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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후 예술인 ‘부산 이탈’ 안 해…과거 기록물이 입증”

국제신문 사료를 찾습니다

  • 조봉권 인문연구소장 겸 문화전문기자
  •  |   입력 : 2019-08-29 19:37:05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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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미진 박사·이순욱 교수 부부
- 옛 국제신문 자료로 시대상 연구

- “피란수도 부산에 언론인들 유입
- 시사지 ‘주간국제’로 다수 모여
- 당시 문예·문학부문 활성화 기여
- 한국 잡지사에서 주요한 위치

- 타 신문사 기능 수행 어렵던 때
- 사회적 담론 생산·유통 핵심역할”

“역사는 과거학이 아니라 미래학입니다.”

   
근현대 문학 연구가 이순욱(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공들여 확보한 대중문화잡지 ‘주간국제’의 실물을 살펴보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역사학자 이덕일 박사(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가 ‘역사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 언제나 내놓는 답변이다. 이는 ‘봉인 해제! 국제신문 사료를 찾습니다’ 캠페인에도 적용된다. 자칫 잊힐 뻔한 과거 사료를 재발견해, 현재의 문제의식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미래를 가꿀 씨를 뿌리고자 한다.

국제신문은 ‘봉인 해제! 국제신문 사료를 찾습니다’ 캠페인을 창간 72주년, 복간 30주년 사업의 하나로 최근 시작했다 (국제신문 지난 20일 1면 사고, 지난 21일·27일 2면 기사 참조). 이 일은 수미일관, 독자·시민과 함께 진행해야만 한다. 개인 또는 단체가 소장 또는 발굴한 국제신문 관련 사료를 기증하거나 그 존재를 알려오는 단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캠페인에서 국제신문이 찾고자 하는 사료는 ① 1947년 창간부터 1980년 군부독재 권력에 의한 강제 폐간된 때까지 국제신문이 발행했거나 국제신문과 관련이 깊은 각종 책자, 사진, 개인 또는 단체의 기록물, 학술·문화적 자료, 옛 국제신문. ② 1989년 국제신문 복간 당시의 상황과 의미를 담은 사료이다. 이를 독자·시민이 보내오거나 알려오면, 국제신문 인문연구소가 취재하고 검토해 지역사회 미시사를 보완하고, 지역문화를 풍부하게 할 콘텐츠의 재료로 삼는 것이 캠페인의 요체다.

■한국 두 번째 시사주간지

   
1950년대 국제신문이 펴낸 시집 등 문학 도서.
그렇게 진행해가는 과정에서, 국제신문이 창출해놓은 과거 산물과 자료를 연구해 그 의미와 가치를 캐내는 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옛 국제신문’과 깊고도 핵심적으로 연관된 이들의 연구 내용과 방향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힘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전문 연구가들의 학술 탐구 영역에서도 이처럼 옛 국제신문에서 ‘오늘의 의미’를 찾는 연구가 이뤄진다는 것은 시민과 함께 진행하는 ‘봉인 해제!…’ 캠페인에 내장된 잠재력과 가능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순욱(왼쪽) 교수와 최미진 박사.
그 연구의 주역은 부부 학자인 최미진 (부산대 강사) 박사와 부산대 이순욱(국어교육과) 교수이다. 근현대 국문학을 연구하는 최미진 박사는 최근 ‘한국전쟁기 ‘주간국제’의 매체전략과 문화정치’ 연구에 착수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이 연구는 한국전쟁 시기 국제신보(국제신문의 당시 제호)가 발행한 시사주간지 ‘주간국제’의 “매체전략과 이에 대응하는 문학의 논리를 실증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주간국제’는 1970년대 국제신문이 펴낸 대중문화 잡지 ‘주간국제’와는 별개의 것으로, 한국언론사상 해방 이후 두 번째(최초는 ‘주간서울’)로 창간된 시사주간지로 꼽힌다. 최미진 박사는 “‘주간국제’는 1952년 창간되어 1953년 1월 31일 제18호를 끝으로 폐간된 주간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몇 호까지 나왔고 언제 실질적으로 폐간됐는지 등 그 실체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신문백년지’에도 누락돼 있을 만큼 오랜 기간 망각되었던 매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주간국제 발행분 80%가량 모아”

   
1970년대 대중문화잡지 ‘주간국제’를 합본해 놓은 자료.
그는 “연구가 초기 단계”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주간국제’는 한국 주간지 시대의 전사(前史)에서 중요한 3대 매체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 연구를 위해 “지난 수년에 걸쳐, 1950년대 발행됐던 시사주간지 ‘주간국제’의 80%가량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밝힌 최 박사에게서 ‘주간국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참고로 1950년대 시사주간지 ‘주간국제’는 국제신문에 실물이 제대로 보관돼 있지 않다.

1947년 창간한 최초 시사주간지 ‘주간서울’과 같은 해 출발한 순보(열흘마다 발행) ‘새한민보’, 1949년 ‘태양신문’ 일요판, 1951년 1월 창간한 월간 대중잡지 ‘희망’ 등 당시 서울에서는 시사 잡지가 나오고 있었다. 1950년대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서울에서 그런 잡지를 만들던 사람 상당수가 부산으로 피란 온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부산의 국제신보였다. 그는 “잡지를 만든 경험과 역량이 있는 인력이 부산으로 피란 왔을 때 국제신보가 상당수를 필진 등으로 수용했다”며 “이런 적극적이고 포용적인 인적 네트워크 형성 노력이 1952년 ‘주간국제’ 창간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명한 언론인 송지영 설의식 조덕송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들 전문가는 전쟁이 끝나자 서울로 돌아가 ‘주간희망’ 등 시사 잡지를 만들면서 1960년대 한국의 첫 ‘주간지 시대’를 주도한다. 이렇게 보면 ‘주간국제’를 지금 연구하는 것은 한국 언론사와 시사 잡지 역사에서 의미가 커진다. 최 박사는 “‘주간국제’는 특히 문예·문학 부문을 활성화했기에 피란지 문학 연구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50년대 국제신문, 시집 출판 활발

   
다양한 ‘주간국제’ 진본.
이순욱 교수는 근현대 부산·경남지역 국문학사와 근현대 한국문학사를 깊이 활발하게 연구해온 학자다. 그 과정에서 방대한 문학사 자료를 섭렵하고 수집도 했다. 엄청나게 폭넓은 문학사 자료와 기록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을 이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그도 ‘국제신문 사료’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연구를 진척시켜가는 과정에서 1978년 국제신문이 창간한 대중문화 잡지 ‘주간국제’의 창간호부터 마지막 117호까지 실물과 1950년대 한국전쟁기 국제신문이 활발하게 펴낸 전국 문학인들의 문학작품집, 1960년 4월 혁명 때 국제신문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해 연구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보유한 대중잡지 ‘주간국제’ 원본과 한국전쟁 때 국제신문에서 펴낸 중요한 시집 등을 취재 과정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우리나라 문화지형은 완전히 재편된다. 당시 사회적 담론과 문화를 생산한 가장 중요하고 기민한 매체가 신문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지는 부산이었다”고 말한 그는 “실증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처지에서, 한국 전체 상황을 놓고 볼 때 전시 담론의 생산과 유통에서 국제신문의 역할은 핵심적이었다. 다른 지역의 신문은 거의 제기능을 하기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연구자에게 중요한 연구 대상

   
1952년 국제신문이 창간한 시사주간지 ‘주간국제’ 제12호 진본(표지에 한자로 ‘장택상 이범석 양씨대립상!!’이라고 썼다).
이 교수는 더욱 주목할 만한 의견도 내놓았다. “한국전쟁기 피란수도로서 예술문화에서도 한국 중심지 구실을 했던 부산이 전쟁이 끝난 뒤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서울로 돌아가면서 문화적으로 공동화(空洞化)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 부산지역 학계의 기존 의견입니다. 그러나 신문이나 문헌 등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적 연구를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부산에는 여전히 많은 문화예술인이 있었고, 활발한 문화예술활동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그쪽으로 연구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부산이 ‘문화의 불모지’였다는 집요하고 끈질긴 주장이 과연 실체가 분명한 판정인지 문화정책이 실패한 것에 대해 핑계를 대고자 만들어낸 선입견에 불과한지 알아보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인식이다. 그만큼 연구해야 할 지역문화사의 과제가 여전히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과정에서 지역의 미시사 자료를 풍부하게 간직한 국제신문 사료는 더욱 큰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료 관련 문의 (051)500-5070

조봉권 인문연구소장 겸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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