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BIFF 리뷰] 오손 웰즈의 ‘바람의 저편’

노년의 자신을 풍자한 감독, 비장함마저 서글프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09 18:45:28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실패 거듭한 오손 웰즈의 유작
- 영화 속 영화 다룬 메타시네마
- 전위적이고 불균질한 편집방식
- 불운과 함께한 그의 삶 느껴져

오손 웰즈(Orson Welles: 1915~1985)는 수난의 작가다.
   
오손 웰즈의 유작 ‘바람의 저편’ 한 장면. BIFF 제공
현대 영화의 모더니즘을 정립한 걸작 ‘시민 케인’(1940)을 만들었지만, 이 득의의 데뷔작이 흥행에 실패한 뒤 그의 작품들은 악전고투 속에서 만들어지거나 통제권을 빼앗기는 등 갖은 수난을 겪어야 했다. ‘위대한 앰버슨가’(1942)는 훗날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을 감독하는 로버트 와이즈의 손에 넘어가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고, ‘악의 손길’(1958) 또한 편집권을 빼앗겨 사후 1998년에 가서야 웰즈가 남긴 자료를 참고해 복원되었다. 뛰어난 배우이기도 했던 웰즈는 생애의 후년에 B급 영화와 CF에 출연하고, 그 돈을 모아 영화를 만들고는 실패하는 일을 거듭해야 했다.

미완성 유작 ‘바람의 저편’(2018) 역시 웰즈의 불운과 궤적을 같이 했다. 1970년부터 촬영을 개시한 영화는 불안한 자금 사정으로 1976년까지 촬영 재개와 중단을 반복했고, 그 와중에 웰즈는 따로 ‘거짓의 F’(1974)를 찍었다. 웰즈는 1979년 인터뷰에서 영화 작업이 96% 정도 진척되었다고 밝혔지만, 웰즈 사후 딸 베아트리스 웰즈와 웰즈의 정부였던 오야 코다르 사이의 분쟁으로 인해 네덜란드에 보관되어 있던 영화의 네거티브 필름은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넷플릭스의 복원 작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을 둘러싼 모든 유형의 분쟁이 정리되었기에 가능했다.

‘바람의 저편’은 영화에 관련된 인물 간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일종의 메타 시네마이다. 영화는 존 휴스턴(‘말타의 매’(1941), ‘프리지스 오너’(1985)를 만든 거장 감독)이 연기하는 가상의 영화감독 제이크 한나포드의 생일 파티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설정으로 파티에 참석한 여러 인물을 번갈아 포착하는 동시에 영화 속 영화를 파편화된 영상으로 삽입한다. 한 시퀀스 안에서도 컬러와 흑백, 16㎜와 35㎜ 필름을 오가길 서슴지 않는 전위적이고 불균질한 편집은 엉망이 된 파티의 혼란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듯한 효과를 자아낸다. 비선형적인 전개, 메타픽션적 요소를 끌어들이는 실험성 등, 후기 웰즈 영화를 이루는 특징은 ‘바람의 저편’에서 더욱 극단화한다.

노감독 한나포드는 감독 자신의 삶을 그대로 투사한 캐릭터이다. 실제의 웰즈가 그랬듯 한나포드는 유배당하듯 유럽으로 떠나 작품 활동을 이어가다 미국 영화계 복귀작을 준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오만하고 독선적인 성격 탓에 적을 만들고 동료들조차 지치게 하는 한편, 기존의 틀을 깨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으로 이글거리는 성격은 노인이 된 웰즈 본인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그에게 영화란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예술이었던 셈이다.

   
‘시민 케인’이 청년이었던 웰즈 자신이 미래에 겪을 파란을 예언한 영화였다면, 이 최후의 유작은 후년의 자신에 대한 자조어린 풍자에 다름 아니다. 비록 한나포드는 상종 못할 광인(狂人)이지만, 이 풍운아의 뒤안길에는 일종의 숭고함과 비장함, 심지어 서글픔까지 감돈다. 노년의 거장은 자신이 받았어야 마땅했던 찬사와 영광을 완전히 잃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조재휘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9. 9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10. 10“초심·신뢰 회복 급선무…시립예술단 수준 높이고 극장 문턱 낮출 것”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0. 10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5. 5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3. 3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7. 7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8. 8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