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해외작가·지역민이 함께 만드는 작품 40점…부산비엔날레의 실험

코로나로 출품작 제작환경 급변…입국 어려워 현장 작업 못하자 현지인이 소재발굴 대행 등 협업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0-08-17 18:55:28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전시감독 “전례 찾기 힘든 기획”

“우연히 길가에 떨어진 머리끈, 사진, 쪽지, 담배꽁초, 쇼핑 카트에 남겨진 장 볼 목록이 적힌 쪽지 등 물리적으로 보관 가능한 흔적을 수집해 주세요. 길바닥에 붙은 껌이나 침, 길가에 버려진 낡은 가구나 종이상자 등 물리적인 수집이 어려운 대상은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주시고요.”

추리소설에서 탐정이 조수에게 전달하는 내용처럼 보인다. 2020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덴마크 시각예술가 라세 크로그 묄레르가 작업에 쓸 재료를 대신 찾아 달라고 비엔날레조직위에 부탁한 내용이다.
   
장대비가 내리던 지난 11일 오후 우지현(가운데) 코디네이터와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이 로버트 자오 런휘 작가에게 보낼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작가의 눈과 발이 된 탐원대원들

조직위는 6명을 뽑아 ‘탐험대’로 이름 붙이고 감천문화마을·보수동책방골목·영도항·용두산공원 등으로 보냈다. 대원들은 지난달 이들 장소를 샅샅이 뒤져 목장갑·밧줄·간판·양말·소주병 등 버려진 물건 200여 점을 찾아냈다.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대원이 물건을 수집하면서 남긴 메모를 활용해 설치미술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코로나19가 빚어낸 새로운 비엔날레 작품 제작 풍경이다. 그동안 부산비엔날레 참여 해외 작가 중 현장에서 만들어야 하는 작품을 구상한 이들은 1, 2개월 동안 부산에 거주했다. 이번에는 입국이 사실상 불가능 해 현장 작업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 지역민과 외국인 작가가 비대면으로 함께 영상 등 작품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영상물을 준비하는 미국의 킴 고든은 ‘청재킷을 입은 10대 소년과 소녀가 서로 쳐다보며 거리를 걷다가 입맞춤’ ‘다리를 꼬고 도넛을 먹는 소녀’ ‘밀면을 먹는 어머님’ 등의 장면 촬영을 부탁했다. 조직위 소속 코디네이터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동구 좌천동 언덕과 초량동 168계단, 중구 동광동 일대를 다니며 각종 풍경을 작가의 요구대로 스마트폰에 담아 이메일로 보냈다. 묄레르와 고든의 작업에 참여한 성지연 코디네이터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작가들의 ‘눈’이 되어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력자 코디네이터 제작 전면에


싱가포르 시각예술가 로버트 자오 런휘는 영도구에서 버려진 공간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우지현 코디네이터는 수많은 공간을 뒤지며 작가와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담을 좋은 공간인지’ 영상통화와 이메일로 이야기했다. 지난 4월 부산비엔날레 영도전시장(봉래동) 근처에서 작가가 만족스러워하는 곳을 찾았다. 조력 작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주변에 카메라 4대를 설치하고 촬영한 약 10GB 영상 파일을 일주일에 한 번씩 보냈다. 작가는 이를 보고 카메라 각도 조절 등 세부적인 요청을 했다. 우 코디네이터는 “‘로버트가 부산에 와서 작업했다면 어떤 특징을 찾았을까’ ‘어떤 각도로 영상을 담았을까’를 생각하면서 작가와 협업했다”며 “비엔날레에 출품될 작품 제작에 참여하게 돼 무척 보람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같이 비대면으로 작가와 코디네이터가 함께 만들어 낸 작품은 40점. 야콥 파브리시우스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은 올해의 특징을 ‘현지 조력자의 역할이 전면에 드러나는 전시’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역에서 작업을 돕는 이들이 작가와 정보를 나누면서 영감을 줬고, 이에 따라 작품 콘셉트나 내용이 바뀌기도 했다”며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결과물이 작가들의 기존 작품과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0 부산비엔날레는 다음 달 5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과 영도항 폐공장을 새로 꾸민 전시장(봉래나루로 160), 중앙동 원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지난 14일부터 입장권(일반 1만2000원, 청소년·군경 6000원, 어린이 4000원) 판매를 시작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4. 4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5. 5[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6. 6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7. 7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8. 8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9. 9“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10. 10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 1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2. 2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3. 3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4. 4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5. 5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6. 6민주 “국힘, 장병 부상 앞에서 정쟁 멈추라”
  7. 7“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8. 8[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9. 9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10. 10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1. 1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2. 2[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3. 3"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4. 4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5. 5“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6. 6‘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7. 7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8. 8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9. 9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 86, 전분기 대비 6P 상승
  10. 10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2. 2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3. 3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4. 4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5. 5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6. 6“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7. 7추석 연휴 마지막날 정체 시작…부산→서울 5시간
  8. 8‘서해피격 공무원 월북’ 수사 발표 해경총경, 직위해제 취소소송 승소
  9. 9중국 최고지도자 상호 중식당 테러…용의자 모두 중국인
  10. 10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 1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2. 2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3. 3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4. 4[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5. 5[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6. 6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7. 7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8. 8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9. 9[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10. 10[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지볼트의 ‘일본’과 조선인들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붉은 요새, 그 절제 뒤 숨겨둔 보석같은 이슬람 건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김민정-도시의 숲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2일 (음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1740년 영조가 성균관 문묘서 석전 거행 때 남태회가 지은 시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