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능 누출·현지 주민의 현실
- 지난 2달간 또따또가서 그린
- 패널화 연작 ‘무주물’로 표현
- “평온했던 후쿠시마 모습으로
- 부산 시민에 위험성 알리고파”
- 탈핵 뜻 함께한 한일 예술가 9명
- 내달 8일까지 민주공원서 전시
동일본 대지진, 그에 따른 원전 사고와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난 지 11일로 딱 7년이 됐다. 때맞춰 부산 중구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서 한·일 예술가 9명(팀)이 탈핵 메시지를 전하는 ‘핵(核)몽(夢) 2’ 전을 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중미술 작가 홍성담을 필두로 부산의 방정아 이동문 정철교 작가,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박건 박미화 정정엽 작가가 참여했고, 일본에서 아키라 츠보이 작가가 초청됐다. ‘토다(TODA)’ 밴드는 지난 10일 전시장과 민주공원 중극장에서 공연을 펼쳤다. ‘핵몽’ 전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 중 일부가 2016년 한국의 동해안 원전 ‘번개 답사’를 간 일을 계기로 시작됐다. 1회에 이어 2회 전시도 온전히 참여 예술가들의 자발적 의지와 십시일반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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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중구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핵몽 2’ 전에 참여한 아키라 츠보이(일본) 작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현지 주민의 현실과 고리원전을 그린 패널화 연작 8점 사이에 앉았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이번 전시에서 무척 눈에 띄는 작품은 아키라 츠보이(42)의 패널화 연작 ‘무주물’(無主物)8점이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의 시작부터 현재 후쿠시마 주민의 현실, 부산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폭넓게 담겼다. 한국에 미처 알려지지 않은 재앙의 세세한 이야기가 마치 한 권의 르포 책처럼 기록돼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가 담긴 연작 첫 번째 작품에서는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직원 가족이 대형버스를 타고 탈출하고 있다. 후쿠시마 주민들은 영문을 모른 채 떠나는 그들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키라 작가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사고 직후 가장 위험한 며칠간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하지 않고 집에서 문을 꼭 닫고 기다리라는 말만 했다. 위험을 아는 도쿄전력 직원과 가족만 주민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후쿠시마를 떠났다. ‘세월호’를 연상케 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아키라 작가는 도쿄 태생으로 어린 시절을 후쿠시마에서 보냈다. 게이오기주쿠대학 독일문학부를 졸업했지만, 재학 중 독학으로 회화 작업을 시작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현지에서 원전 작업자, 농민, 승려, 피난 주민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연작 회화 ‘무주물’을 제작해 주목받았다. 일본 매체가 전하지 않는 후쿠시마 사태를 그려 도쿄 신주쿠 번화가, 각지의 미술공간에서 ‘게릴라 전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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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교 작가의 ‘신암리 해송’. 민주공원 제공 |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패널화 8점은 모두 부산에서 제작했다. 아키라 작가가 두 달 전 일본의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 원도심 문화창작공간 ‘또따또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부산에 머무르며 그렸다. 고리원전을 답사하고, 해운대해수욕장 해변에서 게릴라 전시도 열었다. 연작 중 마지막 작품 ‘For Kori, For Busan, For Korea’는 부산 시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한복을 입은 어머니들이 아이를 끌어안고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농어촌 마을 고리에 해운대 등 도심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전이 건설되자 인구가 줄고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그렸다고 한다.
아키라 작가는 “고리원전에서 채 3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는 부산 시민이 원전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여 놀랐다. 후쿠시마도 마찬가지였다. 원전은 안전하다는 정부와 도쿄전력의 말을 신뢰하고 전기로 문명을 유지했다”며 “부산 시민에게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어 사고 전 부산처럼 평온했던 후쿠시마 모습을 그렸다. 한국은 민주화 운동의 저력이 있는 국가이니 원전도 없앨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핵몽 2’ 전시는 4월 광주, 5월 서울을 순회할 예정이다. 다음 달 8일까지. 무료. (051)790-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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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아키라 츠보이 작가의 패널화 연작 ‘무주물’ 중 ‘For Kori, For Busan, For Kore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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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몽 2’ 전에 참여한 한국·일본의 작가와 큐레이터.
서정빈 기자 |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