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문화현장 <57> 문진우 사진전 ‘남포동 불루스’

에로영화 간판 아래 팽창했던 향락… 80년대 남포동 거리로

  •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9-07-09 18:49:04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1980년대 중구 일대 흑백사진
- 중앙동 갤러리 카페 F5.6에서
- 12일 시작해 내달 31일까지

- 독재 아래 장려된 쾌락이
- 가감없이 드러난 남포동 풍경
- 술집 구인전단 물결 속에서
- 유독 의연하고 굳세보이는
- ‘재첩국 아지매’의 모습

페이스북에 문진우(60) 사진가가 올린 ‘남포동 불루스’ 사진전 예고 포스터를 본 순간, “아~!” 하는 탄식이 나왔던 것 같다. 자세히 보니 광복로(부산 중구) 같다. 저 앞에서 ‘재첩국 아지매’가 걸어온다. 분명히 가녀린데, 어딘지 굳센 모습. 사진 제목은 ‘86년 광복로 아침’이다.
   
부산 중구 광복로 시네마극장 앞을 찍은 1987년 사진. 문진우 사진가 제공
문진우 사진가는 이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려놓고 글을 달았다. “‘내 사진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를 가장 깊이 고민했던 1980년대, 남포동을 중심으로 광복동 중앙동의 모습입니다.” 그에게 곧장 전화했다. “좀 만나주세요!” 그렇게 지난 5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 182의 4 지하 1층 사진공간 중강이라는 그의 작업실에서 ‘문진우 사진전-남포동 불루스’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전시는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우체국 지하 1층 갤러리 카페 F 5.6에서 오는 12일 시작해 다음 달 31일까지 이어진다. 사진은 40여 점.

   
1985년 당시 부영극장 앞 육교에는 ‘여종업원 구함’ 전단이 무수히 붙었다.
(조봉권)“실은 1980년대에 사진가가 찍은 남포동 광복동 중앙동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게 반가워 서둘러 연락드리게 됐다. 근대나 6·25전쟁 때 부산 원도심 남포동 광복동 중앙동 사진은 그럭저럭 볼 수 있는데, 1980년대 원도심 사진 그것도 예비 사진가가 ‘작품을 한다’는 의도를 갖고 찍은 사진은 잘 볼 수 없는 것 같다.”

(문진우)“이번 사진전은 ‘심각한’ 마음으로 준비한 건 아니었다. 오래전 찍은 흑백필름 약 3만 컷(내가 갖고 있는 전체 사진은 100만 장쯤 되지 않을까 추산한다) 가운데 80% 정도는 스캔해서 정리를 끝내놓았다. 그중 직장생활을 하던 20대 시절 내 사진의 정체성(무엇을 어떻게 왜 찍을 것인가?)에 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1980년대 남포동 광복동 중앙동을 찍은 사진이 꽤 있기에 이걸 선별해 전시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거기서 ‘난리’가 났다. 지금껏 내가 올린 SNS 게시물 중에 호응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남포동 불루스’라는 (낭만적 복고풍) 제목 덕을 본 게 아닐까? 준비 제대로 해야겠구나 하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남포동 불루스’ 사진전 포스터. 1985년 어느 날 아침 광복로 풍경이다.
그는 부산의 중진 사진가이다. “내가 고교 진학할 즈음에 어머니께서 취미로 사진을 찍으시려고 중고 캐논 FTb를 구입했다. 그 카메라가 인연이 돼 부산상고 1학년 때부터 사진반 활동을 했는데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때 운명이 결정된 것 같다. 동아대에 들어가서도 사진예술연구회 활동을 했는데 졸업할 때 후배 한 명과 졸업전시회를 열었다. 그게 우리 사진동아리 최초 졸업전이었다.”

대학 졸업 뒤 부산에서 영업사원으로 취업했다. 바깥으로 다니는 직업이다 보니 이때 월급으로 사진 장비를 사들이고 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동년배나 선배 사진가 속에서 토론하고 사진을 배워나갔다. 항도일보(뒷날 부산매일신문)가 창간할 때 사진기자로 입사해 10년간 포토 저널리즘 현장에 있었다. 나이 40에 신문사를 나온 뒤 기록사진가로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수많은 현장을 누비며 기록했고, 자신만의 작가주의 사진도 찍으며 여러 종류의 전시를 치렀다. 그는 특히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유명하다.

   
부산의 중진 사진가 문진우. 김종진 기자
1980년대는 격동의 시대였다. 군부독재가 절정으로 달렸지만, 민주화운동도 자라던 시기였다. 경제는 팽창했다. 그러자 독재정권은 향락적인 문화를 정책적으로 퍼뜨렸고 극장에는 에로 영화가 줄줄이 걸렸다. 문진우 사진가는 “87년 찍은 이 사진은 남포동에서 하모니카를 불며 구걸하던 할아버지가 하도 하모니카를 많이 불어 입술이 헐자 테이프를 입술에 붙인 모습”이라고 한 사진을 설명했다.

   
중년 세대는 선명히 기억할 남포동 시네마극장에 영화 ‘유혹시대’와 ‘티켓’ 간판이 화려하게 걸렸는데 그 아래 노점상 여성은 무심한 듯 고개를 숙인 사진도 눈길을 끈다. ‘85년 부영극장 육교 아래’ 사진에는 무수히 붙은 ‘여종업원 구함’ 전단이 시절을 증언한다. ‘87년 광복로 BNC 제과점 앞’에는 기성의 사진 문법과 구도에서 탈피해보려는 젊은 사진가 문진우의 기세가 엿보인다. ‘남포동 불루스’다.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0. 10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한전, 개인정보 유출 1만1000명 추가 “조사 과정서 발견”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8. 8[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