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날마다 모종의 이야기들을 듣고 흡입한다. 너무 가벼워 보존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떠돌고 사람들은 그것을 익숙하게 소비한다. 하지만 매우 무거워 들으면 함께 가라앉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이 공기 중에 가득하다. 슬픔과 절망의 이야기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다. 바짝 다가가야 들을 수 있는 것. 듣는 이에게 애씀을 요구하는 이야기들. 누가 이것을 말하고 들을 수 있을까.
은유 작가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으로 고단하고 눅진한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것을 우리에게 내어놓았다. 이 책은 ‘현장 실습생의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납작한 기사로는 알 수 없는 목소리들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묻힌 것들의 복원 가능성. 그것은 ‘목격자 되기’를 멈추지 않은 저자와 말하기를 포기하지 않은 누군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4년 장시간 노동과 작업장 내 폭력으로 죽음을 선택한 현장 실습생 김동준의 이야기가 1부로, 그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또 다른 ‘김동준들’의 이야기가 2부에 실려 있다. 아홉 명의 목소리가 전하고자 하는 것. 그것은 현장 실습생의 죽음 배후에 있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말하고 존엄한 노동 조건과 슬픔을 나누는 행위에 대한 사유. 그리고 또 다른 고통의 복제를 막기 위해 눈 뜨고 귀 열기를 바라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안전에서 미처 지켜내지 못한 어린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장 실습생 이야기를 담은 또 다른 책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는 2017년 가혹한 현장실습 환경에서 일하다 죽음을 택한 홍은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학생들의 현장실습 제도를 다각도로 살피며 학교, 가정, 기업, 정치의 관계 속에서 특성화고 아이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현장실습을 산업 안전과 교육의 관점, 어느 것으로 접근할지를 묻는다.
현장 실습생 이야기를 담은 두 권의 르포르타주는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죽음을 전한다. 그들이 한 가족과 학교의 구성원이었음을, 일상 영역에 그 아이들의 노동 흔적이 있음을, 누군가는 또 다른 ‘김동준들’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슬픔의 전염을 거부하는 이 시대에 그 슬픔을 내어놓는 그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아이를 잃은 자리에서 발굴된 고단한 이야기들. 목격자 되기를 멈추지 않고 함께 상처받기를 주저하지 않을 때, 어린 노동자들의 죽음은 멈추지 않을까. 책방한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