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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11> 전남 순천만 찔룩게

자그마한 몸집에서 나오는 진한 감칠맛…니들이 순천만 찔룩게 맛을 알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05 19:18:2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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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만 갯벌에 대규모 집단서식
- 껍질 부드러워 통째 먹는 식재료

- 된장에 넣고 끓여 찔룩게된장국
- 한데 갈아 숙성하면 찔룩게젓갈
- 바삭한 맛 일품인 찔룩게튀김
- 귀여운 모양 형상화 한 찔룩게빵
- 순천시 차원 특화음식 개발 박차

갯벌이 건강한가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는 다양한 갯벌 생물의 서식 여부이다. 특히 조개와 게는 대표적인 갯벌의 지표생물이자 갯벌을 보호하는 어족으로 알려졌다. 그중 게는 갯벌 속에 구멍을 뚫어 집을 짓고 갯벌에 함유된 유기물을 주 먹이로 하기에, 갯벌을 정화하고 건강하게 지켜내는 ‘갯벌의 파수꾼’으로 불린다. 달랑게, 농게, 칠게, 갈게 등이 갯벌에 서식하는 게들로, 특히 ‘칠게’는 동해 포항 이북 해안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전역의 갯벌에서 쉬 볼 수 있다.
노릇노릇 먹음직한 ‘찔룩게튀김’(칠게튀김).
칠게를 처음 맛본 건 오래전 가을 순천만 갈대축제 때였다. 축제 기간 음식장터에서 막걸리와 함께 안주로 팔던 ‘칠게튀김’이 그것. 엄지손톱만 한 칠게를 튀겨 막걸리 안주로 한 접시씩 손님에게 팔았는데, 순천 막걸리 한 사발과 어찌나 궁합이 잘 맞던지 오래도록 기억하던 음식이다.

칠게를 통째로 튀겨서 바로 내기에, 바삭한 식감과 특유의 진한 감칠맛이, 여느 게 요리에 결코 뒤지지 않는 흔쾌한 맛이었다. 작은 몸체 속에 그렇게 깊은 여운의 맛을 품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순천만 대표, 당당한 갯벌 생물

전남 순천시의 자랑이자 생명의 보고인 순천만 전경. 여기 ‘찔룩게(칠게)’가 산다.
오랜만에 전남 순천만을 찾았다. 우리나라 최대 갯벌이자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 새벽녘 만 전체를 지우고도 남을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드넓게 펼쳐진 푸른 갈대밭과 가을이면 붉은 색조로 번져나는 칠면초 군락이 아름다운 곳. 순천만을 걷다 보면 갯벌 위에 조그마하게 뚫려있는 구멍들을 볼 수가 있는데, 이 구멍들이 갯벌 게들의 집이다. 순천만에는 칠게를 비롯해 달랑게, 농게, 도둑게, 갈게, 붉은발말똥게 등 다양한 게들이 서식한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갯벌에서 게들이 몸을 곧추세우고 다리를 벌린 채 일광욕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게 구멍에서 나와 태양을 향해 몸을 벌린 모습이 당당하다. 어쩌다 짱뚱어와 만나면 집게발을 겨눈 채 치열하게 영역 다툼도 한다. 갯벌에서 한낮의 결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순천만 갯벌에 대규모로 집단 서식하는 칠게는, 몸집이 작음에도 자기 영역을 잘 지켜내는 대표적인 생물이다. 달랑게과의 갑각류로 우리나라 갯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칠게는, 갯벌 속에 1m 정도 깊은 굴을 파고 생활한다. 시각이 좋아 사람이 지나가면 멀리서도 재빨리 구멍으로 들어간다. 몸피는 갯벌과 같은 회색에 가깝고, 크기는 다른 게보다 작은 5㎝ 안팎. 6∼8월에 알을 품고 산란한다. 한때 갯벌에서 가장 개체 수가 많았던 생물이지만, 갯벌낙지(펄낙지) 등의 미끼로 사용되면서 마구잡이 남획으로 그 수가 크게 줄었다. 껍질이 부드러워 통째 먹는 식재료로 활용된다.

■찔룩게된장국의 추억

순천시 아랫장에서 가장 먼저 찔룩게튀김을 낸 61호 전집.
이 칠게를 순천에서는 ‘찔룩게’라고 부른다. 등껍질 중간이 오목하게 패여 있기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여름내 ‘짱뚱어’와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순천만의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순천만 앞에서 ‘칠게빵’을 개발하여 팔고 있는 염연옥 씨의 말에 따르면 “어릴 적에는 순천만 갯벌 주변으로는 찔룩게가 발에 밟힐 듯 그 개체 수가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환영받는 식재료는 아니었다는데, 몸집이 작아 조리해 먹기에 손이 많이 가고 상대적으로 먹을 것도 없기에 그랬단다.

“그래도 여름에 밥맛 없고 찬도 제대로 없을 때, 몇 마리 주워서 게장을 해 먹으면 별미였어요. 살아있는 채로 간장에 담가놓았다가 그날 저녁상에 바로 올려 짭조름하게 밥반찬으로 먹었던 음식이었지요.”

간장을 끓여 붓기를 여러 번 하는 여느 간장게장과 달리 그날 잡아 바로 먹기에 상대적으로 귀찮은 손이 가지 않았던 음식이라고. 그러나 며칠 안에 먹지 않으면 상하기도 쉬웠던 음식이 ‘찔룩게장’이었다는 것.

찔룩게는 순천의 오래된 향토 식재료 중 하나였는데, 순천 사람들은 이 찔룩게로 ‘찔룩게장’이나 ‘찔룩게된장국’ 등을 해 먹었다. 특히 ‘찔룩게된장국’은 밥상에 오르기도 했지만, 집안의 어른들은 술안주로도 자주 즐겼다고 한다. 그 시절에는 가장이 하루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아내는 칠게 몇 마리 된장물에 조물조물 주물러서 팔팔 된장국으로 끓여내고, 걸쭉한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술상을 보는 것이다. 이 ‘찔룩게된장국’과 함께하는 막걸리 한 잔이, 가장에게는 하루의 피로를 푸는 피로회복제였던 셈.

■찔룩게튀김, 인기 절정인 이유

짭조름한 풍미가 매력인 ‘찔룩게장’.
요즘 순천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찔룩게 음식은, 단연코 순천 아랫장의 ‘찔룩게튀김’이다. 아랫장에서 제일 먼저 ‘찔룩게튀김’을 선보인 ‘61호’ 가게는,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면 살아있는 찔룩게를 바로 튀겨 상을 차리고 있었다. 그래서 바삭바삭한 식감과 고소함이 더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기껍다. 찔룩게는 주로 7~8월에 산란하기에 6~7월이 가장 맛있을 때이다. 그리고 보니 ‘찔룩게튀김’ 암컷 뱃속에 노란 알이 가득하다.

이렇듯 순천에서는 찔룩게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그 음식을 하나하나 일별해 본다. 찔룩게로 장을 담그면 ‘찔룩게장’이 된다. 이 ‘찔룩게장’이 별미다. 밥과 함께 먹어도 좋고, 삼겹살 등 고기를 먹을 때 간장찔룩게 한 마리 얹어 먹으면, 고소한 고기 맛에 짭조름하고 아삭한 찔룩게의 맛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다.

찔룩게빵
찔룩게를 통째 갈아서 숙성시키면 ‘찔룩게젓갈’이 된다. 여름 더위에 입맛 없을 때 ‘찔룩게젓갈’에 밥을 비벼 먹거나, 신선한 채소와 함께 ‘찔룩게젓갈’ 넉넉히 올려 쌈을 싸 먹으면 달아났던 식욕도 금방 돌아온다. 신선한 부침거리와 함께 노릇노릇 부치면 ‘찔룩게전’이 되고, 된장국에 조금 넣으면 구수하고 시원한 ‘찔룩게된장국’이 된다. 간장에 고추와 함께 볶아낸 ‘찔룩게볶음’도 좋다.

■순천시, 지역 특화음식으로

요즘 순천시에서는 ‘칠게’를 자원으로 한 지역 특화음식을 한창 개발 중이다. 칠게를 대량 배양하여 한식상의 코스 음식으로 넣고, 양식 음식으로 개발할 뿐 아니라 건조한 칠게를 분말로 만들어 다양한 음식에 가미하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로 지역의 독특한 향토 음식을 개발하여 그 지역을 알리는 데 활용하고 있다. 제대로 된 향토 음식 하나가 지역산업을 튼튼하게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시대가 요즈음인 것이다.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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