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BIFF 리뷰] ‘지구의 끝까지’

감독은 걱정한다, 세계와 단절된 일본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8 19:33:44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구의 끝까지’는 일종의 로드 무비이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우즈베키스탄과 일본의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추진된 합작 프로젝트의 메가폰을 쥐고, 제작 중단된 역사물 프로젝트 ‘1905’와 ‘세븐스 코드’(2013), ‘산책하는 침략자’(2017)를 함께 한 마에다 아츠코를 다시 기용해 해외 로케이션으로 이 영화를 찍었다. 이 영화는 프랑스, 벨기에 자본으로 만든 고딕 호러 ‘은판 위의 여인’(2016)과 더불어 기요시가 일본을 떠나서 찍은 작품이며, ‘산책하는 침략자’에서 SF의 콘셉트를 끌어왔듯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장르로의 변신을 꾀한 한 편의 실험이다. 여행 프로그램의 리포터인 요코의 시점과 동선을 따라가며 우즈베키스탄의 이국적인 풍광을 훑는다.
   
‘지구의 끝까지’ 스틸. BIFF 제공
얼핏 이 영화는 여행의 과정을 담담히 그리는 평범한 로드무비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가 기요시의 인장은 어김없이 찍혀 있다. 일행 외에는 아는 사람이 전혀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서 요코는 불안에 휩싸인다. 숙소의 문을 걸어 잠그고 도쿄만에서 소방관을 하는 남자친구와의 연락에 집착하는가 하면, 현지인의 호의와 환대를 뿌리치고 도망가는 등 영화는 폐쇄적으로 고립된 요코의 심리상태를 빈번히 묘사한다. 소통 부재의 상황은 주변 인물에게서도 나타난다. 프로듀서는 유원지 놀이기구에서 위험한 촬영을 강행하는 독불장군이며, 돈 이외에는 인간의 감정과 동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메마른 인간성의 소유자이다. ‘속죄’(2012)에서 두드러졌던, 소통의 부재와 단절을 겪는 인물에 대한 관심은 이 작품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인 제작진과 현지인 간의 통역을 도맡는 테무르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나보이 국립극장에서의 촬영을 권유하는 테무르는 극장이 세워진 배경에 2차 대전 패전 이후 타슈켄트로 끌려와 노동에 종사하던 일본군 포로들의 역사가 있었음을 환기한다. 공포물의 한 정점을 이룩한 ‘절규’(2007)에 이어 감독은 역사에 대한 망각을 조장하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된 분위기에 또 다른 방식으로 일침을 놓는 것이다. 일찍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바람이 분다’(2013)에서 경고한 바처럼, ‘지구의 끝까지’는 요코와 방송 제작진으로 대변되는 보통의 일본인들이 세계를 향해 마음을 열지 않으면 다시 한번 비극의 역사가 반복될 것이란 암시를 은연중에 남긴다.

   
‘큐어’(1997)나 ‘도쿄 소나타’(2008)와 같은 과거의 수작에 비하면 영화는 평이한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이 평작에서도 일본 사회와 일본인의 사회적 병리를 해부하려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문제의식은 관철된다. 혼자만의 환상 속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부르던 요코가 종국엔 탁 트인 산야에서 절창하듯, ‘지구의 끝까지’는 마음의 눈을 감고 있던 한 영혼이 그 눈을 뜨기까지의 과정으로 나아가는 영화이다. 영화 속 요코가 그러하듯 일본 또한 정신의 쇄국(鎖國)을 풀고, 세계를 향한 소통의 문을 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요시의 근심이 영화의 면면에 묻어나 있다.

조재휘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6. 6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7. 7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8. 8“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6. 6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7. 7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8. 8“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8. 8‘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9. 9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6. 6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7. 7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8. 8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9. 9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10. 10첫 공소청 수장 후보, 이정현·박철우·예세민 물망(종합)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7. 7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