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저항한다’ ‘오월행’ 상영
- 부산·마산·광주·서울 4곳 도시
- 한국 민중 항쟁사 계보 살펴봐
1979년 10월 16일, 부산 중구 광복동·남포동·창선동의 작은 골목마다 ‘유신철폐 독재타도’가 울려 퍼졌다. 부영극장, 미화당백화점, 동아데파트 등 당대 ‘만남의 장소’ 앞으로 수많은 일반 대중이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5만 명이 넘는 시민이 박정희 정권에 맞서 대규모 항쟁을 일으켰다. 부산대 교정에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처음 촉발된 부마민주항쟁은 부산 중구에서 비로소 시민의 역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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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치러진 커뮤니티비프 ‘리멤버부마2020’에서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가 관객과의 대화(GV)를 하고 있다. BIFF 제공 |
지난 22일 41년 전 민주주의의 위대한 발걸음이 내디뎌진 이곳 중구 남포동의 롯데시네마(옛 대영극장)에서 커뮤니티비프 원도심 특별전 ‘리멤버부마2020’이 부산 시민을 찾아왔다. 지난해 항쟁 40주년을 맞아 제작된 다큐드라마 ‘나는 저항한다’와 올해 40주년을 맞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오월행’이 상영됐다.
‘나는 저항한다’는 항쟁의 주역들이 유신정권에 맞섰던 이유를 조명했다. 당시 시민은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를 빼앗긴 상태였다. 게다가 긴급조치 9호, YH무역 여공 사건,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 제명 사건 등 독재정권의 횡포는 나날이 극심해졌다. 일상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라진 억압적 시대의 모순이 한순간의 계기로 폭발한 게 바로 부마항쟁이었다고 작품은 전한다. ‘오월행’은 ‘1979년 부산·마산’과 ‘1980년 광주’ ‘1987년 서울’이라는 한국 민주주의사의 계보를 살펴본다. 작품은 4곳의 도시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 ‘각자의 역사’가 아니라 하나의 줄기에서 비롯된 ‘위대한 여정’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작품 상영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는 경희대 김만권 학술연구교수가 무대 위에 섰다. 그는 “역사가는 역사의 중심에 선 단 한 사람을 따라 기술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을 조명하는 게 역사를 설명하는 데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마와 광주를 돌아보면 역사란 한 권의 책에서 한 줄을 차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모여 책이 된다”고 부마항쟁의 성격을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부마와 광주, 1987년의 서울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했다. “(1979년) 10월 18일, 2명의 중요한 사람이 부산에 내려왔다. 김재규와 전두환이다. 김재규는 항쟁을 목도한 뒤 박정희를 죽였다. 반면 전두환은 부마항쟁 당시에 얻은 ‘교훈’, 즉 초반에 가혹하게 진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얻었고 이를 광주에서 실천했다”며 “결국 광주는 ‘지연된 부마’나 다름 없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흐름에서 광주 출신이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1980년 광주의 비극을 알게 돼 학생운동에 뛰어든 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지연된 광주’와 같다. 끝으로 그는 시간의 단절’이란 말로 부마항쟁의 역사적 의의를 정의했다. “부마항쟁은 참주(무단으로 지배자가 된 사람)와 같은 법 위의 존재가 인간을 통치하는 야만의 시대를 끝냈다. 민중들이 더는 이 같은 ‘참주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의 시대를 가져온 ‘새로운 시간’이 열리는 ‘새로운 시작’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