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제 맞아 ‘김쌤은 …’ 발간
- 도쿄 홍콩 등 세계 영화제 방문
- 축제성공 위해 초인적 일정 소화
- 좌석 수, 분위기 등 세세히 기록
- “영화사의 ‘난중일기’라 칭할 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반석에 올리고 끝까지 지켜낸 김지석(2017년 작고) 전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가 남긴 ‘출장기’가 책으로 나왔다. ‘김쌤’(고인의 애칭)의 출장기는 그 자체로 BIFF 성장전략·위기대응·성공비결을 담은 ‘난중일기’이자 1차 사료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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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김지석 전 BIFF 수석프로그래머. |
제24회 BIFF를 맞아 ‘김쌤은 출장 중’(김지석 지음)이 한글·영문판으로 나왔다. BIFF 지석영화연구소와 호밀밭출판사가 실무를 맡았다. 김 전 수석프로그래머는 김동호 이용관 박광수 전양준 오석근과 함께 BIFF를 창설해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키운 주역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다큐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BIFF 사태’가 터지고 정치적 시비에 휩쓸렸을 때 그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 끝까지 BIFF를 지켰다. 그 사태 혼란이 가시지 않은 2017년 5월 칸영화제 출장 중 급환으로 프랑스에서 향년 57세로 타계했다.
“도쿄영화제가 열리는 롯폰기 힐의 극장 시설은 좋지만 좌석 수 부족이 문제다. 개·폐막식도 300여 석짜리 영화관에서 열린다. 우리 영화제(BIFF)의 5000석과 너무 비교가 되는 것이다.…우리 영화제는 다소 무리가 있어도 영화인과 관객이 가깝게 만나는 행사를 많이 하는 데 반해, 도쿄영화제는 늘 거리를 둔다”고 그는 2009년 출장기에 썼다. 2013년 출장기에는 이런 관찰이 있다. “(홍콩영화제 경우) 문제는 마켓과 아시아영화상의 그늘에 가려 오히려 영화제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상영관 역시 홍콩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축제분위기를 집중시키기가 쉽지 않다.” 세계 곳곳 영화제 상황과 변화, 흐름을 세심하게 관찰한 내용이 출장기에 가득하다. BIFF는 줄곧 ‘관객과 함께 즐기는 떠들썩한 영화 축제’라는 특징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관찰이 BIFF 성장전략에 즉각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장기는 ‘난중일기’를 떠올리게 한다. 꼼꼼하고 세심하며 영화제에 집중한다. “(홍콩 영화 거물)조니 토와 따로 마주한 자리에서 (BIFF에 오도록) 스케줄 조정을 강력히 요청했고, 조니 토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말레이시아 아스트로 그룹 구매 담당 부사장을 만나 펀드 문제를 논의했다. 아스트로는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신생 영화제들은 끝없이 BIFF에 조언을 요청했다. 그는 일일이 도움을 줬다. 그리고 “같은 길을 가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상호 협조와 공존은 중요한 가치”라고 출장기에 썼다. 이런 활동은 BIFF의 막강 네트워크로 자라났다.
초인적 일정에 천근만근이 된 몸 상태도 기록했다. “11시경 겨우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기자들과의 저녁은 올드 칸 쪽이라 한참 걸어가야 한다.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가야 한다.” 그 와중에 2015년 카타르 출장기 한 대목은 이렇다. “사실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우리의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김쌤의 ‘난중일기’가 깊게 울린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