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BIFF 리뷰] 영화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한국인과 조선족, 비틀린 민족주의의 풍경을 해부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05 20:22:39
  •  |   본지 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정직하게 말해 이야기는 단지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깔아놓기 위한 포석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의 2막 구조는 기묘하게 뒤집혀 있다. 만약 범용한 감독이라면 윤영(박해일)이 선배의 아내였던 송현(문소리)을 만나 벌이는 서울에서의 치정부터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도록 선형적으로 편집했을 것이다. 장률은 그러지 않는다. 그는 도리어 이야기의 기승전결에서 역으로 전(轉)과 결(結)을 먼저 보여주고 기(起)와 승(承)을 뒤로 돌려버린다.

통속의 치정극을 만들고자 했다면 실패이다. 그러나 의도된 실패는 작가의 영화로선 성공이 된다. 중요한 건 윤영과 송현의 관계가 아닌 풍경-이미지의 논리이다. 두 사람이 군산에 도착한 때부터 영화는 도시 곳곳에 남겨진 일본의 흔적, 사라져가는 근대의 잔재를 사진가의 정갈한 흑백 프레임 속에 쓸어 담는다. 재일교포 주인(정진영)은 적산가옥을 민박집으로 운영하면서 틈틈이 군산 풍경을 필름 카메라로 찍고, 자폐가 있는 그의 딸(박소담)은 일본식 인형을 쥔 채 적산가옥 안에서 그림자처럼 운신한다. 윤영과 송현의 군산행은 봉인된 시간의 열쇠를 찾는 탐색의 과정처럼 보인다.

군산행이 과거로의 여행이라면 서울의 에피소드는 조선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현 세태를 풍자한다. 윤영의 아버지는 조선족 가정부를 고용했으면서도 노골적인 비하 발언을 일삼고, 거리에서 차별 반대 집회를 구경하던 윤영은 그곳에서 송현과 만난다.

군산과 서울로 나뉜 두 에피소드를 잇고 영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시인 윤동주(1917~1945)에게 있다. 군산 여행 중 일본식 건물 앞에서 윤동주를 이야기하던 송현은 조선족으로 오인당한 걸 불쾌해하는 반면, 윤영은 자신의 집 가정부가 윤동주의 후손이란 걸 알고 반기는 장면이 대조를 이룬다.

현재의 관점에선 연변 출신 조선족이라 할 수 있는 윤동주는 국민 시인으로 추앙받는 반면, 정작 오늘날 조선족은 동족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율배반의 현실을 ‘군산’은 풍자적으로 꼬집는다.

나아가 장률은 지금의 한국인과 조선족 사이를 가른 분단과 경계의 기원이 강점기로부터 기원하지 않는가 하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영화의 맥락에 넌지시 내비친다. 통속적 서사를 일종의 맥거핀으로 삼은 ‘군산’은 한국 민족주의의 비틀린 풍경을 해부하고 그 기원을 탐색해 장률 필모그래피에서 또 한 번 작가적 성취를 이루었다.

조재휘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4. 4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5. 5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6. 6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7. 7‘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8. 8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9. 9타인의 영화 필름 나르던 소년,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비추다
  10. 10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 1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2. 2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3. 3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4. 4[속보] 민주, '신천지 당원 가입 정황' 공식 확인
  5. 5“북극항로 경제성 철저검증…후속계획 반영을”
  6. 6경찰청장 대행 “한동훈 딸 의혹, 재수사 가능성 배제 안 해”
  7. 7강경화 “한미 정보공유 제한, 풀기 어려운 현안…백악관 소통도 한계”
  8. 8강경화 "北 지뢰사건, 불의의 사고는 분명히 아니다"
  9. 9北, 전술탄도미사일 시험 확인…“기술 갱신 성과 확인 위한 발사”
  10. 10이 대통령 “국가 간 이견 있기 마련…중요한 것은 국익”
  1. 1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2. 2“항만공사 통합 목적·절차 불투명” 여야 없이 질타
  3. 3AI인재 양성 지원금 94% 수도권 쏠림…부산 1.5% 불과(종합)
  4. 4상호금융 339곳 대출 연체율 10%
  5. 5감천항 동편부두 이름 ‘원양부두’로
  6. 6부산~마닐라 하늘길 넓어진다…‘부산앓이’ 필리핀에도
  7. 7HMM, 본사 부산 이전…120명 업무 시작
  8. 8코스피 급락…2달만에 ‘매도 사이드카’ 발동
  9. 9부산서 ‘순직선원 위령제’ 열린다
  10. 10정부 ‘자율운항 협력’ 조선 공정으로 확대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4. 4‘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5. 5“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6. 6‘100원 등하교 버스’ 경남 전역 확대…기초학력전담교사도 늘려
  7. 7“복지시설 몇 년 일했지만 퇴직금 0원”…공공부문도 꼼수 채용
  8. 84개월 만에 김경수 만난 박완수 지사 “제도 개선되면 부울경특별연합 검토”
  9. 9박완수 도지사 경찰조사 후폭풍…진보당 “사퇴하라” 道 “왜곡 말라”(종합)
  10. 10미란다 원칙 고지 않고서 허위 보고한 경찰 재판행
  1. 1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2. 2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3. 3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4. 4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5. 5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6. 6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7. 7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8. 8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9. 9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10. 10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지은- little talk-Venice
김지효-우리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2일 (음 9월 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