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극장매출 전년 대비 73%↓
- 영화계 2만여 명 고용불안 노출
- 제작·배급·상영 생태계 붕괴 우려
- OTT 넷플릭스·왓챠플레이 호황
- 기존 극장 위협할만큼 위상 커져
- 중소 영화 기회이자 위기될 수도
- 극장·영화계 금융지원 한 목소리
- 독립영화 전용관 등 체계적 육성
- 토종 OTT 키울 정책 고민해야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모든 분야에 충격을 가했다. 하지만 다중이 모여 작업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관람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영화 산업은 단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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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콘텐츠 ‘사냥의 시간’ ‘설국열차’ ‘옥자’(왼쪽부터) 스틸. |
26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달 극장 전체 관객 수가 지난해 동기(1334만 명) 대비 93% 급감한 97만 명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산업 매출의 80%를 담당하는 극장이 유례 없는 위기를 맞자 작품 투자 심사가 멈춰지고 제작·배급 일정이 혼선을 빚는 등 업계 전체가 연쇄 충격을 받았다. 반대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되던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서비스가 일종의 ‘뉴 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영화계 판도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극장 매출 최대 1조 4000억 원 감소
영진위가 지난 8일 발표한 ‘코로나19 충격:한국 영화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극장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73%(1조3972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관객 수가 증가해 연말까지 지난해의 80%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1조1866억 원(62%) 줄어든 7273억 원 수준에 이를 예정이다. 하지만 감염병 재확산 등으로 연말까지 관객 수가 지난해 대비 50% 수준에 그치면 매출은 전년보다 73% 감소한 5167억 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극장 매출 감소는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매출 감소액에 한국은행 영화산업 취업유발계수를 적용한 결과 전체 영화 산업 종사자(3만 878명) 중 2만 명 이상이 고용불안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진위는 “통상 제작부터 개봉까지 2년가량 걸리기 때문에 사태가 안정되더라도 최대 2년 동안 제작·배급·상영 등 산업 각 부문에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장을 중심으로 한 영화 산업에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OTT 시장은 다르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전 세계 유료회원 수는 1억8286만여 명으로 지난해 4분기(1억6709만 명)보다 9.5% (1577만 명)가 늘었다. 전년 동기 증가 수(960만 명)를 훌쩍 넘는다. 토종 OTT인 왓챠플레이 역시 최근 두 달 새 시청시간이 약 40% 증가했다.
■극장 혹은 OTT? 극장 그리고 OTT!
OTT가 급부상하고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는 대신 넷플릭스 행을 택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은 OTT 중심일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다르다. ‘사냥의 시간’은 다소 특수한 경우이며 극장과 OTT가 경쟁할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주된 이유로 ▷OTT 기업이 영화보다 수익률이 높은 드라마에 집중 ▷극장 신작 없으면 OTT 동반 하락 ▷오리지널 작품 제작 가능한 대형 OTT 플랫폼 한정 등이 꼽힌다.
왓챠 플레이 김요한 이사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만드는 콘텐츠에 적합한 플랫폼이 무엇이냐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영화에 특화된 극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며 “주도권을 쥐기 위한 OTT 기업 간 구독자·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2, 3년 뒤에 OTT 사업 수익 구조와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작·배급사 입장에서도 OTT는 아직 ‘양날의 검’이다.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형 영화가 스크린을 접수하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중소 영화가 OTT를 통해 더 많은 제작·상영 기회를 얻을 수도 있지만 유통·수익 구조가 단순화되면 수익을 얻는 창구가 줄어드는 역효과를 볼 수도 있다. 제작사인 동네이엔티 채수진 대표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수익 구조나 OTT 플랫폼이 단순화되면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극장, OTT 등 다양한 창구가 존재하는 것이 좋다”며 “앞으로 여러 콘텐츠 유형이나 플랫폼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함이 제작자에게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 수습 ·대비 동시에
영화 산업이 ‘극장이냐 OTT냐’같은 단순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존 산업 주체를 보호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대비하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화계에서는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영진위가 최근 영화산업 피해 긴급 지원을 위한 종합 대책 방안을 내놨지만 미흡하다는 반응이 여전하다. 극장 등을 중심으로 요구가 높았던 융자, 보증 같은 금융지원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립영화계 역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입장이다. 영화인 356명은 지난 22일 성명서를 통해 “영진위 대책이 대기업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소업체, 프리랜서 영화인에 대해 직접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에 대한 지원을 외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토종 OTT 발전 방안을 고민해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기업 보호 차원에서는 물론 해외 대형 OTT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과점해 제작·배급사를 대상으로 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을 얻는다. 현재 웨이브, 왓챠, 카카오페이지 등 다양한 국내 OTT 플랫폼이 있지만 세계 최대 OTT 기업인 넷플릭스에 비해 규모가 작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OTT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웨이브의 유료 회원은 140만 명이었으나, 넷플릭스 회원은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 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코로나19로 회원 수 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국내 회원이 328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등 해외 기업을 규제하려는 방안이 역으로 국내 기업도 함께 옥죌 수 있다”며 “국내 인터넷 망 사용료 인하, 해외에서 성행하는 불법 다운로드 문제 해결, 자막 제작 지원 등 국내 OTT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안이 더욱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