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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장벽 넘은 한국 콘텐츠의 힘…세계영화사 다시 썼다

‘기생충’ 4관왕 의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0-02-10 22:05:57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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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담은 쟁쟁한 경쟁작들
- ‘현재’ 문제 짚은 ‘기생충’ 못이겨
- 백인·美 중심이었던 아카데미
- 세대교체로 변화 받아들인셈

- 최종후보도 못올랐던 한국영화
- 이번 수상 계기로 위상 바뀔듯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단지 한 작품의 영광이 아니라 101년 한국 영화계가 맞은 경사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자 봉 감독을 비롯한 출연배우, 제작진 등이 모두 시상대에 올랐다. 연합뉴스
한국 영화는 1963년 고 신상옥 감독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 영화상)에 꾸준히 도전해왔다. 2002년부터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아카데미에 출품할 한국 대표작을 선정했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부터 이준익 감독 ‘사도’, 최동훈 감독의 ‘암살’,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 등이 아카데미로 향했으나 예비 후보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예비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를 두고 충분히 후보에 오를 만한 작품임에도 아카데미가 자신들이 잘 알지 못하는 한국 영화이기 때문에 외면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예술 영화 중심의 유럽 영화계에서는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지만 북미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2000년대 중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봉 감독의 ‘괴물’이 할리우드 영화인들에게 한국 영화를 알렸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생충’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아카데미의 시선은 달라질 것이다.

광운대학교 강성률(문화산업학부) 교수는 “‘기생충’이 만만치 않은 경쟁작들과 붙어서 주요 부문을 휩쓴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주요 경쟁작이었던 ‘아이리시맨’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은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들이다. 반면 ‘기생충’은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짚는 현재에 대한 영화다. ‘기생충’의 이번 수상은 백인과 미국 영화 중심이었던 아카데미의 세대교체와 여성 회원이 늘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상징한다”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박찬욱 이창동 최동훈 등 한국 영화감독들의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더 자주 보일 것이고, 난공불락 같았던 북미 시장에서도 한국 영화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희망적인 전망을 했다. 이를 위해선 한국 영화 제작의 체질 변화가 필수요건이다. 흥행 중심의 투자가 아닌 감독의 창작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작 환경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한국 영화를 짊어질 ‘제2의 봉준호 박찬욱’을 양성할 수 있다.

아카데미를 정복한 ‘기생충’이 갖는 또 하나의 큰 의미는 바로 한국의 정서를 담은 콘텐츠와 한국어 대사가 유럽은 물론 북미에서도 통했다는 점이다. 이는 K-팝을 이끌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 대부분이 한국어 대사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한국어 대사와 가사이지만 그 안에 전 세계인이 공감하며 웃고 감동할 수 있는 콘텐츠라면 언어의 장벽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한국 영화는 지금까지 언어의 장벽 때문에 해외 시장에 과감히 도전하지 못했지만 ‘기생충’을 지렛대 삼아 새롭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K-팝처럼 세계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기생충’은 101년 한국 영화와 92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를 새롭게 쓰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방탄소년단은 이미 전 세계의 ‘BTS’로 군림하고 있다. 이 쌍두마차와 함께 문화 한류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제92회 아카데미상 수상 명단

작품상 

‘기생충’ 

감독상 

봉준호(‘기생충’)

남우주연상 

호아킨 피닉스(‘조커’)

여우주연상 

러네이 젤위거(‘주디’)

각본상

봉준호·한진원(‘기생충’)

각색상

타이카 와이티티(‘조조 래빗’)

남우조연상

브래드 피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여우조연상

로라 던(‘결혼 이야기’)

편집상

‘포드 V 페라리’

촬영상

‘1917’

미술상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의상상

‘작은 아씨들’

분장상

‘밤쉘’

시각효과상

‘1917’

음악상

‘조커’

주제가상

‘러브 미 어게인’(‘로켓맨’)

음향편집상

‘포드 V 페라리’ 

음향효과상

‘1917’

국제
장편영화상

‘기생충’

장편 
애니메이션상 

‘토이 스토리4’

단편 
애니메이션상 

‘헤어 러브’

단편영화상 

‘더 네이버스 윈도’

장편 
다큐멘터리상 

‘아메리칸 팩토리’

단편 
다큐멘터리상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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