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개막한 제38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는 영화제 기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랙티브 무비(쇼츠)’ 6편을 소개했다. 1967년 시작된 인터랙티브 무비는 관객이 화면 속 영상과 스피커의 음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능동적으로 영화 전개에 참여하게 하는 장르로, 최근 스마트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영화 개척 분야로 꼽힌다. 인터랙티브 장르를 처음 선보인 지난해 BISFF 때는 인터랙티브 분야 선구자인 다비드 뒤프렌느 감독의 작품 3편이 주로 상영됐는데, 올해는 게임과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등 더 다채로운 작품이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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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인터랙티브 상영작. 왼쪽부터 ‘당신의 옆에’ ‘5분’ ‘회색 시선’. BISFF 제공 |
■게임같은 영화 체험
막시밀리안 니만 감독의 ‘당신의 옆에’는 복수의 선택지 중 한 가지를 고르는 식의 통상적인 인터랙티브 무비 방식을 탈피한다. 영화 초반 게임 로딩과 같은 버퍼링이 시작되는데, 이때 관객은 ‘5개의 증거를 수집하라’는 메시지를 보게 된다. 메시지에 따라 키보드의 스페이스 바를 누르니 마녀사냥이 일어났던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노인의 시선을 빌려 영화가 전개됐다. 화면 아래에는 스트리밍 상황을 보여주는 그래프가 흐르는데, 그래프 파동이 올라오는 순간에 맞춰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노인의 시선이 머문 자리에서 벌어졌던 ‘마녀사냥’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변곡점이 될 만한 상황이 올 때마다 스페이스 바를 누를 기회가 왔고, 스페이스 바를 누르자 지난 상황을 유추해 해당 장면이 영상으로 펼쳐졌다. 확보한 증거 영상에 따라 제각각 다른 결말을 볼 수 있었다.
좀비물인 ‘5분’은 보는 내내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을 줬다. 영화 시작 전 관객은 TOURIST, MODERATE, HELL 등 3가지 모드 중 선택을 해야 한다. 도끼 그림이 그려진 HELL 키를 누르자 방안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남성이 등장한다. 좀비에게 물린 듯한 이 남성은 바로 옆방에 숨은 딸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좀비가 문을 부수고 들이닥칠 수도 있는 급박한 순간, 제시되는 패턴에 따라 ‘SWIPE(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내리는 행위)’를 하거나 움직이는 모형에 따라 손가락으로 ‘TAP(화면 두드리기)’을 해야 한다. 이런 동작을 하면 무기로 좀비를 때리거나 사격을 한다. 데스크톱과 태블릿PC 두 가지로 영화를 경험했는데, 화면 터치가 원활한 태블릿PC 관람을 추천한다.
■선택지 방식도 참신
두 남성으로부터 동시에 연락을 받고 고민하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다룬 장가영 감독의 ‘러브 초이스’는 ‘선택’이라는 정통적인 인터랙티브 무비 소재가 잘 드러났다. 이유정 감독의 ‘회색 시선’은 과거 학교폭력을 경험한 여주인공이 성인이 된 뒤 다시 마주하는 집단 폭력의 상황에서 선택을 하는 영화다. 다른 선택지가 주는 내용이나 결말에 별 차이가 없어서 아쉬웠다. ▷잠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서랍 속 일기장을 발견하고 기억을 되찾는 ‘내 기억 속의 너는(감독 강서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시골로 온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커피와 유자 사이(감독 김현성, 정희수)’ 등은 소재와 방식이 신선했다.
영화제는 26일 오후 6시30분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특히 이날 아카데미 후보작인 한국 애니메이션 ‘오페라’의 수상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앞서 개막작을 본 관객이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항의해 기술 점검이 이뤄졌으나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훈 선임프로그래머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영화가 많이 출품됐고, 3D 영화의 기술 발전도 확인했다. 한국 음악가가 영화의전당에서 네덜란드 현지 감독과 실시간으로 벌인 이미지 사운드 퍼포먼스도 관심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