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대한의 대안 모색 <1> 왜 라이브클럽은 자꾸 사라질까

공연장을 공연장이라 못 부르고…낡은 규제에 인디 문화 설 자리 잃다

  • 이대한 시민기자
  •  |   입력 : 2021-04-08 19:12:48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인디뮤지션 소개하고 DJ 발굴
- 부산 라이브클럽 ‘15피트언더’

- 지역문화 공간으로 키워왔지만
- 일반음식점 등록해야 하는 등
- 제도적 현실에 ‘코로나 이중고’

- 유해업소라는 차별 시선까지
- 끝내 못 버티고 10년 만에 폐업

4월 1일 만우절은 재치 있는 농담을 곁들인 유쾌한 거짓말로 서로를 웃게 하고, 이를 핑계로 그간 말하지 못한 진심을 넌지시 전하기도 하는 날이다. 하필이면 만우절에 전해져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거나 기억에 오래 남는 사건이 있다. 예컨대 배우 장국영의 죽음이 그랬다. 좋은 음악을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부산 남구 대연동의 공간 ‘15피트언더(15FeetUnder)’의 폐업 소식이 이 목록에 추가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부산 경성대·부경대 앞 음악공간 오방가르드에서 펼쳐진 공연 모습이다. 이대한 제공
2019년, 누군가 거듭 제기한 민원으로 2주간 영업제한 조치를 받았음에도 꿋꿋이 버텨온 이 공간은 코로나 시국과 법 규정의 사각에서 어떤 보호도 받지 못했고, 전국 유명 DJ와 뮤지션이 찾아와 음악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특유의 문화 또한 철저히 잊힌 채, 그렇게 사라졌다. 15피트언더는 왜 사라져야만 했을까.

■인디 문화 집어삼킨 코로나19

   
부산의 음악공간 15피트언더가 최근 돌린 폐업 안내문.
문화체육관광부 ‘코로나19 관련 문화예술분야 피해 추정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8월 공연 및 시각예술 분야에서 2646억 원의 매출액 피해가 발생했다. 2020년 5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실시한 ‘공연예술분야 피해 전수 조사’ 결과 또한 코로나 19로 운영상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기관이 82.4%에 이르렀다. 문화예술계의 직접 타격은 현재 진행 중이며, 회복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인디 음악을 소개하는 창구이자, 새로운 음악을 듣는 ‘라이브 클럽’은 이런 피해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사각에 놓여있다. 공연을 올리고,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이지만 ‘대중음악’과 ‘인디음악’ ‘공연장’과 ‘문화공간’의 구분 과정에서 늘 소외되는 라이브클럽은 절벽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중이다.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

   
15피트언더에 걸려 있던 문구로, 대중음악 공간이 처한 복잡한 환경을 보여준다.
라이브 클럽이 밀집한 서울 홍익대 앞은 그 변화가 더 극심하다. 사라지는 라이브 클럽을 보다 못한 뮤지션들이 연대해 온라인 모금 운동도 전개했다. 올해 3월 8~14일 일주일간 잔나비, DJDOC, 해리빅버튼,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70여 팀이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라는 호소문을 걸고 온라인 공연을 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은 1주일간 5000만 원을 모금해 희망의 불씨를 댕겼다.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는 코로나 시국에서 애매한 가이드라인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컸던 라이브 클럽들의 연대를 도모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라이브 클럽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리고, 이런 상황을 개선할 새로운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이는 대중문화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식당에서 노래한 것 아니다”

오랜 기간 라이브 클럽의 발목을 잡았던 제도에 따른 갈등이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본격화된 모양새다. 무엇보다 라이브 클럽을 기반으로 한 한국 인디음악 문화가 20년 이상 지속됐음에도 여전히 라이브 클럽과 관련한 법령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홍대를 기반으로 한 소규모 라이브 클럽 상당수는 음료, 주류를 함께 파는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정식 공연장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영업한다. 어디까지나 ‘공연’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공간이지만 공연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라이브 클럽 운영 목적은 음악, 무용, 연극, 연예, 국악, 곡예 등 예술적 관람물을 대중이 직접 관람하게 하는 데 있다. 따라서 현행 공연법 시행령에서 요구하는 ‘연간 90일 이상 또는 계속하여 30일 이상 공연’ 목적의 공연장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인데, 티켓으로만 라이브 클럽 객석을 채울 수 있는 뮤지션이 적을 뿐더러, 새롭고 실험적인 음악을 대중 앞에 선보이니 운영에는 언제나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가벼운 음주나 취식은 뮤지션과 관객을 이어주고, 무대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공연장에서 주류 판매는 금지돼 있으므로 대다수 라이브 클럽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상황이다.

‘일반음식점에서는 춤출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라이브 클럽과 DJ들이 소개하는 음악이 주가 되는 소규모 댄스클럽도 운영에서 근원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공연과 춤이 가능하려면 ‘유흥주점’으로 등록하는 것이 맞지만, 일반음식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영세하게 운영되는 라이브 클럽에는 적용하기 힘들다.

■라이브 클럽은 정말 유해한가

“지역에 몇 없는 음악클럽으로 지난 10년간 훌륭한 DJ들을 소개했고 그들의 음악이 좋았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만난 15피트언더의 사장 조완준은 과거 10년간 을 회고하며, 힘 빠지는 상황임에도 15피트언더의 지난 시간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눈이 반짝였고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밴드들이 하는 공연과 DJ들이 틀어주는 음악은 정말 사회를 어지럽히는 문란한(?) 일일까. 15피트언더만 해도 맥주 한두 잔을 살 수 있는 만 원 남짓 돈만 있으면 하루 내내 좋은 음악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돈이 없어 주류를 사지 않은 채 조용히 음악만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도 있었다.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내게는 책을 대여하는 도서관과 그림을 보는 시립미술관처럼 일상적이고, 건전한 공간이었다.

라이브 클럽을 통해 탄생한 대중음악 아티스트는 또 얼마나 많은가. SBS에서 방영하는 ‘아카이브 K’는 그간 대중음악 내에서도 잘 인정받지 못했던 댄스뮤직, 이태원 문나이트, 홍대 앞 인디뮤직 등을 비중 있게 다뤘고, 클럽 문화를 통해 90년대 다양한 대중문화가 탄생할 수 있었음을 밝혔다. 이는 페스티벌을 쥐락펴락하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성장으로도 이어졌으나, 이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임시대책 말고 제도 개선을

최근 서울 마포구를 중심으로 번진 음악가들의 연대가 1998년 라이브 클럽 공연 합법화 운동 이후 한 단계 더 나아가 모호한 기준으로 생기는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애매한 기준이 너무 많다. 유흥주점과 일반음식점 그 사이에 있는 여러 사항에 관해 대대적인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공간의 면적과 매출 등만 비교해보아도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공간 운영자들과 뮤지션들이 연대하고 다시금 뭉쳐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경성대, 부경대 인근의 라이브 클럽 ‘노드’의 공동 운영을 맡고 있는 뮤지션 이광혁과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를 운영하는 이승철도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10년간 15피트언더에서 파생된 여러 활동까지 부정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담담히 소감을 말하는 15피트언더의 조완준 사장과 텅 빈 공간을 바라보다 소중한 공간을 또 한 곳 잃었다는 무기력함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시민기자·기획자·밴드 해피피플 멤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HMM, 본사 부산 이전…120명 업무 시작
  4. 4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5. 5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6. 6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부산~마닐라 하늘길 넓어진다…‘부산앓이’ 필리핀에도
  9. 9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0. 10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1. 1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2. 2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3. 3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4. 4[속보] 민주, '신천지 당원 가입 정황' 공식 확인
  5. 5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대 대비하는 부산과 동남권 미래 함께 열어가야"
  6. 6[속보]李대통령-트럼프 골프 라운딩?…靑 ‘한미정상 골프회동’ 대비 TF 구성
  7. 7[뭐라노] 금메달을 향한 두 가지 시선
  8. 8강경화 “한미 정보공유 제한, 풀기 어려운 현안…백악관 소통도 한계”
  9. 9경찰청장 대행 “한동훈 딸 의혹, 재수사 가능성 배제 안 해”
  10. 10“북극항로 경제성 철저검증…후속계획 반영을”
  1. 1HMM, 본사 부산 이전…120명 업무 시작
  2. 2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3. 3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4. 4부산~마닐라 하늘길 넓어진다…‘부산앓이’ 필리핀에도
  5. 5올해 쌀 6만6000t 남아돈다… 농식품부, 대책 마련 나서
  6. 6AI인재 양성 지원금 94% 수도권 쏠림…부산 1.5% 불과(종합)
  7. 7“항만공사 통합 목적·절차 불투명” 여야 없이 질타
  8. 8상호금융 339곳 대출 연체율 10%
  9. 9코스피 급락…2달만에 ‘매도 사이드카’ 발동
  10. 10국세청 '체납관리단' 실적 보니…절반은 100만원 미만 소액체납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4. 4‘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5. 5남해 대장군지, 삼별초 이전 ‘위계 높은 건물지’ 확인
  6. 6김지용 중수청장 후보 “임은정 공개 비판,부적절 행위”
  7. 7홈플러스 인천 구월점서 칼부림 신고…6∼8명 부상
  8. 8“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9. 9‘100원 등하교 버스’ 경남 전역 확대…기초학력전담교사도 늘려
  10. 10“복지시설 몇 년 일했지만 퇴직금 0원”…공공부문도 꼼수 채용
  1. 1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2. 2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3. 3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4. 4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5. 5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6. 6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7. 7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8. 8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9. 9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10. 10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