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강 목표였는데… 아직 얼떨떨”
■ 전국아마최강부 서문형원 씨
이 대회 최고 영예를 안은 서문형원(21) 씨는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너무 얼떨떨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고 했다. “그동안 우승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떨어졌어요. 전국적으로 권위 있는 아마추어 대회니 8강만 하면 된다, 힘내자, 그렇게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우승이라니…. 인터뷰하는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으로 내셔널리그에서 실력을 다지며 쉼 없이 공부하고 있다는 서문 씨는 목표를 묻자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바둑을 계속할 거니까 우선 프로 입단이죠. 그 다음은 입단하고 나서 생각하고 싶어요”. 아주 어려운 질문 하나를 했다. 바둑 스타일이나 실력에서 롤모델이 있느냐고. 의외로 금방, 그러나 조심스럽게 “조한승 사범님”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 “남은 대회서도 좋은 성적낼 것”
■ 부산아마최강부 한유정 씨
올해 부산아마최강부 결승전에서는 진기한 풍경이 연출됐다. 결승전 사상 처음으로 여성 기사끼리 맞붙은 것. 대회에 여성부를 따로 둬 여성기사가 아마최강부에 도전장을 내미는 일조차 거의 없었는데 올해 우승·준우승은 모두 여성이 차지했다. 오랜 대국 끝에 한유정(23) 씨가 우승을 확정 짓자, 구경하던 사람들은 낮은 탄식을 터드렸다. “대단하네~.”
한 씨는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이다. 열두 살 때 서울로 상경해 10년 간 오로지 바둑만 파다, 지난해 홀연히 귀향해 부산 최고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미 국내 최정상 아마여류국수 4강에 두 번이나 든 실력자답게 소감은 담담했다. “목표요? 바둑을 공부하는 게 일이라 거창한 목표를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요… 일단 올해 남은 대회가 많은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습니다.”
# “학생때부터 바둑은 좋은 친구”
■ 일반부 배기동 씨
일반부 최강자는 만 29세 청년 배기동(부산 동래구 온천동) 씨였다. 배 씨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프로 기사를 꿈꾸며 바둑을 연마하던 학생이었다. “입단의 문이 무척 좁아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과 같은 처지가 되지 않을까” 염려돼 중도에 그만뒀다. 프로의 꿈은 접었지만, 바둑과 맺은 인연은 이어졌다. 현역병일 때도 휴가 때 시민바둑대회에 참가해 우승한 적이 있다.
현재 직장인인 그에게 바둑은 여전히 ‘좋은 친구’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보름 정도 최근 바둑 트렌드를 공부했다. “알파고 이후 ‘정석’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15년 전 제가 배우던 정석이 아닌 ‘신정석’을 두는 참가자가 많아 당황했습니다. 매 경기 불리했는데 운이 좋아 우승한 것 같아요.”
# “은퇴 후 시간 보내는 데 제격”
■ 장애인부 설봉술 씨
“은퇴 후 시간을 보내는 데 바둑이 제격이네요. 이웃과도 두고, 기원에 나가서도 대국을 즐기는데 참 재미있는 취미 생활이에요.”
장애인부 우승자 설봉술(68·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3년 전 은퇴한 뒤 날마다 1, 2시간씩 바둑을 즐긴다. 40년 전 바둑을 시작한 아마 5단 기력의 바둑인이지만, 최근 들어 더욱 바둑의 매력에 빠졌다. 지난해 대회에도 참가했으나 본선 진출에 그쳤다는 설 씨는 올해 우승을 차지했다. 설 씨는 “대회를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닌데,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실력을 겨루니 좋더라”며 “상금으로는 가족과 맛있는 밥을 한 끼 먹겠다. 앞으로도 꾸준히 바둑을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 “50년 취미…바둑하길 잘했다”
■ 노년부 여영조 씨
반세기를 함께한 바둑은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서 빛을 발한다. 노년부 우승자 여영조(76·부산 중구 보수동) 씨는 우승 비결을 묻는 질문에 “오늘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여 씨가 부산광역시장배 시민바둑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건 12년 전이다. 올해 말고도 우승 한 차례, 준우승, 3·4위에 오르는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젊은 시절 바둑을 두기 위해 기원을 자주 찾고, 기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요즘 인터넷으로 바둑 연습을 한다. 하루 3~5판 두면 세 시간 정도 걸린다. “20대 때 바둑을 시작했으니 반세기가 됐어요. 나이가 드니 바둑이 좋은 취미인 걸 더욱 느끼게 돼요. 시간 보내기도 좋고, 이렇게 대회에 나와 우승할 수도 있잖아요. 바둑 시작하길 참 잘했어요.”
# “강지성 사범처럼 프로 될래요”
■ 어린이 최강부 이주영 군
어린이 최강부 우승은 이주영(10·좌동초 3) 군이 차지했다. 무난하게 경기를 치르다 결승전 중반에 접어들며 수를 착각해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경기 막바지 상대방이 실수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역전에 성공했다. 7세 때부터 바둑을 배운 이 군은 “막히는 수를 풀기 위해 고민하고 새로운 것을 익혀가는 과정이 바둑에서 가장 즐겁다”며 “조금도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며 바둑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미 다른 대회에서도 몇 차례 우승한 바 있는 이 군은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아 프로 기사가 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군은 “스승이신 강지성 9단이 가장 좋아하는 바둑인이다. 사범님 같은 프로 기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 “매주 모여 공부한 게 우승 비결”
■ 전국여성단체전 서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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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문영자, 송정숙, 고정남, 최난희, 김미애 씨. |
전국여성단체전 우승을 거머쥔 서울팀(문영자, 송정숙, 고정남, 최난희, 김미애)은 여러 차례 부산시민바둑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경험이 있는 실력자들이 모인 팀이다. 팀원 모두 바둑을 배운 지 20년이 넘었고, 현재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에서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주 1회 바둑공부 모임을 가진 것을 이번 우승의 비결로 꼽았다. 고정남 씨는 “대회 참석자들이 평소 열심히 연습해서 그런지 매회 쉬운 판이 없다. 오랜 기간 대회에 참석하다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많고 실력도 비슷해 정말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영자 씨는 “다른 전국 대회도 많이 출전해봤지만 부산시민바둑대회를 주최하는 국제신문과 부산바둑협회가 대회를 잘 운영하는 것 같다. 대회방식도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매년 참석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3년 만의 우승, 기분 좋습니다”
■ 기관·동호회단체전 낙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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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용구, 조신호, 이경보(회원), 민도식, 김영도(회원), 강호영(회원), 이주헌 씨. |
“전국 아마추어 바둑대회 중에서 부산시민바둑대회만 매년 참가하고 있는데, 3년 만에 우승해 정말 기쁩니다.” 부산시민바둑대회 기관·동호회단체전 우승을 거둔 낙석회(박용구, 조신호, 민도식, 이주헌, 양승민 출전)는 오랜만의 우승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낙석회는 부산지역 주택관리사 모임으로 2003년 결성됐으며, 2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용구 씨는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연습하는데, 같은 직업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친목을 쌓고 노후에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서 정말 좋다”며 “앞으로도 실력을 쌓아 계속 도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신호 씨는 “부산시민바둑대회는 바둑 아마추어들이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부산에서 유일한 대회다. 앞으로도 30, 40년 이어져 바둑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