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로 돌아온 ‘펜트하우스’가 최고 시청률 27%를 기록하며 화제다. 이 드라마 속 불륜 주인공들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욕망과 복수를 위해 결탁하고 연대한다. 불륜은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인데, 자고 일어나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는 알 수 없는 러브 라인이 김순옥 표 불륜 드라마의 독한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2014년 ‘밀회’가 적어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움직인 여주인공을 그렸다면, ‘펜트하우스’ 여주인공들은 기계처럼 철저히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불륜 막장’이라고 치부하기엔 한국 사회 폐부를 파헤치며, 고도로 계산된 작가의 설계에 몰입하게 한다.
‘막장’이 장르가 된 한국 드라마의 70년 역사에서 불륜극을 되짚어 보자면, 본격적 시작은 1969년 MBC ‘개구리 남편’일 것이다. MBC가 개국 일일 드라마로 방영한 ‘개구리 남편’은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KBS의 교훈적 따분함을 벗어나 오락 기능에 집중한 MBC가 TBC와 더불어 자극적· 파격적 소재를 경쟁하며 찾은 대안이 김수현의 멜로 드라마였던 것이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라디오 작가로 데뷔한 지 2년도 채 안 된 신인 김수현이 보여준 불륜 드라마에 대중은 경악했지만, 파격적인 소재와 유창한 필력에 방송가에선 그를 눈여겨봤다.
“개구리는 뭍에서도 살고 물에서도 산다. 댁의 남편은 어디에서 살고 있죠? 조심하세요, 개구리 남편.” 세 줄 프롤로그가 보여주는 것처럼 한 가정의 남편·가장의 이중성을 통해 70년대로 넘어가는 한국 사회의 일탈과 욕망이 펼쳐진다. 최불암 박근형 백일섭이 개구리 남편들로 등장한다. 최불암이 ‘바람남’으로 출연한 것이 ‘반전’이다. 100회까지 간 이 드라마는 ‘불륜 조장’이라는 청와대의 지적에 일부가 삭제되고, 중도 하차하는 수난을 겪는다. 김수현은 1988년 ‘모래성’이라는 또 다른 불륜 드라마를 쓴다. ‘모래성’은 SBS에서 20년 만에 ‘내 남자의 여자’로 리메이크됐다.
김수현은 ‘목욕탕집 남자들’ ‘사랑이 뭐길래’ 등 다양한 작품을 썼다. 그에 앞서 당시 선뜻 꺼내기 어려웠던 여성의 욕망, 남성을 향한 여성의 목소리, 동성애 등을 공론화하면서 인간에 대한 깊이 성찰을 보였다. 이는 한국 멜로 드라마의 큰 시작점이었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