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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반짝반짝 문화현장 <42> 생활문화의 힘! 사상생태문화해설사동아리

평범한 주민들 모여 동네 이야기 엮으니 사상의 문화자산 됐네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8-02-08 18:49:4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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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가 53살인 이 동아리
- 회원 14명 모두 책을 펴냈다

- 토종물고기·피난수도 유산
- 토박이가 말하는 사상 역사…
- 취재하고 편집하고 찍어내
- 지역 생활문화유산을 지킨다

- 이들의 올해 ‘원대한’ 목표는
- 문화재단 지원금 300만 원
- 경로당·도서관·주민센터에
- 책 300권 비치할 수 있기를

나이 많은 회원은 75세, 나이 적은 회원은 53세. 사상생태문화해설사동아리(회장 김건석·67·부산 사상구 주례동) 회원 14명은 모두 저자가 되었다. 단독 저서도 있고, 공저도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건석 이정옥 박수대 남만례 강은수 최호성 이용희 조순난 오추자 회원. 다른 회원 5명은 지난달 22일 부산 사상구 다누림센터 사상문화원 회의실에서 열린 이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1·2급수에 사는 토종물고기’ ‘매화와 동박새’ ‘피난수도 부산유산 14개소’ ‘익싸이팅 사상(Exciting Sasang)’ ‘참나무 이야기’ 등은 공저이다. ‘갈대 빗자루’(김건석 지음·사상생활사박물관 펴냄) ‘사상의 민간 신앙-당산’(김건석 지음) ‘갈대의 4계’(강은수 지음) 등은 단독 저서다.

(기자)“이렇게 펴낸 책이 모두 몇 종이나 됩니까?” (김건석 회장)“40여 종 됩니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두세 권씩은 책을 지었지요.” (기자)“….”(40여 종이나 된다는 답변에 놀라 말을 잇지 못하는 상태임.)

비록 정식으로 출판한 책은 아니고, 책자 형태로 펴낸 작은 책들이지만 쌓고 보니 굉장한 성과다. 평범한 동네 주민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룬 성과라는 점도 뜻깊다. 게다가 이 책자들의 상당수는 ‘북아트제작 기법’을 도입해(이 또한 회원들 스스로 했다) 예쁘고 창의적으로 만들었다. 김건석 회장의 ‘갈대 빗자루’ 같은 책자는 생활동아리 기반 북아트계의 ‘걸작’이라는 감탄이 나온다.

그리고 이들 책자는 모두 부산 사상구의 생활문화자산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걸작이다.

■책 만드는 일, 쉽지 않았다

사상구 토박이 어르신의 구술을 회원들이 받아 쓴 노트.
사상생태문화해설사동아리는 지난해 말 힘을 모아 성과를 또 이뤘다. ‘사상의 토박이 이야기-주민이 이야기하는 우리 사상의 역사’를 펴낸 것이다.

회원들이 입 모아 “이 모임의 기틀을 닦은 분”으로 칭송하는 강은수(70·덕포동) 고문이 책을 지은 쉽지 않았던 과정을 설명한다. “우리 사상구에 오래 산 분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이것이 기획의도였다. ‘어떻게 살았을까’에 관한 어르신의 육성을 기록하는 것은 사상구의 생활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쌓는 뜻깊은 일이라고 봤다.

“회원들의 동네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동사무소 추천도 받아 동별로 한 두 분을 선정했어요. 사상 토박이도 계시고, 토박이는 아니지만 오래 사진 분도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토박이 어르신을 사상문화원 회의실로 한 분 한 분 따로 모셨다. 구술동의서를 받았다. 생활사와 인생사를 들었다. “구술을 들을 땐 리액션이 중요하더만요. 그래야 이야기가 술술 잘 나와.”

구술을 녹음하고, 필기도 따로 했다. 구술 뒤 고령의 어르신들을 집까지 모셔드려야 하곤 했다. 다음엔 팀을 나눠 녹음한 구술을 풀어 기록했다. 이걸 정리해 인쇄한 다음 팀별로 오타를 찾고 문맥을 다듬었다. 그렇게 정리한 원고를 부산대 인공지능연구실이 만든 ‘인터넷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에 넣고 돌렸다. 그 원고를 당사자에게 보여주고 확인했다. 고친 원고를 다시 교열했다. 편집은 김건석 회장이 직접 했다.

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사상구 어르신 14명의 생활사를 담은 125쪽짜리 ‘사상의 토박이 이야기-주민이 이야기하는 우리 사상의 역사’는 완성됐다. 지난해 3월 시작해 같은 해 11월 말 작업이 끝났다. 50권을 찍어 보관하고, 소장하고, 꼭 필요한 곳에 뒀다.

■올해도 우리는 도전합니다

‘사상의 토박이 이야기-주민이 이야기하는 우리 사상의 역사’.
“이 책을 내는 데는 부산문화재단의 독서인문학동아리 지원사업 도움이 컸어요.”(김건석 회장) 그래서 물었다. “지원금을 얼마 받으셨나요?” 김건석 회장은 고마움을 담아 답했다. “100만 원입니다.” 문화현장을 꽤 취재해왔지만, 100만 원이라는 ‘소액’ 지원금을 이토록 고맙게 여기는 단체는 드물었다.

사상생태문화해설사동아리는 2018년 ‘원대한’ 목표가 있다. 김건석 회장이 밝힌 포부다. “올해도 부산문화재단 독서인문학동아리 지원사업에 도전합니다. 이번 목표액은 300만 원. 따내야 합니다. 이 책을 개정·증보하고 300권 찍어 사상구 경로당 120군데에 두 권씩 보급하고, 작은도서관과 동사무소에도 비치할 계획입니다. 경로당 어르신이 이 책자를 읽으면, ‘내 삶도 구술할 수 있다’고 의욕을 가질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사상의 생활문화유산을 더 많이 발굴하고 보존할 수 있습니다.”

문화현장을 꽤 취재해왔지만 ‘지원금 300만 원’이라는, 많다 하기 힘든 액수의 목표를 놓고 이토록 진지하고, 의욕이 높고, 알뜰살뜰 준비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분들은 많이 만나지 못했다. 2009년 9월 설립한 사상생태문화해설사동아리는 활발한 활동과 회원들의 저력, 끈끈한 팀워크로 지역사회에 소문이 났다. 2013년 사상구의 당산을 조사해 우수동아리에 선정됐고, 2014년 사상구 노거수·보호수 조사, 2015년 사상구 공동우물 조사를 해냈다. 청소년문화탐방 현장에서 문화해설사로 활약하며 지난해 부산시 가을독서축제에 참가했다.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자, 그렇다면 그 저력과 활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답을 찾는 게 어렵지 않았다. 회원들 ‘표정’에 실마리가 있었다. 취재 내내 회원들 표정은 생기가 있었다. 개인 편차는 있겠지만, 평범한 사상구 주민인 회원들이 생활문화동아리 활동을 즐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활동 경력이 쌓이면서 회원 각자의 내공과 애정이 더해지는 듯했다. 최호성(64·덕포동) 회원은 “농심에서 영업기획 일만 28년 하다 2008년 퇴직한 뒤 배우고 싶어 대학 평생학습 강좌를 120개쯤 들었고, 자격증을 12개 땄다. 이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문화해설사로 뛰고 또 배우는 일이 즐겁다. 그리고 소중하다”고 했다.

이용희(59) 회원은 “사상구에서 20년 넘게 살다가 4년 전 남구 문현동으로 이사 갔다. 하지만 이 모임에 계속 나온다. 모임에서 공부도 하고 삼락생태공원 생태해설사 활동도 하는 게 즐거웠다. 사상구를 떠나 이사 갈 때 울었다. 가기 싫어서”라고 말했다. 조순난(53·엄궁동) 박수대(75·주례동) 이정옥(73·주례동) 남만례(69·엄궁동) 오추자(75·주례동) 회원도 단체 인터뷰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이런 것이 ‘생활문화’의 힘과 가능성이다. 여기에는 평생학습사업을 꾸준히 펼친 사상구의 시책도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은 올해 시민이 참여하는 생활문화동아리 활성화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상생태문화해설사동아리 못지않게 활발하게 돌아가는 동아리도 이미 부산 곳곳에 있을 것이다. 생활문화동아리 활성화를 위한 ‘좋은 정책’의 중요성과 비중이 커지고 있다. 커져야 한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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