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들고 일어나
시멘트 바닥을 갈라놓았다
여름의 틈으로
풀이 웃자라
골목이 빽빽해졌다
무당벌레 홍줄노린재 공벌레 꽃등에 그라마 지렁이…
골목은 벌레 백과사전
건너편 이층집 여자는 창문을 열고
소독차를 불러야 한다 고래고래 내지른다
나는 한더위도 끝물이니 봐주자 막무가내 웃었다
슬리퍼를 끌고 나와 돌계단에 앉아본다
풀밭은 사나워졌고 하늘은 붉다
먼 들판으로 나앉은 기분이다
시커먼 물체가 풀섶으로 달아난다
후다다닥 소리도 참, 빠르다
시간이 조금씩 당겨지더니 저녁이 빨리 찾아왔다
<시작노트>
공가공가, 철거철거, 붉은 X X가 생겨나기 시작한 골목이었다. 어차피 허물어야 할 낡은 집들이라면 산이었고 들판이었던 처음으로 되돌려야 한다.
사람뿐 아니라 벌레, 새, 고양이…물것들, 날것들도 무성무성 살아가야 한다.
<약력>
2005년 ‘시와 정신’ 등단. 부산 작가회의 회원. 백신애 창작 지원금 수혜. 시집 ‘그 밖은 참, 심심한 봄날이라’ 외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