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에 걸쳐 완성한 다큐멘터리
- 4대강 사업인 영주댐 건설로
- 사라지는 마을의 마지막 모습
- 여성사 관점으로 풀어내 호평
# 각종 영화제 초청돼 인정받아
- 부산 영상단체 오지필름 소속
- “좌절하지 않고 영화 찍겠다
- 차기작 ‘구미의 딸들’도 기대를”
‘메이드 인 부산’ 다큐멘터리의 명성을 이어갈 실력파 감독이 등장했다. 바로 첫 장편 다큐멘터리로 단번에 부산독립영화제 대상을 거머쥔 문창현(32) 감독이다.
| |  |
| 부산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기프실’의 문창현 감독이 지난 28일 부산 남구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
지난 26일 영화의전당에서 제20회 부산독립영화제 시상식이 열렸다. 대상은 문 감독의 ‘기프실’이 받았다. 문 감독은 긴장한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랐지만 “앞으로도 좌절하지 않고 영화를 찍겠다”는 다짐을 당당히 밝혔다. 좌절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쓴 이유가 짐작 갔다. ‘기프실’이 무려 6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틀 뒤 부산 남구 감만창의문화촌에서 만난 문 감독은 “댐 건설로 변해가는 마을 기프실을 찍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며 “국가의 잘못을 기록하고 알려서 번복하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고 포기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완성에 긴 시간이 걸린 것은 댐 완공 후까지 촬영한 탓이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촬영 대상과 친밀한 관계를 쌓아야 한다는 문 감독의 철학 때문이다. 문 감독은 “할머니들을 무턱대고 찍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함께 밥 먹고 자면서 천천히 친해졌다”고 전했다. 이런 철학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깊이도 더 했다. 그는 “촬영 대상과 친해지면 민감한 질문을 직접 하지 않아도 답을 얻을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문 감독의 이런 노력은 빛을 발했다. ‘기프실’이 올해 DMZ 국제다큐영화제, 서울 국제여성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물론 대상까지 받은 것이다. 소감을 묻자 문 감독은 “신인 감독이 오랫동안 공들인 것을 알아주신 것 같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기프실’은 4대강 사업인 경북 영주댐 건설로 사라진 마을의 마지막을 찍은 다큐멘터리다. 황폐해지는 자연과 마을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냈다는 평가와 동시에 환경 문제를 여성사의 관점으로 잘 풀어냈다는 평도 얻었다. 문 감독은 “주인공 할머니 이름이 ‘노미’인데, 부모님이 아들을 바라고 지었다고 한다. 반강제로 시집을 가셨는데 할머니들 대부분 비슷했다”며 “늘 가족을 위한 삶을 살다 이제는 국가에 의해 쫓겨나는 그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북 칠곡이 고향인 문 감독은 동의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면서 부산과 인연을 맺었다. 영화는 영상 동아리에서 관심을 갖게 됐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든 것은 박배일 감독, 김주미 감독과 영상 제작 단체 오지필름을 꾸리면서다. 셋이 똘똘 뭉쳐 7년간 꾸준히 영화를 만든 덕에 이제 부산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상 단체 중 하나가 됐다. 올해 부산독립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박 감독의 ‘라스트 씬’이 선정된 데 이어 ‘기프실’까지 대상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문 감독은 “오지필름에게 주는 상이라 여긴다”며 “작품마다 감독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늘 3명이 함께 만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문 감독과 오지필름은 잠시도 쉴 생각이 없다. 벌써 차기작 ‘구미의 딸들’을 작업 중이다. 문 감독은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지켜봐 달라”고 말해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게 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