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예술관 아트나인 운영난
- 직원들이 휴관 권할 정도
- 해외 영화사는 전화 안받고
- 세계적 영화제 개최도 불투명
- 마켓 없으면 신작 수급 곤란
- 영진위 2000억 원 발전기금
- 정부 눈치 보느라 사용 주저
- 그 사이 영화계는 무너질 것
- 극장 위기에도 새 영화 개봉
- ‘영화로운 일상 위한 신작전’
- 회원사들과 공동 마케팅 기획
- 누군간 해야할 일 동참 감사
지난 3일 영화 단체 및 극장, 투자배급사 등이 연대한 코로나19대책영화인연대회의는 3월 마지막 주말 관객이 지난해보다 90% 이상 감소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월 말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극장가는 최근 상영 회차를 줄이고 있으며, 임시 휴업이 잇따르고 있다. 영화산업 전체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극장 매출이 감소하면서 어쩌면 영화산업의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영화인들을 엄습하고 있다.
특히 관객 감소의 폐해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영화수입배급사들은 경영 압박을 느끼며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고심하고 있다. 이에 국내 14개 영화 수입배급사가 회원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의 정상진 회장을 만나 현재 영화계가 처한 상황과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들었다. 그는 독립예술영화를 제작·수입·배급하는 엣나인필름과 독립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의 대표이고,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이전부터 독립예술영화가 더욱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앞장섰던 영화인이다.
■영화 일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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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맞고 있는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정상진 회장. 그는 독립예술영화를 제작·수입·배급하는 엣나인필름과 독립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의 대표이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이다. 김정록 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관객이 감소한 지 두 달이 넘어간다. 문을 열고 있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아트나인에서 만난 장 회장이 근심에 찬 얼굴로 내뱉은 첫 마디다. 아트나인은 독립예술영화관 중에서도 관객이 많은 편이었고, 충성도가 높은 관객이 찾는 극장이었지만 인터뷰를 나눈 2시간 동안 관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트나인을 계획했을 때도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만든 것이 아니었고, 어느 정도 손실이 나도 새로운 관객을 창출하기 위해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투자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직원들이 휴업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먼저 말해준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회사의 대표로서 직원들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계 선배로서 직원들을 염려하기도 한다. 그들은 좋은 예술 영화 한 편을 개봉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데 관객이 한 명도 없는 극장을 보면서 느끼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수입 배급해 지난달 26일 전국 개봉한 ‘퀸 오브 아이스’는 누적관객 400여 명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선배로서 직업적으로 어떤 가이드를 해줘야 한다는 책무감이 있는데, 지금은 어떻게 이끌어줘야 할지 모르겠다. 영화 일을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보람만으로 함께 하는 것은 나의 욕심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화 수입에도 고민도 많다. 극장 수입의 절반을 외화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현재 미국과 유럽 사정을 보면 세계 영화계가 정상화되기까지 1년은 넘게 걸릴 것 같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의 영화사에 전화를 하면 받지 않는다. 뉴욕의 영화사도 마찬가지다. 간혹 메일로 마스크 좀 보내달라는 요청이 올 뿐 현 상황에서 영화 수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들다. 영화 촬영은커녕 제작이 올 스톱인 상태다”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 칸영화제 개최도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 영화시장 중 하나인 칸영화제 마켓도 사라져 새 영화 수급도 어렵게 된다.
■‘대책 없는 영진위’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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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나인을 찾는 관객을 위해 직접 소독제와 분무기를 사서 상영관 방역을 하고 있는 정 회장. 아트나인 제공 |
정 회장과 코로나19로 인한 폐해에 대해 나누던 대화는 자연스럽게 정부의 영화계 지원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갔다. 지난달부터 영화계에서 성토하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극장에 손 세정제와 방역 지원을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에 어떤 식으로 지원을 했는지 알아보니 탁상행정처럼 보였다”며 “극장 방역을 하려고 알아봤더니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다 팔려서 소독제를 살 수 있는 곳이 없더라. 그러다 한 공무원이 그런 소독제는 농사 짓는 농촌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충청북도에 직접 가서 소독제와 분무기를 사 와서 극장 방역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을 바라보는 영진위 직원들의 의식 자체가 어떤지 질문하고 싶다. 지금 영화계는 전시상황 아닌가. 영화발전기금이 2000억 원 쌓여 있는데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눈치를 보며 절차와 과정을 거쳐 사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법적으로 추후에 있을 부분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 영화계는 무너진다”며 영화산업 금융 지원에 대한 정부 및 영진위의 결단을 촉구했다. 더불어 “정부는 영화산업은 대기업이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그래서 대기업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특별지원업종에서 영화산업은 빼놓지 않았나 싶다”며 저예산 독립예술영화를 외면한 채 영화산업의 일면만 보는 정부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희망의 사과나무
정 회장은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회원사들과 함께 지난달 19일부터 새 영화를 공동으로 마케팅 개봉하는 ‘영화로운 일상을 위한 신작전展(전)’을 개최하고 있다. 극장을 찾아주는 관객에게 새 영화로 보답하기 위함이다. “극장이 사라지면 영화도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가 2시간 남짓 같은 영화를 보며 교감을 나누는 경험은 극장이 아니면 어렵다”고 영화의 본질적 기능에 대해 언급한 정 회장은 “코로나19로 극장을 폐업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다. 새 영화를 개봉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다”며 최근에 심은 사과나무 몇 그루를 보여줬다.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명언처럼 극장이 폐업할지라도 새 영화를 계속 개봉해 희망을 싹 틔우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인 예술이며, 집단 축제적 성격을 지닌 영화가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그는 “이 기획에 동참해 준 14개 회원사에게 너무 감사하다. 서로 경쟁하던 회사들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공감해주셨다”는 말을 꼭 써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최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올해도 9월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개최될 예정인데 현재와 같은 상황이면 지난해보다 대폭 축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초청 영화 편수와 해외 게스트의 수가 줄어들 것이고, 화려한 행사보다는 내실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예산도 줄어들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개최되는 영화제이니 영화인뿐만 아니라 도민과 시민을 위해서 영화계가 같이할 수 있는 건강한 담론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섹션을 만들려고 한다. 또 불용 처리되는 영화제 예산은 어려움을 겪는 경기도 영화인이나 다큐 감독의 제작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도위원들을 설득하려고 한다”며 불용 예산 처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이것은 집행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며 책임감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인터뷰 도중 “미안하다”며 간간이 오는 전화를 받았다. 다름 아닌 회사 경영에 필요한 대출과 관련한 전화로, 대출에 필요한 담보와 구비 서류 등 요건이 까다로운 모양이었다. 코로나19로 관객이 90%나 감소한 영화산업이 특별지원업종으로 선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