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 왕조 진나라 기틀 세우고
- 제갈량에 지략 뒤지지 않았지만
- 역사 기록에는 존재감 떨어져
- 고증 통해 영웅의 일생 재조명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사마의는 어떤 면에서 보면 ‘불가사의한’ 등장인물이다. 조조 손권 유비 제갈량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순욱 곽가 등예….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영웅 효웅 간웅 책사 역적 충신 명장 졸장이 끝없이 등장해 한나라 말기부터 긴긴 세월 쟁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최종전에서 이겨 진(晉)나라라는 통일 왕조를 실질적으로 창업한 사람이 사마의(司馬懿·179~251)인데, 이상하게 ‘삼국지연의’에서 사마의는 존재감이 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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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대하드라마 ‘삼국지연의’에서 묘사한 사마의의 모습. |
특히 사마의 군대가 호로곡에서 제갈량 군대에 패해 전멸의 문턱까지 몰렸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았을 때, 이를 지켜보던 천하의 제갈공명이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계책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은 하늘에 달렸구나!)”이라며 쓰리게 내뱉는 장면은 명장면이다. 이장면에서도 제갈량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한데 사마의는 왜소하다. 그렇던 사마의가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새로 조명되고 다르게 평가된 계기는 지난해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마의: 미완의 책사’ ‘사마의 : 최후의 승자’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중년 이상의 남성을 중심으로 많은 시청자가 ‘사마의’에 매혹됐다.
중국에서 ‘사마의 전문가’로 인기와 실력을 인정받는 중국 역사 전문가 친타오(秦濤)의 저서 ‘결국 이기는 사마의’에 관한 첫인상을 말하자면, ‘고만고만한 흥미 위주의 얕은 역사 교양서’가 아니란 점이다. 저자는 활달하고 거침없이 논지를 전개한다. ‘결국 이긴’ 걸출한 실제 역사인물 사마의에 관해 다양한 역사서를 성실히 인용하되, 역사서에 마땅한 기록이 없을 경우 “괜찮다. 우리는 관련 기록을 최대한 모아 추론할 수 있다”고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식이다.
게다가 “사마의도 가끔 한 번도 본 적 없는 제갈량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린 친구가 적벽대전처럼 중량급 전투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명성을 세상에 떨쳤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고작 하급 문관에 머물러 있을 뿐이구나. 언제쯤 나도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 것인가?’”(104쪽)와 같은, 소설을 방불케 하는 문장을 거침없이 쓰면서 교감하는 데 애쓴다. 대부분 역사학자는 아마 이런 태도에 질색할 텐데, 이에 대해서는 저자가 실제 역사기록을 풍부하게 활용해 나름대로 근거를 밝히면서 꼼꼼히 추론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만 짚고 넘어간다.
이 책을 설명하는 핵심은 ‘옮긴이의 말’과 ‘서장(序章)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실존 역사인물로서) 사마의의 이야기를 통해서 깨달음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기보다는 철저히 사마의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옮긴이의 말에서) “평범한 사람의 인생은 발산하는 방식이다. 젊었을 때는 자신의 재능과 청춘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이 경우 나이가 들어서는 젊었을 때 벌어놓은 밑천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 사마의의 인생은 수렴하는 방식이다. 사마의는 70 평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험과 교훈을 차곡차곡 모았다.”(서장에서)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