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갖 고초에도 끝까지 주인 지켜
작달막한 배불뚝이 산초 판사(Sancho Panza)는 돈키호테 종자(從者)이지만 주인 못잖은 등장인물이다. 저자는 전편 서문에서 산초에 주목해 달라며 애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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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직한 종자 산초 판사. |
그는 겁 많고 어리숙하면서도 지혜롭다. 읽고 쓰지 못해도 세파를 헤쳐나가는 데 능수능란하다. 사욕을 차리되 선을 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길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 주인 광기에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돕는 충직한 동반자다. 그는 타고 다니는 당나귀를 ‘잿빛’이라고 부른다. 동물을 사랑하는 이는 선량한 법.
입담이 대단한 산초는 웃음 제조기다.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속담을 끌어와 말하는데 대개 엉터리 인용이다. 수다까지 심해 돈키호테가 질색하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전편을 읽은 독자는 산초를 섬 통치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돈키호테 약속이 지켜질지 궁금하다. 속편에서 약속은 이행된다. 그 내막은 독자 몫으로 남겨둘 일이고 한 가지는 밝혀도 될 듯하다. 산초는 10일만 통치하고 주인 곁으로 스스로 돌아온다. “벌거숭이로 통치하러 갔고 벌거숭이로 돌아왔습니다요.” 권력 무상을 경계하는 우화 같다. 산초는 자신이 통치자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실천했으니 돈키호테 말마따나 ‘철학자’다.
몸으로 부딪치고 짓밟혀도 끝내 살아남았다. 방랑 기사 꿈을 접고 죽어가는 돈키호테와 끝까지 함께한 이가 산초였다. ‘산초’는 그리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