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마다 국내외 뮤지션 무대
- 단골 늘어… 실험적인 음악 공유
- 힙합·디제잉 파티·시 낭송 등도
- 내달 11일 경상도대통합 돌잔치
- 부산 경남 실력파 눈으로 확인을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이맘때, 서울 홍대 앞이 그러했듯 무한리필 음식점과 프랜차이즈 카페, 대형 의류매장들이 들어서면서 경성대학교 앞에서 끈질기게 버티던 문화예술 공간들이 하나 둘 휴업하거나 폐업했다. 갈 곳 잃은 예술가들과 힙스터들이 초점 잃은 눈빛으로 배회하며 ‘이것이 국가인가’라고 성토하던 중 센츄리빌딩 뒤편 T자형 골목 지하에 복합문화공간이자 펍인 오방가르드(Ovantgarde)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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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대 앞 오방가르드에서 열린 밴드의 공연 모습. |
오방가르드는 프랑스어로 최전선에서 싸우는 정예부대이자, 혁신적인 예술 경향인 전위주의를 뜻하는 아방가르드와 끝내준다는 뜻의 속어인 ‘오방간다’가 합쳐진 신조어다. 배회하던 이들은 드디어 갈 곳이 생겼다는 안도감과 함께 하루에도 여러 가게가 사라지고 생겨나는 전쟁터 같은 경대 앞에서 과연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 어린 마음으로 오방가르드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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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11일 1주년 자축 돌잔치 계획표. |
경대 앞에서 청춘을 보낸 오방가르드 이승철 대표는 주말마다 새로운 라이브 밴드 공연과 예술 전시, 힙합, 디제잉 파티, 시 낭송, 스탠딩코미디 등 다양한 문화기획을 정신없이 하다 보니 1년을 버텨냈다고 한다. 심지어 조금씩 관객이 늘어나는 추세라니 기특하기 짝이 없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벤트가 없는 평일에는 지인들 외엔 손님이 많이 없는 편이라 주말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한 기획회의와 사전미팅, 음주를 곁들인 음악 감상에 주력하고 있다. 고물과 낡은 잡동사니들이 쌓인 지하 창고 같은 공간과 낯선 음악들은 어쩐지 일반 손님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내어 들어온 손님은 단골이 된다.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한 이는 있어도 한 번만 방문한 이는 없다는 얘기다.
지난 1년 동안 오방가르드에선 지역뮤지션의 공연 외에도 해외뮤지션의 수많은 내한 공연이 이어졌다. 지난 20일에는 세계 힙스터들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필리핀 뮤지션 멜로 펠로(Mellow Fellow)의 내한 공연이 있었고 27일에는 뉴욕에서 가장 아방가르드한 밴드 ZS의 리더인 ‘Diamond Terrifier’의 공연이 열렸다. 그 외에도 당장 기억나는 건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힙합 아티스트 ‘L.Teez’, 프랑스 일렉트로닉 팝 듀오 ‘Holy Two’, 1995년에 결성된 일본의 록앤롤 밴드 ‘the knockdowns’의 공연 등등이 있었다.
섭외하고픈 해외뮤지션에게 직접 연락을 하기도 하지만, 뮤지션 측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국내외에서 낯설고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의 공연도 꾸준히 주관하고 있다. “과연 수요가 있느냐”고 물으니 “없다고는 할 순 없지만 있다고도 말 못 하겠다”는 애매한 대답을 남긴다. 해외의 실력 있는 뮤지션이든,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실험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이든 생소할수록 관객은 적게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소한 시도를 거듭하는 이유는 묻혀 있던 보석처럼 새롭게 발견한 음악을 가능한 많은 이에게 알리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언젠가 가게가 없어지더라도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거듭날지도 모르는 그들의 공연이 부산 어느 뒷골목 조그만 지하 공간에서 이뤄졌다는 기억이 전설처럼 회자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한다.
다음 달 11일. 오방가르드의 1주년을 자축하는 경상도대통합 돌잔치(영어로 rock festival!!)를 야심차게 준비 중이다. 1, 2부로 나눠서 진행되는 돌잔치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진행된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밴드와 디제이들뿐만 아니라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지역 뮤지션의 놀라운 수준과 실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라니 벌써 기대된다. 그리고 오방가르드의 10주년, 20주년 공연이 이어지길 바란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면 용기 내어 입장하길 바란다. 용기 내지 않고 새로운 보물을 발견하긴 어렵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