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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대비가 내리던 지난 11일 오후 우지현(가운데) 코디네이터와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이 로버트 자오 런휘 작가에게 보낼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작가의 눈과 발이 된 탐원대원들
조직위는 6명을 뽑아 ‘탐험대’로 이름 붙이고 감천문화마을·보수동책방골목·영도항·용두산공원 등으로 보냈다. 대원들은 지난달 이들 장소를 샅샅이 뒤져 목장갑·밧줄·간판·양말·소주병 등 버려진 물건 200여 점을 찾아냈다.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대원이 물건을 수집하면서 남긴 메모를 활용해 설치미술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코로나19가 빚어낸 새로운 비엔날레 작품 제작 풍경이다. 그동안 부산비엔날레 참여 해외 작가 중 현장에서 만들어야 하는 작품을 구상한 이들은 1, 2개월 동안 부산에 거주했다. 이번에는 입국이 사실상 불가능 해 현장 작업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 지역민과 외국인 작가가 비대면으로 함께 영상 등 작품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영상물을 준비하는 미국의 킴 고든은 ‘청재킷을 입은 10대 소년과 소녀가 서로 쳐다보며 거리를 걷다가 입맞춤’ ‘다리를 꼬고 도넛을 먹는 소녀’ ‘밀면을 먹는 어머님’ 등의 장면 촬영을 부탁했다. 조직위 소속 코디네이터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동구 좌천동 언덕과 초량동 168계단, 중구 동광동 일대를 다니며 각종 풍경을 작가의 요구대로 스마트폰에 담아 이메일로 보냈다. 묄레르와 고든의 작업에 참여한 성지연 코디네이터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작가들의 ‘눈’이 되어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력자 코디네이터 제작 전면에
싱가포르 시각예술가 로버트 자오 런휘는 영도구에서 버려진 공간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우지현 코디네이터는 수많은 공간을 뒤지며 작가와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담을 좋은 공간인지’ 영상통화와 이메일로 이야기했다. 지난 4월 부산비엔날레 영도전시장(봉래동) 근처에서 작가가 만족스러워하는 곳을 찾았다. 조력 작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주변에 카메라 4대를 설치하고 촬영한 약 10GB 영상 파일을 일주일에 한 번씩 보냈다. 작가는 이를 보고 카메라 각도 조절 등 세부적인 요청을 했다. 우 코디네이터는 “‘로버트가 부산에 와서 작업했다면 어떤 특징을 찾았을까’ ‘어떤 각도로 영상을 담았을까’를 생각하면서 작가와 협업했다”며 “비엔날레에 출품될 작품 제작에 참여하게 돼 무척 보람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같이 비대면으로 작가와 코디네이터가 함께 만들어 낸 작품은 40점. 야콥 파브리시우스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은 올해의 특징을 ‘현지 조력자의 역할이 전면에 드러나는 전시’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역에서 작업을 돕는 이들이 작가와 정보를 나누면서 영감을 줬고, 이에 따라 작품 콘셉트나 내용이 바뀌기도 했다”며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결과물이 작가들의 기존 작품과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0 부산비엔날레는 다음 달 5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과 영도항 폐공장을 새로 꾸민 전시장(봉래나루로 160), 중앙동 원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지난 14일부터 입장권(일반 1만2000원, 청소년·군경 6000원, 어린이 4000원) 판매를 시작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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