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문화재·문화계 술렁
- 국비 82억 배정·9년 가까이 추진
- 역사·문화사업 엎을 정당성 부족
- 근대역사관과 기능 중복 지적도
- 근현대사 통합 교육 시너지로 봐야
# 시의회 보류 배경… 압력설까지
- 문화재 지정된 옛 한은 부산본부
- 상업시설 등 다른 용도 개발 한계 탓
- “국비 매칭 사업 산적… 시비 배정 신중
- 건물 활용방안도 재고해 볼 기회로”
2020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돼오던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 사업에 시의회의 제동이 걸리면서 지역 문화재·문화계가 술렁이고 있다. 9년간 설립을 추진해 오던 큰 문화인프라를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예산 낭비에 대한 우려만 내세우면서 무산시키는 것은 역사·문화사업의 역할을 고려할 때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오랜 노력으로 국비를 82억4700만 원이나 받아온 상태에서 뒤늦게 제동을 걸어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예산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이고, 10년 가까이 추진한 사업을 몇 개월 만에 엎을 만한 정당성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문화재·문화계는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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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보수를 추진하고 있던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 시 지정 문화재자료 제70호.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중구 대청동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하려던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의 역사적 의미와 관련해 동아대 김기수 건축학과 교수는 “부산박물관(남구 대연동)이 있지만, 삼국시대부터 부산 역사를 통사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원도심의 문화적 콘텐츠는 누가 뭐라 해도 근현대 도시 형성이고, 앞으로 원도심 피란수도 유산과 연계하면 근현대역사박물관은 그 거점이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이 원도심 건물에 중심적인 시설이 생기면 이를 토대로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이 연결돼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기능이 부산근대역사관과 중복된다는 지적에 대해 이원복 부산박물관장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근대역사관은 규모가 너무 작아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기에 한계가 있다. 두 건물을 통합해 새롭게 근현대박물관을 조성하면 아카이브와 함께 체험·교육프로그램 등 시민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폭넓게 운영할 수 있다. 부산의 근현대사를 정립하고 교육할 좋은 기회인데 국비까지 따놓은 사업을 재고한다니 안타깝다.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박물관 외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간과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 학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노른자위 땅 아니냐. 그곳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시민의 품에 안겨주기보다 상업시설로 개발해야 한다는 압력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문화재인 그 건물에 대형 잡화점 유치설까지 떠돌 정도면 말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인구 350만 도시에서 그 정도 역사문화시설 하나 없는 게 창피한 일이다. 돈이 안 된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0년 가까이 추진해 온 사업을 무산시키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경제성이 폐기 이유라면 오페라하우스를 계속 조성하는 이유도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의회 박승환 기획행정위원장은 “부산시의 국비 매칭 사업만 수백 건이다. 국비가 배정됐다고 시비를 매칭해서 주면 시는 예산 부족으로 아무것도 못한다. 페널티가 두려워 전시성·업적용이라고 판단되는 사업까지 다 통과시킬 수 없다. 앞으로도 기획행정위는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의 문화시설들은 마스터플랜 없이 추진하는 담당 부서, 지자체별로 제각각이다. 문화 인프라 계획을 다시 세워 이 건물의 활용 방안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은 주변 역사 자원과 연계한 체험형 신개념 박물관으로 조성해 2020년 개관할 예정이었다. 중구 대청동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시 지정 문화재자료 제70호)와 인근 부산근대역사관(시 지정 기념물 제49호)을 개·보수해,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원도심의 다양한 근현대 역사자원과 연계한 역사체험의 장으로 확장된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신귀영 박정민 기자 kys@kookje.co.kr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추진 경과 |
2011년 7월 |
부산발전연구원,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 매입 타당성 분석 |
2012년 6월 |
부발연 활용방안 용역 결과 근현대사전시관, 아카이브 등 복합문화센터 결론 |
2013년 5월 |
문체부 공립박물관 사전평가 심사 신청 취소(건물 매입 불발) |
2013년 9월 |
부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지정·고시 및 통보 |
2014년 4월 |
전문가 자문위원회 열어 활용방안 검토 |
2015년 9월 |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청사 매입 계획 보고 |
2015년 11월 |
최초 입찰가의 50% 가격(88억6400만 원)으로 계약 체결 |
2016년 4월 |
현장 전문가 자문위원회 개최(전시 콘텐츠 마련) |
2016년 5월 |
문체부 국비 지원 사전평가 탈락(지자체 건립 의지 의문·근대역사관과 구분 모호) |
2016년 8월 |
외부 전문가 자문위원회 열어 차별성 확보 방안 모색 |
2016년 11월 |
전문가, 박물관계, 미술계, 문화예술계, 구민 초청 공청회 |
2017년 4~ 2018년 3월 |
3월 부발연 기본계획 및 설립 타당성조사 용역 |
2018년 3월 |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기본계획 수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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