 겪는 펫 역할이었다. 새벽 3시에 벌떡 일어나 자신의 웨딩 비디오테이프를 찾겠다며 엄마아빠 다 깨워 생난리 부르스를 추다가 결국 분노장애를 못 이기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는 바람에 온 동네 사람 다 깨우는 그 장면, 관객으로서는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 실존했던 저격수의 삶을 그대로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 인생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한 장면.
2014년 쿠퍼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실존인물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 역을 맡았다. 우선, 이 영화에서 좀 둔탁해 보였다. 이유가 있었다. 쿠퍼는 이 영화를 위해 3개월 동안 엄격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 17kg를 찌웠다. 저격수가 쓴 소총의 사용법을 배우려고 미 해군 베테랑과 함께 군사훈련을 받았다. 쿠퍼는 “크리스를 흉내 내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내가 크리스가 되지 않으면 이 역할을 해낼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걸음걸이, 말투를 연구했다. 나 스스로가 크리스라고 믿을 때까지 계속했다”고 말함으로써 액터즈 스튜디오 출신임을 증명했다.

스나이퍼(저격수)란 어떤 사람일까. 총을 쏠 때 어떤 마음일까. 우선 저격수는 타깃이 정해지면 상대(타킷)가 전혀 눈치챌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 공간은 멀면 멀수록 좋고 시간은 예측할 수 없어야 한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며 상대가 사정권 안에 포착되면 단 한방으로 제거해야 한다. 총알이 빗나갔을 경우 자기 위치가 발각돼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

상대가 누구이든 저격수에게는 과녁일 뿐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경우에는 저격수 자신이 위험에 빠질 경우가 많다.

●무시무시한 갈등의 무게를 전한 연기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주인공 크리스가 목표물을 두고 심리 갈등을 겪는 장면이 있다. 크리스가 조준한 과녁 안에 폭탄을 소지한 아이와 소년의 엄마가 포착된다. 엄마가 소년에게 폭탄을 건네고 소년은 수류탄을 들고 미 해병을 향해 돌진하는 순간 크리스의 총알이 소년을 관통한다. 엄마는 절규하며 미군 부대로 달려든다. 또 한발 총알이 그 엄마의 가슴에 정확하게 꽂혀 피를 튀긴다. 민간인 모자 사살이다. 미국에서는 그를 영웅이라 부를 것이다. 이라크에서는 악마라며 현상금을 내걸었다.

장면 또 하나. 한 아이가 박격포를 집어 들고 가져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카일도 이 아이를 쏘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에 휩싸였을 때, 아이가 무기를 버리고 뛰어가는 것을 보고 신음 같은 한숨을 강하게 내쉬며 총구를 거둬들이는 장면이다. 이런 숨 막히는 상황의 연속에서 크리스는 자기 영혼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을까.

군사작전이 끝나 전역한 크리스는 귀국하지만 극한 심리적 갈등으로 곧바로 집에 가지 못하고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비로소 흐느낀다. 전쟁터라는 학살의 도가니에서 얻은 정신적 상처(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폭력 성향을 드러내는 크리스를 볼 때마다 불안한 아내의 권고로 크리스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크리스는 말한다. 적을 죽인 건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라 신의 전당 앞에서도 당당하지만, 동료를 구하지 못한 것을 몹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의리 있고 동료애가 투철한 표정). 아직 전쟁터에는 자기를 필요로 하는 동료가 많이 있다 한다. 의사는 상이용사들을 돌봐주고 시간을 함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크리스는 상이군인들을 사격장에 데려가 사격술도 지도하며 보살피는 역할을 하면서 안정감을 찾는다.

● 레이디 가가와 함께 열연한 ‘스타 이즈 본’

   
브래들리 쿠퍼가 유명한 음악인 레이디 가가와 함께 출연한 2018년 영화 ‘스타 이즈 본’ 포스터.
고향 텍사스로 돌아온 크리스는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크리스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크리스는 아들을 데리고 사냥도 가고 딸과 장난치며 다정한 아빠 일에 몰두한다. 어느 날 해병대에서 제대한 루스라는 남자와 사격장으로 향하는 크리스를 문틈으로 지켜보던 크리스 아내의 표정에 불길함이 깃든다. 마지막 자막이 뜬다. “크리스는 그날 참전용사에게 살해당했다.” 행복의 문턱을 간신히 넘기자 죽음을 맞이한다. 이렇게 허망할 수가! 관에 못을 박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스타 이즈 본’(A Sta is Born, 2018년). 뮤지컬 로맨스 영화다. 브래들리 쿠퍼가 출연·감독·제작했다. 이 영화는 보지 못했다. 트레일러에서 여주인공 레이디 가가(1986년생)와 노래하는 장면이 보기 좋았다. 브래들리의 목소리는 알코올에 절은 듯 더욱 탁했지만, 듣기 좋았다. 수염과 머리카락도 많이 기른 모습으로 파멸의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남자 잭슨 메인 역할을 하며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예전에 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1942년생)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1936년생) 주연 ‘스타탄생(1976년)’의 또 하나의 버전이다.

작사·작곡에 더하여 놀라운 가창력을 갖췄지만 외모에 자신이 없는 웨이트리스 앨리(레이디 가가)는 작은 바에서 공연하다가 톱스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을 만나고 잭슨은 앨리의 실력을 단번에 알아챈다. 오랜 세월 굉음에 가까운 앰프 소리에 청력이 마비되고 이명현상까지 겪는 잭슨은 앨리를 통해 파멸적인 삶을 회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이후 잭슨의 도움으로 앨리는 최고 스타가 된다. 스타 탄생이다. 앨리는 그래미상 3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신인상까지 거머쥐지만 철저한 스타 시스템 속에 자신의 것을 잃어간다. 그런 앨리를 보며 잭슨은 고통받는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된다.

   
브래들리 쿠퍼는 반려견을 사랑해 촬영 현장에도 종종 데려간다고 한다.
추신: 브래들리 쿠퍼는 할리우드 출연료에 대한 성차별을 끔찍한 일이라 비판했다. ‘아메리칸 허슬’(2013년)에서 에이미 아담스(1974년생)가 자신보다 더 비중이 큰데 더 적은 출연료을 받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성차별 개선을 위해 자기 출연료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똑같이 할리우드 출연료 성차별을 비판한 제니퍼 로렌스의 의견을 지지하였다. 브래들리는 17개 자선구호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2009년 알츠하이머협회 캐치프레이즈인 ‘ACT’가 적힌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홍보 활동을 하였다. 이 협회 ‘셀러브리티 챔피언스’ 명단에 올라가 있다. 2015년 5월, 쿠퍼는 호지킨 림프종을 앓는 배우 앤서니 대니얼스와 함께 ‘굿 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골수 기증을 장려했다. 쿠퍼의 아버지는 폐암으로 타계하기 전 호지킨 림프종을 앓았다고 한다. 쿠퍼는 암 연구 단체이자 자선단체 ‘스탠드 업 투 캔서’의 홍보영상을 촬영했다.시인·ijj07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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