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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1> 제주 가문잔치 음식과 김지순 제주향토음식명인

제주땅 척박해도 혼례 땐 일주일 잔치 … 온 동네 고기접시 나눠먹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14 18:57:35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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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가 올해부터 음식문화기행 ‘최원준의 음식, 사람’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소울푸드와 관계되는 사람들을 만나 해당 음식의 심도 있는 문화인류학적 접근으로 그 지방의 문화원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김지순(왼쪽) 제주향토음식 명인이 혼례식 전날 먹었던 가문잔치 음식을 설명하고 있다.
- 첫째 날, ‘물 부조’ 받은 혼주
- 예식 전날 성대한 ‘가문잔치’

- 가마솥에 푹 삶아 수육 만들고
- 진국에 모자반 넣어 몸국 끓여
- 잡곡으로 갓 지은밥 ‘초불밥’과
- 고기 담은 접시 ‘괴기반’으로
- 한 상 차려내 친지·이웃 대접

- 제주 1호 향토음식 명인 김지순
- “얇고 넓적하게 썰어낸 수육
- 음식 앞 공평했던 제주의 성정”

제주는 오랜 세월 유배의 땅으로, 삶이 척박하고 팍팍했던 고장이다. 때문에 하루하루의 일상이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한 집안이나 가문의 특별한 날, 즉 관혼상제가 있는 날은 온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대사를 치르며 십시일반 힘을 모았다. 이때는 마을에 큰 잔치를 열어 오랜만에 마을 사람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었다. 특히 경사스러운 혼례가 있는 날은 일주일간 잔치를 벌이는데, 그중 혼례 전날 일가친척과 마을 사람이 모여 치르는 잔치를 ‘가문잔치’라 했다. 이 ‘가문잔치’ 때는 돼지를 잡아 ‘괴기반’을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눠 먹고, 여느 때는 먹기 힘든 쌀과 여러 잡곡으로 지은 ‘초불밥’, 제주 모자반을 넣어 만든 ‘몸국’ 등으로 잔치를 하며 축하를 했다.

■혼례 때 이레동안 잔치

   
‘괴기반’
“가문잔치는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을 위한 혼례잔치입니다. 일주일 내내 잔치를 준비하고 치르기에 ‘일레(이레, 7일)잔치’라고도 합니다.” 제주의 제1호 향토음식 명인인 김지순 선생의 설명이다.

혼례식 전후로 3일씩 혼례를 준비하고 마무리 하는 ‘일레잔치’는, 그 첫째 날은 ‘물 받는 날’이다. 제주 지형의 특성상 물이 귀했기에 잔치에 쓰이는 물을 동네 아낙들이 멀리 떨어진 우물에서 길어 혼주의 집 물 항아리에 채워준다. 이를 ‘물부조’라고 한다. 둘째 날은 ‘돗 잡는 날’이다. 제주도의 혼례는 돼지를 잡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돼지는 40, 50대의 리더십 강한 마을 사람이 도감(都監)이 되어 마을 청년들을 동원하여 잡는다. 해안가 마을은 바닷가에서, 안쪽 마을은 개울에서, 중산간 지역에는 큰 나무 옆 팡(너럭바위)에서 잡는데, 주로 2, 3마리의 돼지를 잡는다.

이레 중 셋째 날이 바로 ‘가문잔치’ 날이다. 혼례식 바로 전날로, 이날은 멀리 떨어진 가문의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가문잔치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때문에 혼례식에는 못가도 가문잔치 날에는 모든 이들이 모여 잔치 음식을 먹으며 혼례를 축하하는 것이다. 넷째 날은 ‘혼례식’ 잔칫날. 신랑은 신부 집에서 신부를 데리고 온다. 일가친척과 마을사람들은 부조를 하고 혼주는 그 답례로 음식을 싸줘 감사를 표한다. 마을 아낙들은 ‘쌀부조’라 하여 쌀을 한 말 정도 건네기도 한다. 다섯째 날은 신랑신부가 신붓집에 가는 날이다. 쌀 한 말, 술 한 되, 돼지 다리 하나를 가지고 가, 신부 일가를 모시고 음식을 접대하고 인사를 한다. 여섯째 날은 신랑 집 가는 날, 마지막 날은 벌여놓은 잔치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혼례 전날 일가·마을 가문잔치

   
‘몸국’
이처럼 제주만의 특별한 잔칫상인 ‘가문잔치 음식’을 김지순 선생을 만나 자세히 들어보았다. “가문잔치 음식은 크게 ‘초불밥’과 ‘몸국’ ‘괴기반’ 등으로 구성이 됩니다. ‘초불밥’은 제주도 말로 ‘처음 지은 밥’이란 뜻입니다. 가문잔칫날 처음 지은 밥으로 대접합니다.” ‘초불밥’은 산듸(밭벼)쌀 약간과 보리쌀, 팥, 조 등 잡곡으로 지어 올린다고 한다.

“몸국은 가마솥에 돼지 두어 마리를 넣고 온종일 삶아내는데, 돼지 여러 부위를 삶아서 건져내고 나면 진국이 됩니다. 이 진국에 돼지내장과 몸(모자반), 배추를 넣고 끓이다가 메밀가루 풀어 걸쭉하게 끓여내면 ‘몸국’이 됩니다.”

“괴기반은 ‘고기접시’란 뜻으로 한 접시에 돗괴기(돼지수육) 수애(순대) 전배설(작은창자) 메밀전 둠비(마른 두부) 굵은 소금 등을 한꺼번에 담은 것을 말합니다. 한 접시에 한 사람 분량을 담아, 마을 사람들이 똑같이 나눠 먹습니다.” 이를 제주 사람들은 ‘반 태운다(제주 지역)’ ‘반 노눈다(서귀포 지역)’고 한다. “고기를 썰 때 넓적하고 풍성하게 보이도록 칼을 눕혀 비스듬히 썰어냅니다. 왜냐하면 일정 양의 고기로 많은 하객을 맞이해야 하거니와 이렇게 썰어놓으면 고기가 얇고 부드러우면서도 돼지 껍질과 비계, 살코기가 함께 씹혀 맛이 좋지요.”

■ 초불밥, 괴기반, 몸국으로 잔칫상

앞서 서술한 바, ‘가문잔치 음식’의 주인공은 단연 돼지고기이다. 때문에 돼지를 잡는 일부터 수육, 내장 등을 부위 별로 삶아내고 하객에게 공평하게 썰어내는 등 잔치 음식을 주관하는 ‘도감(都監)’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도감’을 제주음식의 주요한 문화자원으로 인식하고 꾸준히 연구해오고 있는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양용진 원장은 ‘한 마을의 도감이라는 직책은 가문잔치의 음식, 그중에서도 돼지고기에 관해서는 혼주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라며 ‘도감의 큰기침 한 번에 그 집 혼사가 좌지우지될 정도로 무소불위의 존재’였다고 말한다.

“도감 어르신의 가장 중요한 일은 준비한 ‘괴기반’을 하객의 수에 맞춰 똑같이 배분하여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일입니다. 오래된 도감 어르신들은 돼지 한 마리로 200여 명분의 괴기반을 공평하게 썰어냈으니 대단한 내공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양 원장의 말을 달리 정의해보면, 도감의 궁극적 역할은 ‘음식 앞에서는 모든 이가 공평해야 한다는 의미의 반영’이다. 마을 도감의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제주 전통음식문화의 주요한 자산이라는 뜻이다.

   
신산했던 삶 속에서도, 희로애락을 함께 겪어내는 제주 사람들의 공동체 문화가 빛을 발했던 제주의 가문잔치. 요즘은 생활환경의 변화로 하루 잔치를 하는 집안도 많아지는 추세라니 내내 아쉽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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