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6> 제5곡 - 학불염 교불권

학교도 코로나 몸살 … 배우고 가르치는 일상의 중요성 절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감염 우려 3주 개학 연기 불구
- 학원 10개 중 6개는 강의 논란
- 대학 온라인 강의 재택 수업도
- 준비 부족 등에 교수·학생 불만

- 좌절과 힘겨움의 나날이지만
- 평생 제자와 학문에 정진하며
- 함께 성장했던 공자 따른다면
- 희망 가득한 봄 맞을 수 있을 것

학교가 텅 비었습니다. 정부가 초중고교 등에 사상 초유의 ‘3주 휴업령’을 내리며 개학을 연기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대학도 재택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가 목적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그만큼 엄중합니다.
   
선비의 기상을 표현하듯 대나무 줄기와 잎사귀 묘사에서 속도감이 느껴진다. 각 폭에 대나무가 두 대씩 그려진 8폭 병풍이다. 폭마다 찍힌 낙관 ‘흉중성죽’(胸中成竹)은 가슴 속에 대나무가 완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강세황 ‘묵죽도’ 종이에 먹 49.5×83㎝(eight-panel screen). 서울옥션 제공
그 사이 전국 학원의 절반 이상은 문을 열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조사했더니 지난 5일 기준 10개 중 6개 학원꼴로 여전히 강의 중이랍니다. 3주 휴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학원들이 협조해야 합니다. 교육당국이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습니다. 학원은 학원대로 반발합니다. 생존권 문제라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한다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우리 교육의 단면입니다.

   
운동장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한 초등학교. 연합뉴스
학생들이 기를 쓰고 들어가려는 서울대학교에선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간소한 졸업식 계획이 최악의 졸업식 논란으로 비화하면서 전면 취소된 것입니다. 발단은 코로나19. 서울대는 학사 석사 박사 졸업 예정자 4748명 가운데 성적 우수자 등 대표 66명만 참석하는 졸업식을 준비했습니다. 이를 두고 학점만이 대학생활의 척도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마저 접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26일 예정했던 제74회 학위수여식은 오세정 총장 식사만 남았습니다. “학생으로 있었던 시기보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미래에 더 중요하고, 더 놀라운 일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그런 풍성한 기대를 가지고, 좋은 기억을 가지고 대학 문을 나서길 염원합니다.”

재택 수업을 하는 대학에선 온라인 강의에 대해 교수와 학생 모두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준비 부족도 문제고,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요.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고등교육법 구절을 새삼 곱씹어 봅니다. 평생 배우는 걸 즐거움으로 삼고 가르치길 게을리 하지 않은 공자의 뜻과 다르지 않은 까닭입니다.

   
오늘도 팻 메스니와 찰리 헤이든의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러브 테마’(QR코드나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qEwXcgwzIYE)를 들으며 ‘학불염 교불권’의 의미를 되새겨보겠습니다.


■공자가 강조하는 호학의 방법론

‘논어’(論語) 7편(술이) 2장을 보겠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십니다. “묵묵히 마음 속에 기억하며,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 그 중에 어느 것이 나에게 있는가?”

묵이지지(默而識之)와 학이불염(學而不厭)과 회인불권(誨人不倦)은 공자께서 강조하는 호학(好學)의 방법론입니다. 이를 맹자가 ‘학불염 교불권’으로 정리했습니다.(‘맹자’ 공손추 상-2)

여기엔 중요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공자께서 ‘나에게 있는가’하며 스스로를 낮췄다는 점입니다. 맹자도 그의 제자를 가르치며 공자와 마찬가지 태도를 취했습니다. 자기를 닦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일은 끝이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다른 하나를 ‘맹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자 제자인 자공의 입을 빌어 학불염은 지(智)요, 교불권은 인(仁)이라고 합니다. 이를 풀면 ‘학불염은 지혜가 스스로 밝은 것이고, 교불권은 인함이 남에게 미치는 것’입니다.(‘맹자집주’)

인이 사랑, 사람다움이라면 지는 배움의 축적, 지혜입니다. 인격과 지혜가 최고 경지에 이른 사람이 성인(聖人)아니겠습니까. 공자는 성인이라고 추어올리는 제자에게 손사래를 치며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하자고 합니다.

   
매력적인 저음의 캐나다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이 들려주는 ‘Anthem’(QR코드나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6wRYjtvIYK0) 같은 분위기랄까요. ‘예기’ 학기(學記)편에 나오는 교학상장은 ‘상덕행 습교사’(尙德行 習敎事), 항상 덕행을 하고 늘 가르치는 일을 익히는 것과 ‘진덕수업’(進德修業), 인품을 더 발전시키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주역’ 구절과 닿아있지요.


■정조와 정약용의 ‘교학상장’

조선의 개혁 군주이자 호학 군주로 통하는 22대왕 정조(재위 1776~1800)는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 되길 원했습니다. 모든 냇물에 골고루 비추는 밝은 달처럼 백성을 골고루 보살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힙니다. 개혁의 핵심은 백성이 먹고 살 거리를 만들고 문화를 부흥하는 일이었습니다. 그가 즉위하면서 만든 규장각은 개혁 정치를 뒷받침할 신진 엘리트 양성 기관입니다. 유능한 인재를 뽑아 규장각에서 그가 직접 교육하는 초계문신(抄啓文臣) 제도를 더했습니다. 조선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1762~1836)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정조가 개혁의 상징인 수원화성 건설을 위해 다산에게 주요 임무를 맡긴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둘도 없는 교학상장의 예가 아닐까요.


■좌절을 겪더라도 굴하지 않는…

공자가 현실 정치에서 외면당했듯 정조의 개혁 정치도 그의 석연찮은 죽음으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이후 다산은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산은 그 긴 세월을 학문 세계를 쌓으면서 이겨냈지요. 마치 공자가 정치가로 실패했지만 교육자로 만세의 사표가 된 것을 본받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다시 ‘논어’ 14편(헌문) 37장을 보겠습니다. 공자께서 “나를 아는 이가 없구나” 하시자 자공이 묻습니다. “어찌하여 선생님을 아는 이가 없다고 하십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아래로 인간의 일을 배워 위로 천리를 통달했으니 나를 알아주는 건 하늘일 것이다.”

‘불원천 불우인’(不怨天 不尤人), 하늘을 원망하지도 사람을 탓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학상달’(下學上達), 아래로 사람의 일을 배워 위로 하늘의 이치를 통달했습니다. 학불염 교불권의 자세로 닦은 그 호학의 경지를 하늘만은 알아줄 것이라고 믿은 사람이 바로 공자였습니다.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의 ‘You must believe in Spring’(QR코드나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FTlKzkdtW9I)을 함께 들으며 마치겠습니다.

공자는 전쟁과 질병이 일상인 시대를 살았습니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학불염 교불권의 가르침을 잊지 않는다면 희망의 봄을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는 26일 ‘자강불식’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3. 3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4. 4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8. 8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9. 9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10. 10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3. 3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8. 8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9. 9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10. 10“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1. 1‘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2. 2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3. 3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4. 4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7. 7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0. 10“日 15% 수익보장” 주식리딩방 사기…4억 넘게 가로채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