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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오, 상숙 너는 내 운명…전라남도 곡성군 봉조리에 다시 찾아온 신혼

  • 국제신문
  • 권영미 기자 kym8505@kookje.co.kr
  •  |  입력 : 2019-07-08 00: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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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죽었다 깨어난 남자, 차금옥(61) 씨,그의 불행을 자기 일인 양 품어주고 사랑하는 여자, 상숙(57) 씨.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자 서로에겐 운명의 배필이다.

(사진=KBS 1TV ‘인간극장’)
15년 별거 끝에 5년 전부터 부부는오지마을 곡성 오곡면 봉조리에서 양봉장과 감나무를 가꾸며제2의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전라남도 곡성 오곡면 봉조리가 고향인 금옥 씬 열두 살에가난을 탈출하기 위해 무작정 기차를 탔다.

구미에서 이발사 보조로 일하다 열세 살이 되던 해,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다 3년 만에 기적처럼 깨어났다.

연락이 끊긴 가족들은 그를 사망 신고 처리했고,그는 ‘사망, 부활’이 적힌 제적등본을 갖고 산다.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결혼생활 15년 만에 도시 생활을 접고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귀향한 그는또다시 축사에서 시너가 폭발하는 바람에 큰 화상을 입었다.

식물인간으로 깨어났을 때‘다시 걸을 수만 있다면 남을 위해 살리라’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30여 년간 ‘인간 신호등’으로 불리며교통봉사를 이어온 금옥 씨다.

그의 모든 삶은 아내 덕분에 가능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귀향한 금옥 씨 대신 지난 15년간,아이들 양육과 생계를 도맡았던 아내, 상숙 씬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살아준남편이 오히려 안쓰럽고 고맙다.

생계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교통봉사는 멈추지 않았던남편이 원망스러울 법도 한데,그녀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또 한 번의 큰 사고를 당하고도홀로 땅을 늘려가며 만평의 농장을 일군 남편이 자랑스럽다.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농장에서 부부는 200여 통의양봉장을 가꾸며 5년 전부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다시 찾아온 삶과 다시 찾아온 아내까지.

함께라서 행복한 부부의 신혼 같은 산골 생활, 인간극장에서 만나보자

(사진=KBS 1TV ‘인간극장’)
# 두 번 죽었다 살아난 남자, 차금옥

전라남도 곡성군 봉조리, 여섯 가구만 남은 오지마을이다.

구불구불한 천덕(天德)산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해발 400미터 고지에차금옥(61), 허상숙(57) 씨 부부가 산다.

고구마 두 개와 산열매로 허기를 채우던 시절,금옥 씬 열두 살에 가난을 탈출하여 무작정 기차에 올랐다.

기차에서 만난 구두닦이를 피해 무작정 내린 곳이 구미 시였다.

그는 1년간 이발사 보조로 일하다가 택시에 치이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식불명, 식물인간 상태로 3년간 병원에 누워있었던금옥 씬 그의 나이 열여섯이 되던 해 기적처럼 깨어났다.

가족들은 소식 없는 그를 사망신고 처리했고,그에겐 보통 사람에겐 없는 ‘사망, 부활’이라는 글자가 또렷이 새겨진 ‘제적등본’이 있다.

그러나, 불행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스물여섯에 결혼하여 구미에서 4남매를 낳고 택시, 버스기사로 열심히 살았지만교통사고 후유증은 결혼생활 15년 만에 그를 다시 고향으로 불러들였다.

그때 나이 마흔하나, 금옥 씬 어떻게든 고향에서 재기해야만 했다.

염소를 키우는 축사를 만들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썼지만귀향 1년 만에 축사에서 시너가 폭발하는 바람에 큰 화상을 입게 된다.

그나마 목숨을 잃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두 다리를 잘라내야 할 만큼큰 화상이었지만 그는 다시 1년 만에 일어섰다. 아직도 그의 두 다리에는빠지지 못한 열과 흉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더 이상 자신과 같은 불행이 다른 이에게 닥치지 않길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식물인간에서 깨어났을 때 ‘다시 걷게 되면, 반드시 봉사하며 살리라’라는 자신과의약속을 지키기 위해 금옥씬, ‘인간 신호등’이라 불리며지난 30여 년 동안 교통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KBS 1TV ‘인간극장’)
# 당신은 내 운명, 허상숙

경상북도 구미의 섬유공장에서 상숙 씨 나이 스물둘, 금옥 씨 나이 스물여섯에만난 두 사람은 금옥 씨의 적극적인 청혼으로 부부가 됐다.

처음 신혼은 금옥 씨의 고향, 곡성 봉조리에서 시작했지만 큰 아이가 첫돌이 되던 해,부부는 고향을 떠나 구미 시에서 15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2남 2녀를 낳고, 상숙씬 대기업 계열사에서 ‘상품검수’일을 하며30여 년간 쉬지 않고 직장생활을 했지만 열심히 산다고살아지는 게 인생이 아니었다.

결혼 후 알게 된 남편의 어린 시절 교통사고, 그 후유증으로 남편 금옥씬,아내와 아이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홀로 귀향하겠다는 남편을 말리지 못한 채아내, 상숙씬 15년을 남편과 떨어져 살며 4남매를 키웠다.

물론 살림과 생계, 아이들 양육은 모두 아내 상숙 씨의 몫이었다.

그래도 각자 잘 살아내길 바랐는데, 남편의 불행한 사고 소식,화상으로 1년간 병원에 누워있는 남편을 지켜보며 아내는 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지금도 상숙씬 아이들 키우랴, 생계를 책임진 가장으로서남편 병간호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게 미안하고 한스럽다.

홀로 15년간 산골 생활을 하며 20여 kg이나 몸무게가 줄은 남편,산송장처럼 지내는 그를 상숙 씬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직장생활을 시작하자 5년 전, 그녀는 도시생활을 접고남편이 사는 곡성 봉조리로 들어왔다.

지금은 남편의 몸무게가 85kg, 오히려 살이 쪄서 걱정이다.

“당신이 날 두고 도망갈까 봐 늘 걱정이다”라는 남편의 너스레를 웃으며 받아주는 상숙 씬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남편의 과거가 안쓰럽고,큰 화상을 입고도 살아준 남편이 고맙기 그지없다.

게다가 결혼 이후 아파 누워 지낼지언정 3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구미에서,지금은 곡성에서 교통봉사를 하고 있는 그가 오히려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남편과 그동안 베풀고 나누지 못한 결혼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상숙씨의 얼굴엔남편의 타고난 유머감각 덕분에 매일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우여곡절 많은 남편과 이렇게 잘 살아온 것을 보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는 상숙 씨.

어쩌면 이런 상숙 씨를 만난 금옥 씨가 정말 운명 같은 배필을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KBS 1TV ‘인간극장’)
# 다시 찾아온 신혼

만평의 농장 부지에,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양봉장, 10여 년 전부터 가꿔온2000여 그루의 감나무, 펜션을 겸한 부부의 보금자리 주변으론 과일을 좋아하는아내를 위한 갖가지 과실나무가 자란다.

이 모든 것들이 남편 금옥 씨가 아내를 모셔오기 위해 땀 흘려 가꾼 것들이다.

금옥 씬, 지난 두 해 동안 냉해로 감나무 수확이 여의치 않자섬진강 물놀이 안전요원으로 최저임금을 받고 여름철 3개월 동안 일한다.

이 또한 장애와 환갑이 가까운 나이라고 거절당했지만초등학교 중퇴자인 금옥 씨가 각고의 노력 끝에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일반과정자격증을 따내며 수차례 도전한 끝에 얻은 일자리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양봉장은 제법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벌치기가 되겠다고 양봉 대학까지 다닌 상숙 씨와 한봉으로 경험이 풍부한금옥 씨가 머리를 맞대고 일군 결과다.

남편이 일하는 섬진강가에서 도시락으로 싸온 점심을 함께 먹으며 5일장이 서면곡성 장으로 손잡고 마실을 나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없는 가운데에서도 여유와 사랑을 나누는 부부의 일상은 그야말로 제2의 신혼이다.

권영미 기자 kym8505@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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