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후의 증인’ 1년 이상 촬영 몰두
- ‘만다라’로 베를린영화제 본선 진출
- ‘서편제’ ‘취화선’ 등 역작 남겨
올해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은 정일성(90) 촬영감독이다. 그는 파격적인 앵글과 색채 미학을 선보이며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촬영감독으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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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진이 |
정 감독은 20대 후반 조긍하 감독의 ‘가거라 슬픔이여’(1957)를 통해 촬영감독으로 입문했다. 이어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에서 자신만의 감각으로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구축했으며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에서는 민족의 비극과 부조리한 현실을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담기 위해 1년 이상 촬영하는 열의를 보였다.특히 영화 ‘신궁’(1979)을 통해 만난 임권택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며 한국영화사에 새겨진 걸작들을 만들어 낸다. ‘만다라’(1981)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서편제’(1993) ‘취화선’(2002) 등을 그려냈다.
정 감독은 김기영 유현목 김수용 하길종 이두용 등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감독들과 작업해 그의 필모그래피가 곧 한국영화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고전에서는 엄선한 7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7편의 작품 제목과 감독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전율이 내릴 것이다.
★화녀(김기영·1971)
김기영 감독의 파격적 영화 형식은 정 감독과 협업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화녀’(1971)가 시작이었다. 가정부 명자(윤여정)는 주인집 부부와 덫과 같은 삼각관계에 빠지고, 집은 연속된 살인으로 가득한 기괴한 밀실로 둔갑한다.
★사람의 아들(유현목·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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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아들 |
극단적 앵글과 프레임, 클로즈업, 인상적인 와이드 앵글 군중 쇼트 등 정 감독 촬영의 표현주의적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독교적 구도의 길을 걸어온 민요섭(하명중)이 칼에 찔려 숨지고 그의 과거 행적이 하나씩 밝혀진다.
★최후의 증인(이두용·1980)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을 파헤치던 오병호(하명중). 그는 살인이 한국전쟁이라는 비운의 역사와 깊이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1980년대 암울한 시대상에 대한 묘사, 외롭게 세상에 맞서는 한 인간에 대한 초상이 눈길을 끈다.
★만다라(임권택 감독·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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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다라 |
임권택과 정일성, 두 장인이 만들어낸 역작이다. 계율을 따라 깨달음에 이르려는 젊은 스님 법운(안성기)과 쾌락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또 다른 해탈의 길에 도달하고자 하는 스님 지산(전무송). 두 구도자의 행적이 유려한 풍경과 함께 펼쳐진다.
★만추(김수용·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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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추 |
살인죄로 복역하다 특별 휴가를 받고 나온 혜림(김혜자)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민기(정동환)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는 섬세한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김수용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황진이(배창호·1986)
황진사의 딸로 재색을 겸비한 진이(장미희)는 혼례 전날 그녀를 짝사랑하던 갖바치(안성기)가 자살하면서 일방적으로 파혼을 당한다. 갖바치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진이는 기녀가 되어 세상에 화려한 복수를 시작한다.
★본투킬(장현수·1996)
1990년대 중반 한국적 누아르 장르를 개척하고 유행시킨 장현수 감독의 대표작이다. 정 감독은 당대 어떤 젊은 촬영감독보다 힘 있는 화면을 만들어 낸다. 길(정우성)은 자살하려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친 후 킬러로 키워진다. 그를 자극하는 것은 호스티스 수하(심은하)뿐이다. 김희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