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뻐꾸기 다른 종 둥지에 알 낳아
- 귀뚜라미는 집단 내 서열 정리
이 고전엔 유전자가 내리는 지령에 따라 동물 세계에서 펼쳐지는 기발한 생존 병법이 소개돼 흥미를 돋운다. 대체로 수컷은 기회 나는 대로 교미하기 위해 암컷을 힐긋거리고, 자식 양육에 관심을 두지 않게 설계된 존재다. 저자는 3번 결혼, 2번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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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냐 마사이 마라 국립보호구 초원에서 톰슨가젤들이 경계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이동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작은 영양인 톰슨가젤을 보자. 무리를 이루다가 포식자를 만나면 펄쩍펄쩍 뛰는 개체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포식자 시선을 끌어 동족을 안전하게 도망치게 하는 희생정신일까. 동물행동학자가 내놓은 행동 분석은 이렇다. ‘포식자야. 나는 이렇게 높이 뛰어오를 정도로 건강해. 날 잡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아.’ 귀뚜라미는 집단 내 서열을 정한다. 불필요한 싸움을 줄여 생존율을 안정시키는 전략. 집단 내 개체별 전적을 공유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개체 간 싸움이 무작위로 진행됐다. 승패 빈도에 따라 우열 순위가 자리 잡고 무리 내 심한 다툼이 점차 줄었다. ‘허세 부리다간 큰코다칠 뿐이야.’
뻐꾸기는 다른 종 둥지에 알을 슬쩍 밀어 넣는다. 탁란(托卵)이다. 그곳에서 태어난 덩치 큰 뻐꾸기 새끼는 부화하지 않은 알을 등에 져서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조금 성장하면 뻐꾸기 새끼는 피탁란 어미 새보다 커진다. 유달리 큰 입으로 먹이를 족족 받아먹는다. 피탁란 어미 새가 진짜 자기 새끼와 비슷하지도 않은 뻐꾸기 새끼를 구분 못 하는 이유는?
학자들은 피탁란 어미 새가 뻐꾸기 새끼에게 속는 게 오히려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렇게 당하는 쪽으로 진화해왔다고 본다. 어미 새가 속지 않으려면 뇌나 눈이 더 발달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큰 유전자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 경우 힘들더라도 뻐꾸기 새끼를 먹여 기르는 편이 생존에 유리하다. ‘속는 게 버는 거야!’
흡혈박쥐는 굶주린 동료에게 채집해온 피를 토해 먹여주기도 한다. 자신도 사냥에 실패해 굶주릴 때를 대비한 호혜적 이타주의 행동이다. 이는 상대 친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새끼나 잠자리 주변 동족엔 후하고 낯선 개체엔 야박하다. 나누고 협력하는 모습은 인간이 흡혈박쥐에 가진 고정관념을 깨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