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해양문화의 명장면 <43> 바다 건넌 조선 매, 쇼군을 매료시키다

에도시대 쇼군이 사랑한 조선 매… 막부 권력 구축·유지에 활용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11 19:53:11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日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쓰
- 귀족·영주들 매사냥 금지시켜
- 쇼군가문이 독점, 권위 상징돼

- “매 보내달라” 막부 간절한 요청
- 조선, 12차례 통신사 방문 통해
- ‘해동청’ 400여 마리 선물하기도

- 무사들에게 인기 높던 조선 매
- 주요 각료에게만 한정해 하사
- 상대적으로 낮은 격의 신하엔
- 매를 그린 그림 내려 신임 표시

임진왜란 이후 일본 천하의 패권을 장악한 에도막부 제1대 쇼군(將軍) 도쿠가와 이에야쓰(德川家康, 1542-1616)는 더할 나위 없이 매사냥을 좋아하였던 것 같다. 그의 생애 1000회가 넘는 매사냥을 하였다고 하니 말이다.

에도막부 시대 공식 역사서인 ‘도쿠가와 짓키(德川實紀)’에 쓰인 이에야쓰 관련 기록(‘도쇼구 고짓키 東照宮御實紀’)에서 매사냥의 목적을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교외로 나가 백성의 정세를 시찰하는 한편, 신체 단련, 군사훈련, 가신단의 영내 지배 실태 조사 등을 겸하며, 지방 지배를 위한 거점 만들기의 일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야쓰가 은퇴 이후 머물렀던 시즈오카현 슌푸성(駿府城)에 있는 이에야쓰 동상의 한쪽 팔에 매가 앉아 있는 것만 보아도 그의 매 사랑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조선의 매를 간절히 원한 쇼군

   
일본 시즈오카현 슌푸성에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동상. 어깨에 매가 앉아 있다.
이에야쓰는 중세 말 일본 전국시대의 수많은 전쟁을 거쳐 천하를 통일하여 새로 에도막부를 개창하게 되자, 교토 귀족 및 다이묘(大名)를 비롯한 영주들의 매사냥을 금지하고, 나아가 매사냥에 쓰일 매의 일반 매매를 일절 금지했다. 매사냥을 일부 한정된 사람에게만 허락하는 등 매는 쇼군 가문 도쿠가와의 독점이 되고, 이른바 쇼군 권위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에도시대 최고 권력자인 쇼군들은 대대로 매사냥을 좋아했는데 제3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쓰(德川家光, 1604-1651) 역시 할아버지 이에야쓰를 닮아 매사냥을 아주 좋아해 쇼군 재직 중 수백 회가 넘는 매사냥을 했으며 에도 성 안에 매를 사육하는 응방(鷹坊)을 설치하는 등 매사냥 관련 일화를 매우 많이 남겼다. 제8대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德川吉宗, 1684-1751)도 매사냥에 깊은 관심을 보여 매와 관련된 고금의 서적을 수집·연구하여 스스로 책을 낼 정도였다고 한다.

에도시대 매사냥에 쓰인 매는 어디서 공급됐을까? 일본 동북부 오우(奧羽)의 여러 번(藩)이나 홋카이도 남쪽 마쓰마에(松前)번 나아가 조선의 매가 주류를 이뤘는데, 특히 조선 매는 매우 높이 평가받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조선의 외교서 ‘변례집요(邊例集要)’ 계축(1613년) 9월 조에 나오는 “관백 미나모토 이에야쓰가 조선의 매와 말을 요청함이 심히 간절하였다(源家康, 遼東鷹馬, 求之甚切)”(권 12, 한국사료총서 제16, 탐구당, 1971년)라는 기록에서 에도막부 제1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조선 매에 대한 간절한 요구를 살펴볼 수 있다.

■통신사, 매번 10~55마리 선물

   
중국 북경고궁출판사에서 펴낸 ‘청궁조보(淸宮鳥譜)’에 실린 해동청. 중국의 그림이지만, 일본 에도시대에 큰 인기를 누린 조선 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박화진 제공
이러한 우수한 조선의 매는 에도막부 쇼군 권력의 구축·유지에 커다란 역할을 하였는데, 에도막부를 비롯한 다이묘의 무사 사회에 조선의 매가 도입된 계기가 바로 조선통신사이다. 즉 쓰시마번(對馬藩)은 에도막부 제1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간절한 뜻을 받아들여 조선통신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조선 매를 유입하였으니, 조선 후기 12차례의 조선통신사행을 통해 에도막부 쇼군에게 보낸 조선 매의 숫자는 다음과 같다.

제1차(1607년) 해동청(蒼鷹) 50마리, 제2차(1617년) 50마리, 제3차(1624년) 50마리, 제4차(1636년) 20마리, 제5차(1643년) 30마리, 제6차(1655년) 55마리, 제7차(1682년) 25마리, 제8차(1711년) 25마리, 제9차(1719년) 44마리, 제10차(1748년) 30마리, 제11차(1763년) 20마리, 제12차(1811년) 10마리 등으로 후기로 접어들면서 점점 줄어들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숫자의 매가 일본으로 보내져 당시 일본 지배층이던 무사들에게서 크게 주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 화가들이 그린 매 그림

   
동래 출신 화가 운암이 그린 ‘응도’.

조선통신사와 함께 일본에 도착한 조선 매는 쓰시마에서 일단 오사카로 운반돼 그곳에서 막부 전속 매부리(鷹匠,응장)에게 양도되어 막부 관리 아래 들어갔다. 그렇다면 조선 매는 어떤 사람들에게 양도·수수됐던 것일까? 조선 매는 에도시대 일본 사회에서 매우 인기가 높아 많은 영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에도막부가 조선 매를 하사할 때는 매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막부 주요 각료, 특히 가문의 격(家格)이 매우 높은 몇몇 다이묘에 한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쇼군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 할 수 있는, 당시 가문의 격이 가장 높았던 도쿠가와 고산케(德川御三家, 에도시대 도쿠가와 성씨 중에서 도쿠가와 쇼군 가문 다음가는 지위를 가진 3개 가문을 일컬으며 단지 ‘고산케’라고 부르기도 한다)를 비롯해 도쿠가와  일족 다이묘(아이즈·다카마쓰·후쿠이) 그리고 막부 행정 고문이라 할 수 있는 이이(井伊)가문 정도였던 것 같다.


그리하여 에도막부 쇼군 중에는 가문의 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매를 하사할 수 없는 다이묘 및 측근에게 간혹 매를 그린 그림을 하사하여 그 신임의 뜻을 표현하였다. 현재 조선 시대 후기 조선통신사행 당시의 조선 화가 및 동래 출신 화가들이 그린 조선 매의 그림이 적지 않게 전래하는 것은 매를 갖고 싶어도 소유할 수 없었던 에도시대의 많은 무사의 갈망과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한 방편은 아니었을까.

예를 들면 부산박물관이 소장한 조선통신사행 화가 이성린(李聖麟)·이의양(李義養)의 ‘응도(鷹圖)’(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동래 출신 화가 해옹(海翁)·운암(雲庵) 등이 그린 ‘응도’ 그리고 일본 오사카 역사박물관이 소장한 이수민(李壽民)·이의양·하담(荷潭) 등의 ‘응도’ 사례를 들 수 있다.

■해동청, 일본 하늘 누비다

   
이렇게 에도시대 일본 지배계층 무사들을 매료시킨 조선의 매는 중국에서도 해동청이라 불리며 높은 인기를 누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디어 2010년 11월 한국 ‘매사냥’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록된 것도 전근대 조선의 우수한 매가 동북아시아 많은 사람을 매료시켰던 기나긴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조선의 매는 세계에 자랑할 우수한 우리 문화유산이라 하겠다.

박화진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6. 6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9. 9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10. 10“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8. 8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9. 9與주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 법사위 상정…국힘 반발·퇴장
  10. 10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8. 8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9. 9‘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10. 10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8. 8첫 공소청 수장 후보, 이정현·박철우·예세민 물망(종합)
  9. 9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10. 10부산 양정동 한 대학 창고서 불…인명피해 없어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