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칼 세이건이 첫 출간
- 아내 앤 드루얀이 후속작 저술
- 과학적 성과와 잊힌 영웅 소개
- 해박한 인문학 지식 바탕으로
- 인류 성찰하고 미래 비전 제시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은 그의 대표작 ‘코스모스’(1980)에서 광활하고 신비한 우주와 ‘창백한 푸른 행성’의 인간이 기원과 역사, 미래에서 서로 연결돼 있음을 13편의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책은 1980년대 전 세계 60개국에 방영돼 7억 명 이상이 시청한 우주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TV 시리즈 원고를 재구성했다. 1980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과학 서적이기도 하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웅장한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노래하는 시적 성찰과 과학 지식을 쉽게 풀어낸 유려한 문체에 금세 빠져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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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전파 망원경의 배열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ALMA)의 하늘을 360도 어안 렌즈로 촬영한 모습.
ⓒ 2020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과학책 ‘코스모스’ 출간 40주년을 맞아 정식 후속작이 나왔다. 세이건과 함께 저술 작업을 벌이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그의 부인 앤 드루얀(사진)이 세이건의 정신을 이어받아 담아낸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이다. 앤 드루얀은 ‘코스모스’의 세계적인 히트 이후 칼 세이건과 결혼했고, 그와 함께 ‘창백한 푸른 점’ ‘혜성’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콘택트’ 등의 책의 저술 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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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 드루얀 |
책은 칼 세이건의 첫 코스모스와 마찬가지로 모두 13장으로 구성되며, 동명의 다큐멘터리의 대본을 바탕으로 쓰였다. 자신은 “과학자가 아니라 이야기의 수렵 채집인”이라고 겸손하게 자처하는 저자는 우주와 생명의 기원, 자연의 숨겨진 법칙을 찾는 과학자들, 그리고 이들이 이룬 과학적 성과들을 소개한다. 특히 저자는 휘황찬란한 과학의 성과에만 머물지 않고, 과학사에서 잊힌 영웅들을 찾아간다. 아폴로 계획이 세워지기 50여 년 전에 달 탐사 상세 계획을 만들어 낸 유리 콘드라튜크, 벌들의 언어 체계를 분석해 인간이 아닌 지적 생명체와의 첫 만남을 가능케 한 카를 폰 프리슈, 80만 명이 굶어 죽어가는 포위된 도시에서 식물의 씨앗을 미래의 생물 다양성 자원으로 지켜낸 니콜라이 바빌로프와 그의 동료들, 천하의 아인슈타인도 풀지 못해 고민했던 문제를 처음 발견해 낸 과학자와 그 해법을 찾아낸 젊은 과학도 등의 이야기가 저자의 우아한 필치로 되살아난다.
책이 돋보이는 것은 과학을 넘어 종교, 역사, 문학, 예술을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 인류사적 의미에 대한 깊고 넓은 통찰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막힘 없는 지식과 입담은 과학을 예술, 역사, 신화와 만나게 하며 우주적 관점으로 우리의 본질을 다시 보고 과학적으로 각성하라고 속삭인다.
원자부터 우주까지, 동양과 서양, 시간과 공간을 산책하듯 넘나드는 책을 읽다 보면 우주가 하나의 총체, 하나의 생명으로 느껴진다. 인간과 사회, 동식물과 작은 돌덩이까지 우주의 질서 속에 함께 조화를 이루며 존재한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는 여러 요소에 대한 비판과 함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희망 섞인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다. 책 곳곳에 배치된 200장에 이르는 사진, 그림, 상상도도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