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벌새 #김보라 감독 #박지후 #김새벽 #정인기 #이승연 #1994년
(Q&A 신작영화 리뷰는 관객들이 가질만한 신작영화의 궁금증들을 압축하여 Q&A 형태로 풀어내는 리뷰입니다)
Q1.<벌새> 제목이 가져다 주는 의미는?
A:벌새는 꿀을 빨아먹는 아주 부지런한 새다. 빠른 날개짓으로 이꽃 저꽃 옮겨다니며 활동하는데 그 날개짓이 1초에 50회 이상인 벌새도 있다. 이 날개짓은 다분히 활동적인 성질을 지닌다. 이는 주인공 은희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1994년 초봄에 출발해서 늦가을 언저리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은희는 자신의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머뭇거리면서도, 절친인 동성친구와의 갈등에 아파한다. 자신을 좋아하는 동성 후배에 대해 적절하게 ‘가오’도 부릴 줄 알아하고, 한문학원 여자 선생님에 대한 호감도 표현하고 싶다. 가부장적인 아빠와 이를 감내하는 엄마 사이에서 적절한 자신의 위치를 선정해야 하고,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학생회장 출신’ 오빠의 그늘 아래서 생존을 모색해야한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벌새와 은희의 공통분모는 사적인 행위를 부지런히 행하는, 본능적인 생존본능의 발로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Q2.적자생존의 세계와 우주의 붕괴
A:김보라 감독은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많은 인터뷰에서 밝혀왔다. <벌새>가 눈부시게 도약하는 지점은 이 사적인 경험담이 공적영역으로 침투할 때 발생한다. 이 작고 불안한 소녀의 움직임과 언어들이 거대한 공적 사건과 마주할 때 이 영화는 ‘그땐 그랬지’ 류의 영화들에서 탈피해 관객을 그 당시의 시간으로 소환해 반추하는 위치까지 격상한다.(스포라서 밝힐 순 없지만 영화에서 정확한 날짜의 자막이 펼쳐지는 순간을 주목해서 보아야한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은희의 소우주를 붕괴시킨다.
Q3.사적 영역에서 가까워지기, 공적영역에서 멀어지기
A:<벌새>에서 대다수 숏은 고정되어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장면의 구도는 양 분할 상태에서 인물들의 여러 행동이 다르게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은희가 방 안에 들어가있고 엄마와 아빠가 다투거나 식사를 할 때 벽을 중심으로 인물이 갈라진다. 또한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은희가 공중전화를 받고 있을 때 역시나 건물의 모서리 부분을 사이에 두고 그 옆에 장례식 손님들은 담배를 피거나 고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외곽으로 밀려나가는 은희의 지정학적 위치다. 영화 내내 집단에서 중심부로부터 멀어진 은희를 잡아내던 카메라는 점차 은희를 영화 중심으로 포섭시키지만 그 장면 역시 은희는 겉돌고 있고 중심으로부터 멀어진, 고요하면서도 불안한 상태를 포착해낸다. 전언한대로 대다수가 고정 숏으로 이루어진 <벌새>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순간들이 존재하는데, 두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줌-인과 줌-아웃이다.
Q4.카메라가 움직일 때를 주목하시라
A:먼저 줌-아웃은 비교적 빨리 도착한다. 은희는 집 문을 두들기지만 엄마는 문을 열지 않는다. 은희는 계속 엄마를 불러내고 이내 악에 바친 듯 엄마를 연발한다. 하지만 이것은 은희의 오인에서 생긴 결과였는데 1002호인 자신의 집이 아닌 902호의 문을 두드리고 있던 것이다. 은희의 이런 오인 뒤로 너머 카메라가 줌-아웃 되며 은마아파트 전경이 펼쳐진다. 동일한 크기의 아파트들은 마치 데칼코마니를 이루든 대칭을 이루고 도미노 블록처럼 촘촘히 담겨있는, 그 시대를 투영한다. 켜켜이 쌓인 아파트 속 은희는 그 곳에 사는 어느 누군가처럼 소우주에서 매우 작은 존재다.
반면 줌 인이 들어가는 장면은 은희의 시점숏이다. 절친과 싸운 은희를 보던 영지선생님은 노래를 불러준다. 그 노래는 다소 혁명적 제의를 담아내고 있는 노동 운동가인 ‘잘린 손가락’이다. 이때 점차 카메라는 영지선생에게 줌-인 된다. 이 줌-인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어 언뜻 보면 동일한 숏의 크기로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움직임은 진행 중이다. 나는 이 두 움직임의 차이가 이 영화가 가지는 위치를 말해주고 있다고 믿는다. 공적영역(아파트)를 한 걸음 물어서서 바라보다가도 사적영역(시점 숏)을 아주 끈질기게 파고드는 이 영화는 사회에 대한 함축적 의사전달의 영화라기보다,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영화라기보다, 그렇기에 매우 개인적인 시간들을 담아내면서도 슬며시 공적인 의제를 확보한다. 특히 영화의 핵심적 사건에서 아이들을 그 현장으로 찾아가 재난 후의 순간을 바라보게끔 할 때, 이 영화 자체가 재난영화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감독이 숏을 나눌 때 결단을 내리고 있다 생각이 드는, 근례 보기 드문 한국영화였다.
Q5.영화를 보기 전 당신이 놓치지 말아야 할 키워드 다섯 가지는?
1.손가락 2.윤복희-여러분 3.외삼촌 4.식탁 5.감자전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관련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