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장이 무너진들 끝난 게 아니잖아
지붕이 없어져도 기회는 또 있잖아
썩어서 문드러져도 바람까지 다 쉰다
겨울에 베어지면 또다시 피어나듯
단둘이 앉아서도 기쁨이 넘쳐난다
오늘도 여린 싹 돋아 소곤대는 안식처
줄기와 잎도, 꽃과 열매도 다 내어주고 평생을 자식 위해 살아오신 우리네 부모님, 가진 것 아낌없이 다 내어주신 나무 밑동이셨고 그루터기셨지요. 그런 밑동이 있었기에 여린 싹은 다시 돋아나고 그 자리에 앉아 쉬어가던 만물은 다시 힘을 얻습니다. 시인은 스스로 그루터기가 되어 독자에게 편안히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합니다. 나도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빈 의자가 되고 싶습니다. 하정철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