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소유 석고상 메인 전시불구
- 제작 경위 등 입증 서류는 없어
- ‘오리지널’ 표현 탓 오인 우려도
검증이 충분히 되지 않은 미술작품을 공공미술관·공공박물관에 전시해도 될까. 최근 시작돼 화제를 모은 ‘미켈란젤로 메디치 마돈나 특별전’이 이 같은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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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켈란젤로 메디치 마돈나 특별전’ 전시장. |
부산미술협회는 이달 16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부산 중구 대청동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미켈란젤로 메디치 마돈나 특별전-오리지널 석고상 The original plaster cast’ 전시를 개최한다.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은 부산시 지정 문화재자료 제70호로 리노베이션을 거쳐 2020년 공공박물관인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올 가을에는 부산비엔날레가 이곳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가 만든 ‘메디치 마돈나’를 복제한 석고상 한 점을 비롯해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가, 미켈란젤로의 생애, 석고상 복제기술 등을 설명하는 패널 자료로 구성됐다.
■미켈란젤로 조각상 ‘복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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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켈란젤로의 메디치 마돈나 대리석 원작품을 복제한 석고상. 부산미협 제공 |
메디치 마돈나 석고 캐스트(plaster cast)란 미켈란젤로가 아닌 석고 제작자가 원본 대리석 조각의 본을 떠 석고로 제작한 복제품을 뜻한다. ‘메디치 마돈나’ 원작은 메디치가의 예배당이자 메디치가 사람들의 유해가 안치된 피렌체(플로렌스)의 ‘산 로렌초 성당’ 제단에 있는 대리석 조각품이다. 미켈란젤로가 1521년 시작, 1524년 본격적으로 착수해 10년이나 작업했으나 끝내 미완성인 채로 남겨졌다.
이번 전시에 나온 메디치 마돈나 석고상 소장자는 부산의 한 기업인이다. 그는 “2년 전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트라산타 지역에 있는 ‘주제페 잔노니& 썬즈 스튜디오’에서 구입했다”며 “대리석 조각상을 구입하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 구입했는데, 이후 이탈리아 유명 미술사학자를 통해 ‘오리지널 석고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메디치 마돈나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20세기 초까지 그리스·로마시대 고전조각을 비롯해 르네상스시대 조각을 복제한 석고상이 크게 유행했다. 권력자나 부호들의 수집 열망과 미술 교육을 위한 목적 등이 배경이었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프랑스 나폴레옹(1769~1821)이 전리품으로 획득한 조각품을 루브르박물관 주형제작소를 통해 석고로 복제하면서 고전 조각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국제적으로 유통됐다. 1802년에서 1816년 사이 루브르에서 복제된 실물 크기 ‘라오콘’ 군상만 265점이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석고상 수집 열기는 쇠퇴하기 시작했고 1951년께 석고상에 대한 서구권의 관심은 가라앉았다. 석고상은 단지 복제품일 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대진대 이혜원 교수 논문 ‘비너스, 아그리파, 줄리앙 : 루브르 주형제작소와 한국의 미술교육’ 참고)
■박물관 대관 괜찮나
부산에 온 메디치 마돈나 석고상의 정확한 제작 시기와 제작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언제 어떤 경위로 제작돼 역대 누가 소유했었는지 입증하는 서류가 없다고 소장자와 주최 측은 전했다.
전시장 설명문에는 ‘(1970년대에) 주제페 잔노니&썬즈 스튜디오가 피렌체 파인 아트 아카데미에서 취득했다’며 제작 시기에 관해서는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18세기 말 이탈리아 루카 출신 석고 제작자 빈센초 바르초티(1747~1798)가 제작했을 가능성과 20세기 초 주요 박물관이 컬렉션을 늘리기 위해 석고상 수집에 열을 올렸을 때 제작됐을 가능성이다.
이 작품을 검증했다고 전해진 이탈리아 미술사학자가 쓴 이번 전시 도록에도 “석고상이 바르초티의 성공적인 제작 기간에 속해 있다는 것을 입증할 문서는 없지만 그 반대도 증명할 수 없다. 석고상은 1900년대 초반이나 20세기 중반 쯤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만 나와 있다. 주최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1780년 주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이유는 현재 러시아 푸쉬킨박물관에 있는 메디치 마돈나 석고 캐스트를 1780년 바르초티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 작품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미술품 옥션 고위 관계자는 “조각, 특히 올드 마스터는 감정이 어렵기 때문에 명확한 기록이나 에디션 번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각가 출신 미대 교수는 “많은 석고상은 언제 어디서 복제했는지 추적이 가능하다. 작품 출처를 기록한 문서를 함께 전시해야 작품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전시에 미래의 박물관을 무료로 대관해준 부산시의 결정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공공미술관 학예사는 “공공 미술관·박물관 전시는 작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경력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전시를 기획했더라도 개인 소장자의 작품 가치를 올려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장 홍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반 관객이 전시 포스터만 보고 ‘복제품’이라고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주최 측이 복제품을 복제한 것이 아니라, 원본에서 바로 복제했다는 의미로 ‘오리지널 석고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오리지널’이라는 표현으로 관객이 마치 미켈란젤로가 직접 제작한 석고상이라 오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부산시 담당자는 “어차피 비어 있는 공간이라 활용 차원에서 대관했다. 미협의 전문성을 신뢰하기에 부작용까지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