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백인 여성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어요. 자신들이 백인 남성들보다는 못하지만, 흑인 남성들보다는 우월한 사회계층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결국 2009년 미국 대통령에 흑인 남성이 먼저 당선됐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최초의 흑인 여성 우주비행사인 메이 제머슨의 말이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권력이 있고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은 남성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프런티어 걸들을 위한 과학자 편지’는 평소 과학기술에 대한 학생의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사고력과 응용력을 키워주는 ‘STEM 교육’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되지 않는지에 의문을 품어온 저자가 특히 딸들을 위한 과학교육이 더 다양해지기를 바라면서 펴낸 책이다. STEM은 미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분야를 일컫는 말이다.
책에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부터 아프리카의 종교와 문화를 연구한 탐험가 매리 킹슬리, 아폴로 13호를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게 한 수학자 캐서린 존슨, 배우이자 와이파이 발명가인 헤디 라마, 최초의 흑인 여성 우주비행사 메이 제머슨까지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활약한 여성 과학자 25명의 감동적인 삶을 담고 있다.
여성 과학자 중에는 핵물리학자 우젠슝처럼 딸을 위해 학교를 세울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 부모를 둔 경우도 있지만, 탐험가 매리 킹슬리처럼 딸이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집안일만 시키며 학교에 보내지 않은 부모도 있었다. 대부분 여성이 학교도 다닐 수 없던 시절에 살았던 책 속 과학자들이 용기 있게 삶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인생을 바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둘러싼 한계를 넘어 자신만의 업적을 쌓는 기쁨을 놓치기 싫었기 때문에 남성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과학 분야에서 배척과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좁은 상상력 안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는 메이 제머슨의 말이 인상적이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