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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반도'의 연상호 감독

“더 세진 좀비, 강렬한 차 추격신…부산행보다 희망적 미래 그렸죠”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0-07-14 19:11:4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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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덤프트럭 모는 아이는 계획된 구상
-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극대화
- CG로 볼거리 채워… 꼭 극장서 봐야”
- 속편 묻자 “반도서 보여줄 것 무궁”
- K좀비 ‘연니버스’ 호평… 오늘 개봉

한류가 위세를 떨치면서 이제 K팝이나 K무비 K드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어가 됐다. 여기에 하나 더 ‘K좀비’라는 단어도 이제 낯설지 않다. 물론 좀비의 원조는 서양이지만 우리만의 색깔과 정서를 담은 좀비 영화나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며 K좀비라는 장르가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대표하는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2016년 여름에 개봉해 국내에서는 1157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해외 160여 개국에서 개봉해 1억4000만 달러의 흥행을 달성한 ‘부산행’이라 할 수 있다. ‘부산행’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등이 해외에 소개되며 ‘K좀비’ 신드롬이 일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부산행’을 잇는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 ‘반도’(개봉 15일)가 우리를 찾아온다. ‘서울역’ ‘부산행’에 이어 더욱 확장된 세계관과 강렬한 액션으로 무장한 ‘반도’는 2020년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에 이름을 올렸으며, 전 세계 185개국에 선판매되면서 또 한 번의 K좀비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세 편의 영화로 소위 ‘연니버스’를 이룩한 연상호 감독을 만나 ‘반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야만 속에 피어난 휴머니즘

   
‘서울역’ ‘부산행’에 이어 K좀비를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반도’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 ‘반도’는 올해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에 이름을 올렸다. NEW 제공
‘부산행 이후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연 감독의 고민에서 시작된 ‘반도’. 알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가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린 ‘부산행’ 이후 4년이 지나서도 고립된 채 좀비와 함께 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곳에 다시 되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간성이 말살된 채 살아가는 631부대원들과 가족애로 뭉쳐 살고 있는 민정네 가족, 그리고 돈이 든 트럭을 찾기 위해 반도로 되돌아온 정석이 그 주인공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현재 코로나19에 갖는 공포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 연 감독은 “영화 초반부에 외국 사람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대해 갖는 공포는 우리가 코로나19에 느끼는 공포와 비슷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액션 오락 영화를 염두에 두고 연출했다”며 “영화는 몇 년 전에 기획했기 때문에 코로나19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만 보편적 주제나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 현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면 좋겠다”고 ‘반도’에 담긴 희망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부산행’의 엔딩이 미래의 암울한 분위기를 암시했다면 ‘반도’의 엔딩은 가족애와 인간 회복, 그리고 새 삶에 대한 희망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연 감독의 말을 빌자면 ‘포스트 아포칼립스’(대재앙 이후) 세계관 이야기인 ‘반도’는 “이성이 무너지고 야만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 피어난 휴머니즘”을 그린다.

■볼거리로 승부한다

   
원인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땅에서 남겨진 자와 되돌아온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기대작 ‘반도’. 강동원이 강력한 액션을 선보이며 전체 이야기를 끌어간다. NEW 제공
코로나19로 넷플릭스 등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약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상이 소비되는 플랫폼의 다변화는 몇 해 전부터 있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극장에서도 소비되는 영화는 플랫폼의 카오스 시대로 접어들었다. 연 감독은 “연출을 하는 입장에서는 (상영되는) 플랫폼의 성격을 고려해서 작품을 기획하게 된다. ‘반도’는 코로나19와는 별개로 극장에 가서 관람을 한다는 전제로 시작했다”며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 감독은 ‘반도’를 큰 스크린에서 느낄 수 있는 체험과 효과를 중심으로 생각해 연출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후반부 서울 시내에서 펼쳐지는 20분이 넘는 카 체이싱 장면은 모두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해 시각적 볼거리를 강조했다. “‘부산행’은 좁은 기차 안에서 액션이 벌어진다. ‘반도’에서는 그것과 차별화되면서 대체할 수 있는 액션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카 체이싱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장면을 찍기가 힘들다. 그렇게 긴 도로도 없고, 촬영 허가를 받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위험하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100% CG로 가자고 했다. 실사와 CG를 섞으면 예산이 두 배로 든다. 우리 영화에서 배우들은 차 안에서 운전하는 모습만 촬영했다.” 연 감독을 비롯한 무술 미술 CG 팀은 무려 3개월간 회의를 거듭하며 카 체이싱 장면 콘티를 완성했으며, 촬영 전 모든 장면은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상태를 참고해 촬영을 진행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액션을 완성했다.

여기에 민첩하게 움직이고 진화하는 좀비의 액션은 ‘부산행’보다 더욱 다채롭다. 631부대원들이 폐허가 된 쇼핑몰에서 벌어지는 액션이나 RC카를 이용한 액션은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아무리 좋은 콘티와 시나리오가 있어도 그것을 배우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먼저 봉쇄된 반도에 4년 만에 되돌아온 정석 역을 맡아 영화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강동원은 전작 ‘골든슬럼버’ ‘인랑’에 출연하며 체화된 연기를 바탕으로 더욱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했다. 연 감독은 “액션뿐만 아니라 앵글이나 조명의 세팅에 따라 연기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잘 아는 배우다. 자기 얼굴 표정을 잘 컨트롤하는 뛰어난 배우다”고 칭찬했다. 또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폐허 속 생존자 가족의 어머니 민정 역의 이정현은 들개가 된 여전사의 모습을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표현했다. “평소에는 상냥하고 연약해 보이는 분이 카메라가 돌면 완전히 달라진다. 순간 몰입력이 대단한 배우”라며 ‘부산행’에 이어 두 번째 맞춘 호흡에 만족해했다.

‘반도’가 새롭게 발견한 배우는 바로 이레다. 영화 ‘소원’ ‘7년의 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에서 풍부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 이레는 올해 열다섯 살로 ‘반도’에서는 뛰어난 자동차 드래프트 실력으로 좀비들을 따돌리는 통쾌한 액션을 보여준다. 연 감독은 “처음 ‘반도’의 콘셉트를 잡을 때 어린아이가 덤프트럭을 모는 이질적인 장면을 떠올렸다. 그것이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레가 맡은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부산행’에서 마동석이 보여주는 근육질 액션이 부각됐다면 ‘반도’에서는 소녀 이레가 보여주는 멋진 카 체이싱이 관객들에게 각인될 것이다.

■‘반도’ 이후

‘반도’를 보고 나면 마치 한 챕터를 마치고 다른 챕터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자연히 속편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 특히 좀비 바이러스가 반도를 벗어나 세계로 전염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 감독은 “반도에서 벌어질 일이 더 있을 것”이라고 반전 같은 대답을 들려줬다. “주인공들의 안타고니스트(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를 설정할 때 타락한 군인 집단과 광신도 집단을 떠올렸다. ‘반도’에서는 액션을 위해서 타락한 군인 집단을 그렸지만 영화 곳곳에 다른 집단이 또 있을 것이다. 반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세계관은 무궁무진하다”며 또 다른 이야기의 속편을 기대케 했다.

‘반도’로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만들 연 감독의 차기작은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자신이 스토리 집필을 맡은 웹툰 ‘지옥’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즌제 드라마다. 오는 9월 중 촬영에 들어갈 ‘지옥’은 갑자기 나타난 초자연적 존재인 지옥의 사자들이 사람들에게 지옥행을 선고하고 이로 인해 혼란에 빠진 사회를 그린다.

   
연 감독은 “영화와 드라마 간의 교류가 빨라지고 단단해져서 드라마의 마지막 회는 극장에서 보는 형식의 컬래버레이션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지옥’은 극장과 OTT의 새로운 실험작이 될 수도 있겠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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