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 상황 따라 달라지는 소리
- 춤이 닿지 못하는 공간 채워줘
- 소리 없이 춤추는 건 상상 불가
- 음향전문가·안무가 소통 있어야
- 완성도 높은 공연 선뵐 수 있어
음악의 이미지가 춤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춤과 음악의 관계가 긴밀하다는 뜻이다. 춤을 무대화하기 위해서는 조명, 음악(음향), 무대장치, 세트, 의상, 소품 등을 갖추어야 하는데, 조명을 포함한 무대장치 등은 상황에 따라 최소화하거나 아예 생략할 수 있지만, 음악과 소리 없이 춤을 춘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이 음악과 소리를 작품에 녹여내는 사람을 음향전문인, 음향감독, 사운드 디자이너 등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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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부산의 야외 공간에서 열린 ‘박은화의 자연춤’ 공연에서 이창훈(왼쪽) 음향감독이 공연 관계자들과 함께 소리와 음악을 조율하고 있다. 사진가 박병민 제공 |
부산에서 활동하는 음향전문인의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다양한 공연과 축제, 행사 등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이들 중 특별히 춤 공연 음향을 많이 한 이가 이창훈(V사운드 실장)이다. 이창훈은 대학노래패 활동을 하며 음향을 처음 접했고, 1999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공연예술에서 음향 전문가의 필요성을 물었다.
소리는 공간의 영향을 크게 받기에 완벽하게 음악을 녹음했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반드시 다시 손봐야 하고, 라이브 연주의 경우 여러 악기 소리의 균형을 공간의 규모와 상황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원한다면 음향 전문가와 협업이 필요하다. 무대와 야외공연에서 소리(음악)는 이미지와 움직임이 닿지 못하는 공간을 소리의 파동으로 채운다. 만약 관객이 춤 공연에서 충만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의 절반은 좋은 소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참여한 춤 공연 중 음향 전문가 입장에서 어떤 작품이 기억에 남는지 물었더니, 2018년 부산무용제에서 대상을 받은 판댄스씨어터의 ‘Red Door’(안무 김수현)를 꼽았다. 라이브 연주로 진행하였는데, 안무자의 요구와 연주를 있는 대로 받아 낸 것이 아니라 음향 전문가의 해석까지 담은 소리를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이처럼 단순한 음향 시스템 작동을 넘어 음향 전문가의 역량을 발휘하는 협업은 안무자, 연주자, 음향 전문가 그리고 출연자와 관객 모두가 만족하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음악의 박자가 기준이 되는 전통춤은 반주 음악이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MR(반주음악·Music Recorded)을 사용하면 움직임을 음악 재생 속도에 맞추게 되는데, 이런 경우 전통춤 특유의 여유와 맛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전통춤은 소규모 공연이라도 가능한 반주자와 함께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때 음향은 악기 위치와 악기 각각의 음량과 음색을 고려해 전체 소리를 조율하며 국악기 특성상, 이 과정은 필수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음질 좋은 MR을 써야 한다. 이창훈은 요즘 대개는 음원의 질이 좋아 MR에 문제가 없지만, 전통춤 MR 중에는 음질이 안 좋은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음질이 좋지 않은 MR을 쓰거나 소리 균형이 맞지 않은 상태의 연주는 춤꾼과 관객이 집중하는 데 방해되고 공연의 질을 떨어뜨린다.
야외 춤도 소리 영향이 크다. 이창훈이 경험한 바로는 야외공연은 소리가 닿는 만큼의 거리에 있는 사람이 관객이 된다고 한다. 야외에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은 이미지보다 소리가 더 크고, 소리가 닿는 곳까지가 객석이 된다. 소리는 확산하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집중하게 하고 공간의 모호한 경계를 규정하는 역할까지 한다.
그는 춤꾼이 소리의 질과 작품의 완성도 간 상관관계를 잘 알지 못해서 안무할 때 조명, 세트, 의상보다 음향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게 여기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음향 전문가와 무용가의 협업이 더욱 많아야 하고, 음악과 소리가 공연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무가는 조명, 음향 등 각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협업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소리에서 좋은 춤이 나온다. 춤은 함께 만드는 예술이다. 춤 비평가·민주주의사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