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종합수행도량 전통
- 염불·청규·선수행 등 계승
- 금강계단에 모신 진신사리
- 국보임에도 개방된 대웅전
- 현재성·역사성 두루 갖춘 산사
- 하반기 국제템플스테이관 개관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통도사는 지난달 30일 우리나라 1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국제신문 지난 2일 자 1면 보도)을 이루는 7개 사찰 가운데 하나다. 경남은 합천군 해인사 장경판전에 이어 두 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
| 국보 제290호인 통도사 대웅전. 대웅전 뒤쪽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 불사리탑이 있다.
통도사 제공
|
지난 4일 찾아간 통도사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차분했다. 사찰 안팎 몇 군데에 세계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펼침막이 붙은 것을 제외하면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그 이유는 통도사 교무국장 인경 스님이 전해준 주지 영배 스님의 발언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다음 날 통도사 종무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영배 스님은 “이 도량을 1000년 넘게 지키고 가꾸고 보존해 온 측면을 세계인의 안목에서 인정받았다.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새롭게 무엇인가 준비한 것이 아니라 지금 모습 그대로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 자부심을 갖고 평소대로 임하라”고 말했다.
한국의 산사 그리고 통도사는 중국·일본·동남아시아에 있는 사찰과 무엇이 다르기에 그 독보성을 인정받아 세계유산에 등재된 걸까. 인경 스님은 한국의 산사가 ‘종합수행도량’의 전통을 1000년 이상 이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에도 사찰이 있지만, 스님은 출퇴근을 합니다. 미얀마도 수행 전통이 깊지만 한국만큼 다채롭지는 않죠. 한국 사찰은 7세기 이후 지금까지 산에 있으면서 수행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통도사만 해도 전각, 염불의식, 대중이 지켜야 할 규칙(청규), 선수행 문화, 경전 공부 교과목 등이 과거부터 끊임없이 계승되고 있습니다.”
 |
| 통도사 산문부터 일주문까지 이어진 무풍한송로. |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7개 산사 가운데 통도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등재 추진 과정에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연속유산으로서 논리 부족을 이유로 4개 사찰만 등재하기를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통도사는 4개 사찰 안에 들었다. 인경 스님은 통도사의 ‘현재성’과 ‘역사성’을 그 이유로 꼽았다. 현재성이란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도사 대웅전과 금강계단은 국보 제290호이지만, 박제된 문화재가 아니다. 지금도 날마다 대웅전 문을 열고 닫으며, 그 안에서 불자와 방문객이 수행한다.
역사성이란 불보(佛寶)사찰로서 가치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자장율사는 당나라 구법(求法) 중에 모셔온 부처님 사리와 가사 및 경책을 금강계단을 쌓은 뒤 봉안했다. 과거엔 승려가 되려는 사람은 모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았다. 진신사리가 부처님 몸을 대신한 것이다. 금강계단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셨기에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대신 금강계단 쪽으로 창이 뚫려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와 함께 4가지 사항을 권고했다. ▷비지정 문화재 건물에 대한 관리방안 ▷종합정비계획 ▷증가할 관광객에 대한 대응방안 ▷산사 내 건물 신축 때 사전 협의이다. 통도사의 대책을 물었다. 인경 스님은 “비지정 문화재 건물도 앞으로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수리가 필요할 땐 전문가 검토를 받고 있었다. 경내는 이미 수행 특색에 따라 상로전·중로전·하로전으로 구분돼 정비가 완료돼 지금 하는 대로 보존할 계획이다. 경내에 건물을 신축할 일은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다만, 관광객 증가에 따른 대책은 지자체와 함께 모색 중이다. 통도사 연간 방문객은 150만 명이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에는 하루 7만 명이 왔다. 앞으로 방문객이 더 늘어난다면 경내 주차장 부족이나 문화재 훼손 등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사찰 밖에 주차장을 증설해 내부 주차를 제한하고, 내부는 전기차만 운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통도사를 즐기는 ‘비결’이 있을까. 인경 스님은 “금강계단 사리탑은 물론 전각 내부 천장 문양을 감상하시길 바란다. 서양의 성당 천장화 못지 않게 다채롭고 화려하다. 산문에서 일주문까지 이어진 무풍한송로는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서운암 사명암 극락암 등 특색 있는 13개 암자를 찾아간다면 더 풍성하게 통도사를 즐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통도사는 하반기에 국제템플스테이관을 개관한다. 내외국인 40여 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