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가마골 ‘말애야 말애야’
- 박말애 해녀 1주기 추모 연극
- 거친 삶 속에서도 자유 꿈꾼
- 박 작가 문학세계로 관객 인도
# 금정문화회관 휴관 후 첫 공연
- 브런치콘서트에 120명 ‘북적’
- 출입구서 발열·호흡기 증상 확인
- ‘거리두기 좌석제’ 관객도 만족
부산 기장 대변항에서 태어나 30년간 해녀로 살아온 박말애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육 남매 중 셋째 딸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영특했지만 가정 형편 탓에 그토록 바라던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이때부터 그는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문학을 찾았고 그 속에서 위안을 얻었다.
18살에 여공으로 취직한 박말애는 20대 초반 바다로 돌아와 물질을 시작했다. 남동생과 둘째 언니를 앗아간 바다는 그에게 두려움과 원망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해방감을 선사하는 운명의 존재이기도 했다. 그는 굴곡진 삶과 해녀 생활에서 느낀 감정을 길어 올려 웅숭깊은 작품들을 완성했다. 2006년 문학지 ‘문예운동’으로 등단하면서 작가가 된 그는 수필집 ‘해녀가 부르는 바다의 노래’(2014), ‘파도의 독백’(2016)을 출간했으며 한국동서문학 작품상도 수상해 ‘해녀 수필가’로 고향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갑작스레 바다의 품으로 돌아가 주위를 슬픔에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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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여파로 두 달 이상 멈춰 있던 부산지역 공연장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있다. 지난 26일 가마골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말애야 말애야’. 극단 가마골 제공 |
■부산 연극 기지개
코로나19 여파로 두 달 이상 멈춰 섰던 부산지역 공연장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극단 가마골이 앞서 문을 열었다. ‘기장 해녀 문학가’ 고 박말애(1956~2019) 작가 1주기를 맞아 추모 연극 ‘말애야 말애야’를 지난 25, 26일에 이어 다음 달 2, 3일과 9, 10일 가마골 소극장(기장군 일광면)에서 선보이는 중이다. 지난 26일 찾은 공연장에서는 관객 수를 제한하고 입장 전 문진표 작성·발열 체크·마스크 착용 등을 의무화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마골은 거친 삶 속에서도 사유와 자유를 꿈꿨던 박 작가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고인과 친분이 있던 김채석 작가가 희곡을 쓰고, 조정우 연출이 극을 완성했다. ‘말애야 말애야’는 주인공의 독특한 삶 덕분에 스토리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세심한 연출로 관객의 집중도를 높였다. 수중 영상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듯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박 작가의 작품을 낭독하는 장면은 그의 문학 세계로 관객을 자연스레 인도한다. 특히 고인이 사랑했던 가수 조용필의 ‘친구여’를 배경음으로 해녀 마리오네뜨가 객석을 지나 사라지는 장면은 마치 씻김굿(죽은 이의 영혼이 극락왕생하기를 비는 굿)과도 같은 애도의 시간을 선사한다. 관람료는 2만 원이며 사전 예약 필수. (051)723-0568
■금정회관, 공공문화시설 첫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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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띄엄띄엄 앉아서 공연이 열리길 기다리는 모습. 김성효 전문기자 |
금정문화회관은 지역 공공문화시설 중 휴관 지침이 내려진 후 처음으로 관객이 있는 공연을 열었다. 회관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띄엄띄엄 좌석제’를 도입해 관객은 좌우 앞뒤 한 칸씩 띄어 앉아 공연을 즐겼다.
28일 오전 ‘브런치콘서트’가 열리는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 로비는 모처럼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회관 측은 건물 출입구부터 관객 간 거리 두기를 유도했다. 관객은 해외 집단 감염지 방문 이력과 발열·호흡기 증상 등을 알리고 발열 확인과 손 소독을 거친 후 마스크를 착용해야 로비에 입장할 수 있었다. 공연장에서는 좌석 간 충분한 거리를 두도록 띄어 앉기를 유도했다. 관객들은 만족했다. 김인자(여·62·부산 금정구) 씨는 “마스크를 쓰고 문진표를 작성하니 번거롭고, 일행과 떨어져 앉는 것도 어색했다. 그렇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어 자리도 널찍하고 공연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공연은 첼리스트 정지은과 피아니스트 정승연이 연주하는 가브리엘 포레의 ‘엘레지(작품번호 24)’로 시작해 바이올리니스트 조혜란 등이 연주하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로 끝을 맺었다. 이날 슈베르트의 가곡 ‘넘치는 눈물’을 부른 테너 양승엽은 “그동안 온라인 공연을 했는데 관객과 호흡을 할 수 없어 아쉬웠다. 이번에 관객을 앞에 두고 무대에 오를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관객은 120명으로 전체 객석 중 30%만 사용할 수 있는 띄엄띄엄 좌석제 기준으로는 좌석 상당 부분을 채운 셈이다. 이 좌석제는 다음 달 6일 열리는 금정수요음악회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회Ⅰ’ 등 이어지는 공연에도 당분간 적용될 예정이다. 부산문화회관과 부산시민회관도 이 좌석제를 통해 조만간 공연을 재개한다.
금정문화회관 김유니 공연팀장은 “코로나19로 공연 중단이 장기화돼 전업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이 힘겨워하는 시기다. 정부가 생활 방역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만큼 공공 공연장에서 선제적 노력을 통해 예술계의 빠른 정상화에 앞장서자는 취지로 공연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권용휘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