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영혼의 중구 천재 김일두
- 전설 엘튼 존도 칭찬한 세이수미
- 록 루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 14일 시민회관 소극장서 공연
- 부산 스타일의 매력 만끽하시길
벚꽃잎이 흩날리니 마음이 심란해진다. 뚜렷한 사계절 따라 다양하게 심란할 수 있어 다행이다. 빈 마음을 채우려 곳곳에 숨었거나 새로 생긴 문화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다 부산시민회관 근처를 지날 때면 오래 전 추억이 떠오른다. ‘수퍼태권브이’ ‘84태권브이’를 상영하던 시민회관을 가득 채운 동년 어린이들과 ‘위험을 무릅쓰고 끝내 일심동체 버튼을 누르고 마는’ 훈이의 결단에 열렬히 손뼉 치며 환호했던 기억으로 괜히 가슴이 일렁인다. 아마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첫 문화적 체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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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인디뮤지션과 함께하는 스타일은 영원하다’ 포스터. |
머지않아 나는 그때처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시민회관을 찾아갈 계획이다. 오는 14일(일요일) 오후 5시. 20세기 영국의 전설적인 사진작가 노만 파키슨의 ‘스타일은 영원하다’전을 기념하기 위해 현재 부산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인디뮤지션인 김일두, 세이수미,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의 공연이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2만 원의 입장료로 공연과 전시를 모두 관람할 수 있다.
노만 파킨슨은 패션지 ‘보그(Vogue)’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의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패션사진의 암묵적인 룰이었던 실내 스튜디오 촬영의 틀을 깨고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야외 배경의 패션사진을 처음 시도한 선구자다.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노만 파킨슨전에서는 생전에 남긴 150여 점의 사진과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일면식 없는 노만 파킨슨보다 평소 팬을 자처하는 3팀의 공연 쪽에 어쩔 수 없이 끌린다. 다들 알다시피 2019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방탄소년단과 함께 최다부문 후보에 올라 모던록 앨범과 모던록 노래 부문에서 2관왕을 수상했으며, 팝의 전설 엘튼 존이 2회에 걸쳐 자신의 팟캐스트에 소개하며 칭찬했던, 이젠 툭하면 해외투어를 떠나느라 부산에선 점점 더 만나기 힘들어진 자랑스러운 부산의 아들, 딸 세이수미. 2018년 대한민국의 수많은 록스타를 배출한 EBS 헬로루키에서 지역 뮤지션으로 최초로 최종 우승한 어쿠스틱 듀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그리고 곱고 맑은 영혼의 ‘중구 천재’이자 작가와 영화배우 활동도 겸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김일두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특히 세이수미는 이 공연을 끝으로 긴 유럽투어를 떠날 예정이니 놓치지 않길 바란다.
공연을 앞두고 김일두는 “20년 전 저의 계획 중 하나가 시민회관 공연이었는데 이제야 하게 되어 뜻깊습니다”고 소감을 남겼다. 어쩌면 김일두 역시 훈이의 일심동체에 함께 환호성을 지르던 어린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간 크고 작은 카페나 펍으로 이들의 공연을 찾아다닌 팬들에게도 뜻깊은 공연이 될 듯하다.
‘스타일은 영원하다’라는 노만 파킨슨의 전시 타이틀은 어쩐지 이 공연의 출연진과 절묘하게 일치된다는 느낌이다. 오래전 많은 이들의 우려를 뒤로 한 채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간 사진작가처럼 김일두, 세이수미,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3팀은 트렌드를 좇기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해온 뮤지션이다. 생전에 비틀즈, 데이빗 보위 같은 록스타를 카메라에 담았던 노만 파킨슨이 부산 인디뮤지션의 무대를 본다면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으려 했을 것이다. 트렌드는 허다하게 변해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 이들이 바로 부산 스타일이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