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는 다사다난한 서양 문예 역사가 펼쳐진다. 얽히고설킨 문예사를 빚어낸 예술가들은 희비극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 의 행적을 사자성어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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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인상주의 아버지인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풀밭 위의 점심 식사’. |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남)
르네상스 때 명성 높은 화가가 운영하는 작업장에는 제자가 몰렸다. 이들은 스승 작업을 도우며 수련했는데 나중엔 스승보다 뛰어난 실력자가 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화가인 치마부에(1240~1302)는 조토(1266~1337)라는 걸출한 제자를 키워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지글러는 ‘치마부에 집에 있는 조토’라는 유화를 그려 존경을 표했다. 이탈리아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베로키오(1435~1488) 문하생이었다. 베로키오는 1470년 회화 ‘그리스도의 세례’를 그리면서 일부 그림을 다빈치에게 맡길 정도로 신임했다. 라파엘로(1483~1520)는 뛰어난 초상화가 프란치아(1450~1517)가 구사한 화풍을 선배 티모테오비티에게서 물려받아 걸출한 화폭을 남겼다.
▶소신공양(燒身供養, 자기 몸을 태워 예술에 바침)
세상에 처절하게 항거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다 쓸쓸히 생을 마감한 예술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하우저는 이런 예술가 중 프랑스 상징주의 천재 시인 랭보(1854~1891)를 콕 집어 격정 넘치는 문장으로 소개했다. 50여 년 고단한 망명과 생활고에 시달렸던 저자가 ‘바람 신발을 신은 사나이’에게 연민을 느껴서일까. 랭보는 16세에 ‘감각’이라는 걸작 시를 쓰고, 19세부터 시작(詩作)을 중단한 후 37세로 죽을 때까지 문학 얘기를 하지 않은 천생 보헤미안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떠돌다 자기 명성을 전해 듣자 “시에다 똥이나 싸라”고 일갈한 반항아. 아프리카 전염병에 걸려 프랑스 마르세유 구호병원에 입원해 한쪽 다리를 잘라낸 채 고통 속에 숨진 이 허무주의자에게서 ‘지옥에서 보낸 듯한’ 처절한 인생을 본다.
▶앙천대소(仰天大笑,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웃음)
프랑스 인상주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두아르 마네(1832~1883)가 1863년 낙선전에 회화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출품한 뒤 돌아서서 한바탕 웃지 않았을까. 관선 전시회인 살롱전에 거듭 떨어진 후 ‘낙선전’에 내걸린 이 그림은 마네가 세상에 보내는 야유 그 자체다. 나체 여성은 관람자를 쏘아보며 도발하고, 옷을 갖춰 입은 두 남자는 어색한 자세로 시선을 돌렸다. 뒤쪽에는 생뚱맞게 목욕하는 반라 여인이 등장하는데 원근법이 무시돼 커다랗다. 배경은 그리다 만 듯하다. 당대 미풍양속이나 그림 기법으론 용납되지 않아 관심과 조롱이 함께 쏟아졌다. 세상을 엿 먹이는 듯한 이 그림으로 마네는 지지 세력과 함께 명성을 얻게 되니 전화위복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